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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광 이사장의 판단 착오 [thebell desk]

김용관 CM팀장공개 2015-10-14 17:45:35

이 기사는 2015년 10월 14일 17:4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민의 노후 자금 500조원을 관리하는 국민연금공단이 내홍에 휩싸였다.

최광 이사장이 임기가 한달도 안남은 기금운용본부장에 대해 상급 기관 승인도 없이 갑작스럽게 '연임 불가'를 선언했다. 일반 기업에서 임원 자르듯이 서면 통보했다. '월권 논란'까지 벌어지고 있다. 기금운용본부장의 임면권을 갖고 있는 보건복지부는 불쾌함을 감추지 않고 있다. 이사장이 절차를 무시했다며 상응하는 책임을 묻기로 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현재 기금 운용의 총책임자는 홍완선 기금이사(운용본부장)다. 홍 본부장의 임기는 11월 3일 만료된다. 정부 산하기관 상임이사는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공운법)에 따라 2년 임기에다 1년을 연장할 수 있게 돼 있다. 전임인 이찬우 본부장도 2년 임기가 끝난 후 1년 연임을 거쳐 3년 간 기금운용본부를 맡았다.

홍 본부장은 기금운용본부를 건실하게 이끌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홍 본부장은 2013년 11월 임명된 뒤 저금리 여건 속에서도 지난해 기금운용수익률 5.25%를 올리며 선방했다. 최근 글로벌 연기금들이 CIO 임기를 늘려 책임투자를 강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1년 연임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 분위기였다.

객관적 실적 평가에서 연임을 불허할 만한 뚜렷한 명분도 없기 때문에 이사장의 사적인 감정이 앞섰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들의 갈등 관계는 회사 내부는 물론이고 업계나 정치권에도 파다하게 알려져 있었다. 이번 해임 사태의 표면적인 이유는 기금운용본부의 공사화를 둘러싼 갈등이다.

홍 본부장은 기금운용본부의 독립에 대해 찬성하는 입장이다. 복지부도 기금운용본부를 독립 공사로 분리하기로 했다. 반면 최 이사장은 기금운용본부가 독립하면 위험자산 투자가 늘어나 기금의 안정성에 위협을 받는다며 정부안을 반대해 왔다.

하지만 본질적인 문제는 '기금 운용의 주도권'을 둘러싼 헤게모니 싸움이다. 업계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최 이사장은 홍 본부장 취임 이후 기금 운용에 대해 과도한 관심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세세한 사안까지는 아니더라도 투자의 큰 줄기는 이사장의 영향권에서 진행되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최 이사장은 중요 투자를 하기 전 반드시 자신에게 보고토록 한 것으로 전해졌다.

2009년 박해춘 당시 이사장과 김선정 당시 본부장의 갈등은 공단 이사장의 기금 운용 간섭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삼성화재 출신으로 서울보증보험, LG카드, 우리은행 등을 거친 박 이사장은 금융 전문가로 자신을 포장하며 취임 초기부터 자기 색깔을 분명히 했다.

기금 운용을 책임지는 자리는 운용본부장이지만 박 이사장은 "기금운용이 기금운용본부장만의 역할은 아니다. 기금의 규모가 커진 만큼 한사람이 이를 결정하는 시대도 지났다"며 이를 정면으로 거부했다.

'기금운용본부는 신사동에 있지만 일부 직원들은 (박 이사장이 있는) 잠실로 간다'는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로 양측의 관계는 냉각됐다. 결국 박 이사장이 1년 9개월의 임기를 남긴 채 전격적으로 사의를 표명하면서 갈등 국면은 해소됐지만 기금운용본부는 깊은 내상을 입었다는 후문이다. 국내외 폭넓은 인맥을 활용해 투자 부문에서도 이름을 날렸던 전광우 이사장도 이같은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사장과 기금운용본부장이 바뀔 때마다 해묵은 헤게모니 싸움이 재발되는 것은 문제다. 기금운용본부의 전문성과 독립성은 철저히 보장돼야 한다. 이번 사례처럼 이사장이 일방적으로 기금운용본부장의 인사권을 쥐고 흔드는 상황에서는 독립성 보장은 쉽지 않다.

최 이사장은 기금운용본부장 해임이라는 강수를 뒀지만 판단 착오인 듯하다. 오히려 기금운용본부의 독립을 가속화시키는 촉매 역할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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