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6년 01월 08일 07시5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제약사 실적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무엇인지 아세요"제약사 임원이 식사 도중에 뜬금없이 물었다. 제약산업 담당 기자로서 1초의 망설임 없이 '정부정책'이라고 답했다. 그러자 그 임원이 피식 웃으며 술잔을 들었다. 아닌가 싶어 망설이던 중 한미약품이 생각나 'R&D성과'라고 말했다.
제약사 임원은 들고 있던 술잔을 기울이며 '도입품목'이라고 답했다. 대답을 듣는 순간 아차 싶었던 기자는 무안함에 재빨리 술잔을 비웠다. 최근 제약업계 이슈를 들여다보면 그 임원의 답변은 정답에 가까웠다.
지난해 말부터 국내 제약사들은 다국적 제약사와의 도입품목 계약 여부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실제 다국적 제약사인 MSD로부터 도입품목을 회수 당한 대웅제약 임원이 이메일을 통해 '공들여 놓은 제품을 무자비하게 회수한 다국적사를 응징하기 위해 대체품목이 필요하다"며 격앙된 내용을 직원들에게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도 그럴 것이 판권이 회수된 3개의 도입품목 매출이 대웅제약 전체 매출의 30%이상을 차지했다. 해당 품목을 대체할 만한 제품을 발굴하지 못한다면 올해 경영실적이 악화되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이에 회사 관계자는 "다국적사가 재계약 기간이 다가오자 높은 수준의 수수료 인하를 요구했다"며 "이는 불공정거래에 해당되며 더 이상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계약을 할 수 없다고 판단해 재계약을 해지했다"고 말했다.
이는 대웅제약만의 문제로 국한되지 않는다. 상위 10대 제약사 매출 중 평균 40%가 상품매출에서 발생할 정도로 국내 제약사들의 도입품목 의존도는 높다. 지난해 신약개발로 대박을 터뜨린 한미약품도 상품매출비중이 20%가 넘는다. 자칫 도입품목의 판권이 회수되면 수 백억 원의 매출이 증발될 우려가 크다. 이를 막기 위해선 다국적사의 눈치를 보며 불공정한 계약을 강요 받을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안타까운 것은 제약사들이 대웅제약처럼 언제든 판권을 회수 당할 수 있다는 점을 알면서도 도입품목의 의존도를 높이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지난해 상위 10대 제약사의 상품매출비중은 전년에 비해 모두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도입품목이 안정적인 수익과 성장을 보장하고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선택하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도입품목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환경 탓에 속앓이 하는 제약사들을 이해 못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당장의 수익과 외형 성장을 위해 도입품목에 치중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선택인지 의문이다.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는 도입품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제약사들의 현실이 아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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