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6년 05월 31일 07: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해 들어 신풍제약은 숨가쁜 일정을 보냈다. 지난 2월 창업자인 장용택 회장이 사망한 이후 지주사 전환, 2000년부터 개발해온 소아용 말라리아치료제 품목허가, 유상증자 등이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업계에선 놀랐다. 지난 몇 년간 분식회계와 리베이트 사건으로 조용한 행보를 보인 것과 사뭇 달랐기 때문이다.

신풍제약의 변화는 주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올해 초 4000원 안팎이었던 주가는 지난주 1만2300원까지 급등했다. 불과 6개월 사이에 주가가 3배 가까이 상승했다. 신약개발 이슈와 자금조달을 통한 투자확대가 주가 상승을 이끌었다는 평가다.

문제는 불편한 변화도 있었다는 점이다. 분식회계와 리베이트로 회사와 주주에 손해를 끼친 장원준 사장이 경영일선에 복귀하려는 시도다.

일각에서는 "분식회계와 리베이트 이슈가 서서히 사그라들면서 경영복귀를 서두르는 것이 아니냐"며 "장 사장이 불법행위에 상응하는 책임을 졌는지 의문이며 그의 복귀가 과연 타당한지는 짚고 넘어갈 문제"라고 지적했다.

신풍제약은 장 사장이 경영일선에 참여한 이후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2008년 복제약 생동성시험 조작 파문, 2009년과 2010년에는 분식회계 혐의가 적발됐다. 2013년 세무조사 과정에서는 사용처가 불분명한 비자금 150억 원이 발각되기도 했다.

당시 신풍제약은 비자금을 의사 2000여명에게 리베이트로 제공했다며 명단을 조사당국에 넘겼다. 하지만 명단에 있던 의사 87명은 리베이트 혐의를 부인하고, 신풍제약을 상대로 소송에서 승리하면서 허위 진술 논란까지 불거졌다.

물론 장 사장은 신풍제약의 분식회계로 지난 2011년 대표이사에서 물러났다. 회사의 불법행위에 책임지고 경영에서 손을 떼겠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회사로 출근해 비공식적인 사장 업무를 수행했다. 이후 일련의 불법행위가 발생했지만, 실질적인 의사 결정자인 장 사장은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은 채 대표이사 사장만 교체했다.

신풍제약의 리베이트와 의료계 소송이 해결 국면에 접어들면서 장 사장은 경영 참여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신풍제약 비등기이사 사장, 지주사인 송암사 대표이사에 이름을 올리면서 칩거경영에서 벗어나 본격적인 경영복귀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특히 송암사의 대표이사로 등재되면서 경영 보폭을 더욱 넓혔다.

업계 관계자는 "제약업계에서 분식회계와 같은 과중한 불법행위를 저지른 사람이 또다시 경영권을 잡는 경우는 없었다"며 "기업의 평판과 경영상태에 타격을 줘 회사와 주주 다수에게 손해를 끼친 사람이 다시 경영에 복귀하는 것은 시장의 신뢰를 깨는 행위"라며 우려를 제기했다.

신풍제약은 신약개발과 투자확대로 시장의 관심을 끌고 있다. 다만 장 사장의 복귀로 괜한 구설수에 오를 수 있고 자칫 시장과 주주로부터 신뢰를 잃을 수 있다. 이를 피하기 위해선 장 사장의 복귀가 적절한지 다시 한번 짚어보고, 적법한 절차를 거쳐 회사의 주인인 주주와 시장으로부터 충분한 동의를 받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