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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도시의 경쟁력 [WM라운지]

홍지은 세빌스코리아 리서치&컨설팅팀 상무공개 2016-04-11 08:27:59

이 기사는 2016년 04월 07일 11:1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 3월 말레이시아로 출장을 다녀왔다. 막연히 친숙하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출장 준비를 하다 보니 그 나라에 대해 아는 것이라고는 수도가 쿠알라룸푸르라는 것과 도심의 랜드마크 페트로나스트윈 타워의 두 개동 중 한 동을 한국 건설회사가 시공하였다는 것 뿐이었다.

동남아시아, 또는 아세안이라고 하면 뭉뚱그려 한창 개발이 진행 중인 나라, 그래서 안정적인 것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불편함, 미숙함 등을 은연 중에 예상했다. 공항에서 호텔이 있는 시내까지 고속철로 편하고 쉽게 갈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지치고 짐이 많다는 점, 그리고 늦은 11시에 도착했다는 핑계로 택시를 탔다. 공항 내 택시 창구에서 목적지를 얘기하고 2만 원 남짓의 요금을 완불하니 바가지 우려 없이 편하게 택시를 이용할 수 있었다. 외국인을 태우고 도심으로 온 뒤 요금이 수십만 원이라며 승객에게 바가지를 씌웠다는 우리나라 상황이 문득 떠올랐다.

숙소 호텔에서 하루 반나절 내내 회의를 하고 이틀 째 오후, 처음으로 호텔을 벗어날 수 있었다. 호텔이 우리 나라 서울역 같은 중앙역에 맞은편에 위치하여 호텔 정문에서 길을 건너면 바로 기차역 입구다였다. 역 주변으로 호텔이 3개가 더 있는데 4군데의 대형호텔에서 동시에 그렇게 많은 회의가 열리고, 그 많은 객실이 모두 꽉꽉 차 있다는 사실에 크게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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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KL Central Station, 직접 찍은 사진


그런데 찬찬히 둘러보니 호텔만 북적이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식당들, 어마어마한 규모에다 개수를 전부 헤아리기에 열손가락이 부족한 쇼핑몰들 모두가 다 내·외국인들로 붐비고 있었다. 1인당 국민소득이 우리나라의 절반 정도인 1만 불 남짓에 인구 3000만 명의 나라지만, 상당히 활기차고 역동적이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을 줬다.

역사를 오가는 중 쉽게 눈에 띄어 이용해 보리라 자연스럽게 계획하게 된 공항철도를 귀국길에 드디어 이용했다. 공항철도는 일반철도 한층 아래에서 탑승 가능해 이동이 편리하고 기차 자체도 넓고 쾌적해 편안함을 줬다. 자정 가까운 시간이었음에도 깨끗하고 여자 혼자여도 무섭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으며 무엇보다 빨랐다. 공항까지 채 30분이 걸리지 않았으니. 처음 방문한 외국인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리라는 것에 전혀 의심이 없었다.

지난 2014년 CNN이 선정한 '세계 최고의 쇼핑도시 12곳 (World's 12 best shopping cities)'에 2위 도쿄 다음으로 아시아에서는 가장 높은 4위에 올랐다. 1위가 뉴욕, 3위가 런던이라는 사실은 전세계에서 가장 큰 쇼핑몰 10군데 중에 3개가 쿠알라품푸르에 있다는 점을 고려해도 단순히 크다, 많다는 것만이 경쟁력의 전부는 아닐 것이다.

유무형 컨텐츠가 어우러져 독특한 즐거움을 주고 있을텐데 그 즐거움의 원천이 무엇일까. 사흘이 안 되는 시간 머문 경험으로 모든 것을 다 안다는 듯한 착각은 지양하며 조심스럽게 생각한다. 저출산, 고령화, 소비심리지수 하락, 생산자물가지수 하락, 이런 얘기를 자주 들으면서 오히려 너무 듣다 보니 당연한 듯 받아들였나 보다.

막상 한국 내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도시의 활력과 잠재력, 단순히 1인당 국민소득으로 비교할 수 없는 성장 가능성에 대해 알게 됐다. 그리고 이 사실을 지금에서야 깨닫는 우물 안 개구리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돌아오는 내내 생각하게 해줬던 출장이었다.


홍지은 세빌스코리아 상무

이화여자대학교 통계학과 졸업
University of Surrey 관광개발학 석사
커민스코리아 마케팅 담당
아시아 비즈 스트레티지 컨설턴트
現 세빌스코리아 리서치&컨설팅 본부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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