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섣부른 해외 IPO 도전

배지원 기자공개 2016-03-28 13:16:48

이 기사는 2016년 03월 25일 08: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홍콩증시에 상장하는 첫 번째 한국기업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 기업이 있다. 게임사 미투온이다. 하지만 올해 초 미투온은 다시 한국시장으로 발길을 되돌렸다. 홍콩 거래소와 시장은 미투온의 기대와는 달랐다. 절차상 의견이 맞지 않는 부분이 생기자 홍콩거래소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홍콩으로 갈 때만해도 몰랐던 문제 때문에 미투온의 해외증시 진출은 물거품이 됐다.

미국 나스닥으로 향한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소식도 들린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현재 상장 작업에서 손을 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부터 바이오주가 폭락하면서 예상했던 밸류에이션을 받지 못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높아졌다. 일각에서는 삼성바이오에피스가 너무 무리한 상장을 추진하다보니 문제가 생겼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들 기업의 공통점은 '글로벌 기업'을 꿈꾼다는 점이다. 더 넓은 시장에서 경쟁사들과 어깨를 견줘보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의 벽은 예상보다 높았다. 현지의 심사, 법률 자문, 회계감사 등에서 고비용, 절차의 복잡함 등 한국보다 불리한 환경에 맞닥뜨렸다. 현지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없다는 사실도 이들의 의지를 꺾는 데 한 몫을 했다. 해외증시 진출을 선언했지만 하나 둘씩 다시 한국거래소의 문을 두드리는 모습이 반복됐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한국에서야 큰 기업이지만 해외증시에서도 주목받는 기업이 될지, 아직 규모와 경쟁력 측면에서는 의문이 생긴다"고 말했다. 그는 "대표적으로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바이오시밀러 약품을 개발해 과거의 삼성전자처럼 '카피캣' 혹은 '박리다매' 전략으로 승부하려고 한다"며 "미국 시장에서 이런 회사가 한국에서만큼 높은 밸류에이션을 받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큰 물'에서 놀겠다는 막연한 기대감으로 준비되지 않은 채 해외에 나갔던 기업들의 손실은 헤아릴 수가 없게 됐다. 미투온이 홍콩에서 헤매는 동안 경쟁사 더블유게임즈는 이미 코스닥에 상장을 마치기도 했다. IPO는 타이밍이 중요하다. 매출이 꺾이거나 성장세가 멈춰 다시는 IPO를 시도하지 못하는 기업도 있다. IPO는 더 큰 성장을 위해 도움닫기가 필요한 시점에 놓여있는 경우가 많다. 적절한 시점에 자금을 확보해 사업투자에 나서야 하는 것이다.

국내기업이 해외증시에서 투자를 받고 세계적인 기업과 경쟁할 수 있다는 것은 물론 긍정적인 일이다. 하지만 우선은 해외증시에 진출해 얻을 수 있는 게 무엇인지 따져봐야 한다. 다른 글로벌기업들을 뛰어넘는 경쟁력을 갖췄는지 냉정하게 생각해 볼 문제다. 무엇보다 해외증시에 대한 철저한 공부도 선행돼야 한다. 이미 몇몇 국내기업들은 비싼 수업료를 지불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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