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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에 대한 과도한 적개심

배장호 기자공개 2015-10-07 10:29:40

이 기사는 2015년 10월 02일 07:5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자본주의 꽃이라 불리는 사모펀드(Private Equity). 선별된 소수가 천문학적인 자금을 굴리며 기업을 사들이고, 막대한 투자 차익을 거두면 일반인은 상상도 못할 성공보수를 챙긴다. 과거 머리좋고 집안좋은 사람이 판·검사를 선호했다면 요즘은 금융, 그 중에서도 사모펀드가 최선호 직군이다.

명망을 얻은 펀드가 실행한 투자는 시장으로부터 우선적으로 존중받는다. 일견 실패한 투자도 펀드의 문제해결 능력을 믿고 인내심 있게 지켜본다. 그만큼 하나의 사모펀드가 시장에서 평판과 신뢰를 쌓기 어렵고, 또 도덕적 일탈 같은 치명적 문제가 아닌 한 이미 쌓인 평판이 쉽사리 무너지지도 않는다. KKR이, 블랙스톤이, 칼라일이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진 않는단 말씀이다.

이런 사모펀드 세계의 사람들이 한국에서는 약자나 악인 취급받는다면 누가 믿을까? 하지만 사실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규모가 클수록, 지명도가 높수록 우리나라에선 더 '만만한' 또는 더 '몹쓸' 사모펀드 취급받는다.

몇가지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사모펀드는 오로지 단기적인 차익을 목적으로 하기에 기업의 장기 성장에는 관심이 없다 △사모펀드가 대주주인 기업은 신용등급 평정에 불리하게 취급받을 수 밖에 없다 △조직을 없애고 인력을 구조조정하는데 전문가들이기 때문에 반(反)노동자적이다.

굳이 나름의 이유를 찾자면 찾을 수 있는 인식들이긴 하다. 과거 IMF 구제금융 당시 겪어야 했던 혹독한 구조조정의 기억이 후유증으로 남아 있을 것이고, 기업의 주인으로서 가지는 펀드의 한계도 분명 있다. 비효율을 청산하는데 어찌 고통이 안따르겠는가.

이같은 부정적 인식은 국내 사모펀드들에 대한 묻지마식 공세로 종종 표출된다. 사모펀드가 경영권을 인수하려는 순간, 없던 노조가 생기고, 어김없이 '먹튀자본 반대' 구호가 나온다. 인허가 당국은 사모펀드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의식하며 시간을 끌기 일쑤다. 재벌과 사모펀드간 인수 경쟁에서 재벌이 이기면 오너의 과감한 결단이 칭송받는데 반해 사모펀드가 이기면 무리한 차입인수에 대한 경고가 노래처럼 반복된다.

하지만 좀더 생각해 보자. 사모펀드의 최고 미덕은 '이해 합일(Alignment of Interests)' 아닌가. 인수한 기업의 가치가 높아야 펀드도 더 큰 이익을 벌 수 있다. 과거엔 어땠는지 모르지만, 요즘엔 단기차익을 얻으려고 장기성장을 등한시하는 사모펀드는 별로 없다. 그래봤자 그 모든 게 거래가격에 반영된다. 현재 이익을 커보이게 하려고 시설투자 계획을 미루는 게 무슨 소용인가. 요즘 국내 M&A 시장의 수준도 꽤나 높아져 기업의 미래가치를 따지는 것은 기본 중에 기본이다.

또 하나, 정말 그런가? 사모펀드와 달리 재벌이 주인인 기업은 유동성 위기에 빠지면 재벌이 언제나 지원해 줄까. 엄밀히 따진다면 재벌그룹이 부실 계열사를 꼬리 자르기를 할 확률도 따져야 하지 않을까. 만약 지원 주체가 될 기업이 상장사라면 부실 계열사 지원에 따른 이사회 배임 이슈는 문제되지 않는가. 기업 신용등급 평정시 대주주가 사모펀드란 이유만으로 차별받는다면 문제 아닌가 싶다.

지금 모든 사모펀드를 두둔하려는 게 아니다. 그 중엔 합법과 탈법을 넘나드는 사모펀드가 왜 없겠는가. 다만 바이아웃만 하면 관성처럼 튀어 나오는 '먹튀자본' 소리, 이 소리를 기회삼아 달려드는 노동세력, 고사시켜 싸게 되사려는 산업자본 세력 등등 맹목적 적대세력이 많아도 너무 많다.

그런데 이건 먼저 알자. 국내 사모펀드 자금 중 우리 국민들의 노후자금이 얼마나 들어 있을지. 국민연금 고갈을 걱정하고 공무원연금 재정 문제를 걱정하면서도 이 자금이 사모펀드를 통해 건전하게 운용되고 탁월한 운용성과를 내는데 관심없는 건 이율배반이다.

성공적인 사모펀드 운용이 결국 스스로와 국내 산업 모두에 더 유익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자각할 필요가 있다. 사모펀드가 엄청난 성과보수를 받아가는 게 아무리 배아파도, 먹튀자본이라 몰아세우면 뭔가 하나 더 내놓을 듯 싶어도, '운용자의 사생활 영역까지 침범하며 난장 부리는 일'은 다시 생기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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