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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분당선 효과…정자 상권의 몰락 [강남상권의 위력, 위기의 동네상권]①유동인구 감소로 카페골목 고사 위기…술집 등 업종 전환

이상균 기자/ 이충희 기자공개 2015-12-04 17:05:49

[편집자주]

경제력 집중 현상은 비단 기업에만 해당하는 일이 아니다. 상권도 마찬가지다. 지하철과 광역버스, KTX 등 교통 인프라 구축은 대형 상권을 더욱 살찌우고 경쟁관계 혹은 보완관계였던 동네상권을 흡수하거나 없애 버린다. 강남 상권은 지하철역 2호선과 광역버스 덕분에 서울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첫 손가락 안에 꼽히는 대형 상권으로 성장했다. 지난 2011년 10월 개통한 신분당선은 화룡점정이 됐다. 이제 강남상권은 경기도 남부의 수요까지 흡수하고 있다. 과거 영화를 누리다가 강남상권의 확대로 이제는 쇠락해버린 정자상권, 변화의 기로에 선 이수상권, 강남상권의 영향을 간신히 피한 서현과 야탑상권 등을 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2015년 11월 26일 13:5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 20일 정자동 카페골목을 찾은 시각은 대략 오후 1시를 넘었을 즈음이다. 오른 편에 동양파라곤 아파트, 왼쪽에 분당 현대아이파크를 낀 약 500m 거리가 바로 그 카페골목이다. 잘 정비된 도로 가장자리로 천연색으로 물들인 가로수가 늘어서 있는 모습이 제법 그럴싸하다. 카페거리 분위기로 손색이 없어 보인다. 그런데 다니는 사람들이 없다. 방문 시점이 평일 오후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거리는 너무 한산했다.

좀 더 깊숙이 들어가봤다. 이내 카페골목의 민낯이 하나씩 드러났다. 일단 눈에 들어온 건 거리에 들어선 가게들의 업종이 잡다하다는 느낌이었다. 일본식 선술집인 이자카야가 곳곳에 눈에 띄었고 옷 가게도 많았다. 임대료가 가장 비싼 카페골목 중앙의 사거리 1층에는 휴대폰 매장이 4곳이나 위치해 있다.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모바일 숍(mobile shop) 등이다. 이중 모바일 숍을 제외한 3곳이 본사 직영점이다. 주변 상인들의 말로는 안테나 숍 성격이 강한 매장이라고 한다. 이들 업종이 자리를 잡으면서 카페는 점차 밀려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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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자동 카페골목에 자리잡은 이동통신사 매장.

각양각색의 특색으로 손님들을 끌 만한 카페들이 즐비하리라 상상했던 것과는 전혀 딴판이었다. 그저 조용히 쇠락해가는 소규모 지역 상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이 카페골목에 위치한 현대공인중개사사무소 김성훈 대표는 "과거 장사가 잘 될 때는 면적 기준으로 70%가 카페였지만 지금은 40%로 줄어들었다"며 "카페와 피자, 파스타 등을 판매하는 이태리 음식점 등을 포함해도 카페 비중이 절반에 미치지 못한다"고 말했다.

◇장사 안 되는데 임대료는 오히려 올라

1126_1(2014년12월기준-상권정보시스템.정자카페거리)
정자카페거리 지도.

정자동 카페거리의 몰락은 2011년 10월 개통한 신분당선 개통 이후부터라는 게 정설이다. 정자역에서 강남역까지 광역버스를 타고 30~40분 걸리던 시간이 지하철만 타면 17분으로 단축됐다. 유행에 민감한 20~30대 젊은 층들로선 굳이 이 거리를 찾을 이유가 없어진 셈이다.

신분당선 개통으로 정자동의 전체 유동인구가 줄어들자 이곳 카페거리를 찾는 손님들도 크게 줄었다. 카페들도 예전의 영광을 뒤로하고 하루하루 고전을 면치 못하게 됐다. 그런데 가게 임대료 부담은 오히려 늘었다. 10평 기준 보증금 1억 원에 월 임대료는 370만~380만원 수준이다. 상권이 활성화됐던 5~6년 전에 비해 20% 이상 오른 것이다.

규모가 작은 카페들이 입은 타격이 더 컸다. 커피 한 잔에 5000원 안팎인 카페는 매출규모가 작다. 10평 임대하면 테이블 3~4개가 고작이다. 면적을 20평으로 늘리고 싶지만 임대료가 뛰어 수지 타산을 맞추기 어려워진다. 고민 끝에 커피숍 업주들은 정자동을 떠나거나 이자카야와 같은 술집이나 음식점으로 속속 업종 전환했다.

많지는 않지만 예외도 있다. 이곳의 터줏대감인 스타벅스 정자상떼뷰점은 신분당선 개통 이후에도 매출액이 월 5000만 원으로 꾸준하다. 매출액의 약 15%를 임대료로 지급하고 있다. 브랜드 인지도가 높아 충성도 높은 고객이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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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자동 카페골목 전경

카페 임차인은 죽을 맛이지만 임대인은 큰 영향이 없다. 정자동 임대인들은 대부분 12~13년 전 3억~4억 원에 분양받은 이들이다. 당시 평당 매매가는 1500만 원에 불과했다. 현재 임대료를 감안하면 연 수익률이 10%가 넘는다. 굳이 건물을 매각 할 이유가 없다. 분양 당시와 비교해도 임대인은 거의 바뀌지 않았다고 한다.

김성훈 대표는 "정자동 카페거리의 건물을 사고 싶다는 수요는 많지만 매물은 거의 없다"며 "이렇게 높은 수익률을 챙길 수 있는 건물을 팔 이유도 없고 양도소득세도 부담스럽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자동 카페거리 시세는 1층 전용 면적 기준으로 평당 5000만~8000만원이다. 상떼뷰리젠시보다 동양파라곤 1층 상가 매매가가 약간 더 비싼 것이 특징이다.

◇유기농숍 앞은 장사진…동네상권 방증

이날 가장 많은 손님이 몰린 가게는 두 곳의 유기농 숍이었다. 각종 채소와 과일 등을 파는 이곳에는 수십 여 명의 주부들이 몰려 물건을 고르고 있었다. 소득 수준이 높은 곳이다 보니 웰빙에 신경 쓰는 사람이 많아 장사가 잘된다고 한다. 이는 정자동 카페거리가 사실상 동네상권으로 전락했다는 방증이다. 김성훈 대표는 "신분당선의 영향으로 강남 집중현상이 나타났고 정자동은 동네상권이 돼버렸다"며 "성남시에서 상권 활성화에 나서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

신한은행 자산관리솔루션부 유민준 부동산팀장은 "교통이 좋아지면 아파트 가격은 오르지만 상권은 오히려 쇠퇴할 수 있다"며 "지역 거주민들이 집 앞 근린상가에서 소비하지 않고 강남역 등 대형상권으로 빠져나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유 팀장은 "강남역과 광화문 중심으로 교통이 발달하면서 중심지역이 주변지역을 빨아들이는 빨대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자동 카페골목의 대안으로 엠코헤리츠 거리를 지목하기도 한다. 정자동 카페골목에서 남쪽으로 1km 떨어진 이곳은 아파트 사이에 조성한 유럽풍 거리다. 이미 분양을 완료하고 곳곳에서 인테리어 마무리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정자동 카페골목보다 규모는 더 컸다. 거리 중앙에는 대형 크리스마스 장식이 설치되고 있었다. 거리의 분위기와 입주한 가게 업종, 인테리어 등을 고려하면 정자동 카페골목보다 매력적인 요소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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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코헤르츠 거리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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