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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CJ헬로 합병결의 무효소송' 전면에 왜 안섰나 패소 가능성, 평판하락 우려 등 고려… 직원 소송 측면지원 선택

정호창 기자공개 2016-03-18 08:18:02

이 기사는 2016년 03월 17일 15:3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통신업계와 방송업계가 반대 목소리를 높여 온 CJ헬로비전과 SK브로드밴드의 합병 문제가 CJ헬로비전 주식을 보유한 KT 직원에 의해 결국 법정 다툼으로 번진 가운데, 반대 진영의 한 주축인 KT가 해당 소송에 직접 나서지 않는 이유가 주목을 끌고 있다.

법조계 등 관련 업계에선 KT가 CJ헬로비전 주식을 직접 취득해 소송 전면에 나설 경우 패소 가능성이 커지는데다, 경쟁사 인수합병(M&A) 전략을 막기 위한 목적으로 지분을 확보하는 행위에 대해 쏟아질 사회적 논란 등을 우려해 정공법보다 차선책을 선택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KT는 지난 8일 CJ헬로비전 주주인 자사 직원이 CJ헬로비전이 지난달 26일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SK브로드밴드와의 합병 계약 안건을 승인한 결의가 무효임을 확인하는 소송을 서울 남부지방법원에 제기했다고 밝혔다.

해당 발표는 소송 주체가 KT가 아닌 회사 직원이라는 점과 '개인 소송'임에도 불구하고 KT가 이례적으로 자사 홍보네트워크를 활용해 소장 접수 사실과 무효 주장 사유를 적극적으로 전파했다는 점에서 화제를 모았다.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 발표 이후 줄기차게 반대 목소리를 내며 공세를 취해 온 KT가 소송에 직접 나서지 않고 직원 소송을 측면지원하는 방식의 수동적인 전략을 들고 나온 점이 업계 관계자들의 눈길을 끌었기 때문이다.

KT는 "주총 결의 무효 소송은 주주만이 제기할 수 있는데 KT는 CJ헬로비전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지 않아 소송 주체로 나설 수 없다"며 "CJ헬로비전 주주인 직원이 소송 제기 가능성을 회사에 문의해와 법무팀을 통해 초기 법률자문을 지원했으며 해당 직원의 의견과 회사의 입장이 같아 보도자료를 발표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해명이 시장의 궁금증을 모두 해소해 주지는 못하고 있다. KT가 CJ헬로비전 주주 자격을 취득해 주총과 소송전에 직접 나설 수 있는 기회가 충분했기 때문이다.

CJ헬로비전이 SK브로드밴드와의 합병 결정을 발표한 것은 지난해 11월 2일이며, 합병계약 승인을 위한 주주총회 참석 주주 확정 기준일은 12월 14일이다. KT가 CJ헬로비전 주식을 취득할 시간적 여유가 한 달 이상 있었던 셈이다.

그러나 KT는 CJ헬로비전 주식을 매입해 주주 자격으로 반대 목소리를 내는 전략을 취하지 않았고, LG유플러스 등과 연계해 여론전으로 CJ헬로비전과 SK텔레콤을 압박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관련 업계에선 KT가 CJ헬로비전 주주 자격으로 공세를 취하는 게 득보다 실이 많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합병 발표 이후 KT가 CJ헬로비전 주식을 취득해 주주 자격으로 주총 결의 무효 소송을 제기하게 되면 패소 가능성이 훨씬 커지게 된다"며 "주주가 된 이유가 합병 반대를 위해서라는 사실이 명백하기에 재판부에 주주 권익 침해를 주장하고 설득할 명분이 없어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미국 등에는 '보상이나 소송을 목적으로 물건을 매입할 수 없다'는 법안이 존재하며, 국내에는 해당 사안과 관련된 명확한 법은 없으나 변호사법 등에서 '소송 목적'으로 타인의 권리를 취득하고 실행하는 것을 금하는 조문이 있어 재판부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게 법조계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KT가 경쟁사의 인수합병을 방해하기 위해 주식 취득에 나서는 것이 재계의 상도덕에 맞지 않아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같은 시장을 놓고 경쟁하는 기업들이 입장 발표나 여론몰이 등을 통해 상대를 견제하고 압박하는 것은 용인될 수 있는 행동이나, 실력 행사를 위해 경쟁사 주식을 직접 취득하는 것은 정서적으로 금기시되는 행위"라며 "이 경우 상호 경쟁이 아닌 '진흙탕 싸움'으로 사안이 변질되게 돼 재계로부터 비난의 화살을 받고 고립될 공산이 크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KT가 재계의 이런 정서를 모르지 않기에 직접 소송보다는 대리자를 통한 소송을 제기하고 이를 간접 지원하는 방식의 공세전략을 취한 것으로 보인다"며 "개인소송이기에 패소하더라도 회사가 직접 받게 될 타격이 적기 때문에 KT 입장에선 유효 적절한 방안이라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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