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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콘텐츠 투자의 어두운 단면 [thebell note]

김나영 기자공개 2016-01-28 08:23:27

이 기사는 2016년 01월 27일 07:4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저녁자리에서 문화콘텐츠 투자로 유명한 한 운용사 임원의 토로를 들었다. 이 운용사가 투자했던 뮤지컬은 얼마 전 서울의 손꼽히는 대형 공연장에서 화려한 막을 올렸다. 순수 창작뮤지컬임에도 트렌드에 맞게 유명 아이돌을 대거 섭외했고 상당한 호평이 이어지며 관객수가 4대 뮤지컬을 제외하고는 가장 많았다.

하지만 막상 정산을 해보니 수익률은 겨우 1%대에 머물렀다. 그럼에도 이쪽 관계자들은 오히려 마이너스가 나지 않아 다행이라고들 위로했다. 손익분기점(BEP)을 겨우 넘을 줄로만 알았는데 그래도 수익이 조금이라도 난 게 어디냐는 반응이었다. 현재 공연부문 투자의 기대감이 얼마나 낮아졌는지, 그 단면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

국내 문화콘텐츠 투자에 대한 당위성은 한류열풍 이후로 그 어느 때보다도 높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투자내역을 들여다보면 돈 되는 영화, 게임부문에만 몰려 있다. 정작 지원이 필요한 소규모 공연, 도서부문에는 전무하다시피 하다.

특히 공연의 경우 세계 4대 뮤지컬로 꼽히는 레미제라블, 오페라의 유령, 미스사이공, 캣츠를 제외한 일반 뮤지컬은 수익률이 BEP를 넘기기가 힘들 정도다. 그러다 보니 문화콘텐츠 투자조합은 결성 당시부터 기준수익률이 0~1.5%인 경우도 허다하다. 사실상 원금 손실만 나지 않으면 정상 투자조합으로 당당히 인정받는 셈이다.

이는 벤처캐피탈 투자에 있어 기대수익률이 얼마나 큰 부분을 차지하는지를 생각하면 상당한 아이러니다. 다른 투자에 비해 위험도가 높은 벤처투자조합의 수익률이 한국은행 기준금리와 같은 수준에 머무른다면 누가 여기에 뛰어들지도 의문이다. 실제로 문화계정에 대한 정책자금이 줄어들자 문화투자조합 결성도 빠르게 줄어들 조짐을 보이고 있다.

때문에 벤처캐피탈업계에서는 문화콘텐츠 전문 투자사가 아닌 이상에야 해당 투자조합을 만들어 운용할 이유가 없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굳이 수익이 나지 않는 펀드를 만들어서 운용사의 평균수익률을 깎아먹을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해당 임원의 "국내 대형 벤처캐피탈 중 영화나 게임이 아닌 공연 전문투자조합을 갖고 있는 회사가 단 한 곳이라도 있는지를 보면 답이 나온다"던 씁쓸한 말이 귓가를 맴돈다. 이제는 문화투자로 먹고 사는 벤처캐피탈과 일부 신생 벤처캐피탈을 제외하고는 수익이 불분명한 투자에 누가 앞장설지를 고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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