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6년 03월 16일 07시54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얼마 전 여러 벤처캐피탈로부터 투자를 제의받았던 유망한 스타트업 대표를 저녁 자리에서 만났다. 이 대표는 이미 몇 번의 창업 경험이 있던 터라 펀딩-투자-회수로 이어지는 벤처캐피탈의 투자사이클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런 그에게 일부 벤처캐피탈에서 다소 이상한 투자제의가 들어왔다고 한다.A 벤처캐피탈의 A' 대표와 B 벤처캐피탈의 B' 대표가 있다고 가정해 보자. 원래 투자패턴대로라면 이 스타트업은 A, B 벤처캐피탈과 협의한 후 투자법인으로부터 투자금을 유치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실제 투자는 A 벤처캐피탈과 B' 대표로부터 진행하고 B' 대표는 엔젤투자자로 위장하자는 제의였다.
둘 다 이득을 보려면 일단 두 벤처캐피탈과 대표들 간 사전협의에서 추후 거래에 대한 판을 짜야 한다. 대부분의 경우 A 벤처캐피탈은 B 벤처캐피탈에 구주를 매각하고 대신 B' 대표가 제3의 벤처캐피탈에 구주를 매각할 수 있도록 알선하는 형태다. 혹은 밸류를 미리 조정해 B' 대표가 안고 있던 구주를 A' 대표가 떠오는 경우도 있다.
이 같은 거래는 결론적으로 불법은 아니나 편법에 해당한다는 것이 벤처캐피탈업계의 중론이다. 특히 규모 있는 투자가 일어나는 성장단계가 아니라면 이는 당사자들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는 선에서 이뤄진다. 시간이 흘러 해당 스타트업이 운 좋게 상장사가 되더라도 전부 묻히게 된다는 의미다.
한 벤처캐피탈 대표는 "초기단계에 있는 기업과 투자사들이 받기 쉬운 유혹이지만 특성상 실체를 잡기는 어렵다"며 "추후 공시하더라도 5% 이상 보유만 아니면 지분현황을 공개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근 벤처캐피탈 회수 활성화의 일환으로 세컨더리 펀드의 조성을 장려하면서 일반적인 구주 거래는 더욱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일부 편법적인 구주 거래가 근절되지 않는다면 곪은 상처가 방치된 다른 산업들이 그렇듯 벤처캐피탈업계도 큰 타격을 입지 않을까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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