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6년 06월 01일 07시29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관행은 없었다. KDB산업은행(이하 산업은행)이 공개한 2016년 벤처펀드 앵커 출자 사업은 시장의 고민을 반영한 흔적이 역력했다. 소위 '리그제'를 도입해 벤처캐피탈의 운용자산과 업력에 따라 각각 해당하는 대형·중형·소형·루키 리그에 지원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세부 출자 영역도 제한을 두지 않았다. 일부 우대 분야를 명시했으나 운용사가 직접 전문성에 맞는 투자 분야를 설정할 수 있도록 열어뒀다.한 단계 더 나아가 리그별 산업은행의 출자비율도 차등을 뒀다. 대형사가 지원하는 리그는 최소 펀드 결성금액의 50%를 출자하지만, 3년 미만의 벤처캐피탈이 경쟁하는 루키 리그의 경우 최대 80%까지 산업은행이 출자한다. 신생 벤처캐피탈이 짊어질 민간 매칭에 대한 부담을 줄여 투자에 집중하게 하겠다는 복안이다.
산업은행의 앵커 출자 사업은 올해로 두번째다. 옛 정책금융공사의 출자 사업을 넘겨받아 처음 진행했던 지난해 사업은 운용의 기회가 대형사에게로 쏠렸다는 평가를 들어야 했다. 유망 서비스산업·해외진출·세컨더리 등 경험과 업력을 두루 갖춰야 유리한 출자 영역도 걸림돌이었으나, 신생사에겐 1차 정량 평가 조차도 넘기 힘든 벽으로 작용했다. 업계 베테랑이 설립한 신설사도 짧게는 6년, 길게는 10년이 걸리는 펀드 청산 레코드 등 일부 수치를 제출할 수 없어 과락(科落)됐기 때문이다.
올 해의 결과는 사뭇 다를 것으로 보인다. 회사의 업력과 운용자산 등 유사한 정량적 울타리 하에서 운용역의 경험과 전문성에 무게를 두고 운용사를 뽑겠다는 의도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실리콘밸리에서 벤처캐피탈은 곧 벤처캐피탈리스트다. 하지만 국내 벤처캐피탈은 '주주→경영인→벤처캐피탈리스트'으로 이어지는 계층적 구조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대다수다. 즉 실리콘밸리의 유한책임출자자(LP)는 오직 벤처캐피탈리스트만 보고도 출자를 결정할 수 있으나 국내 LP는 창업투자회사의 주주, 경영진, 개별 심사역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모두 감안해야 했다는 뜻이다. 그간 펀드레이징은 회사가, 투자는 심사역이 하는 이원화된 구조의 불합리함을 지적하는 목소리는 심심치 않게 들려왔다.
산업은행의 이번 시도는 오래된 벤처캐피탈보다 역량있는 벤처캐피탈리스트가 주목받을 수 있는 단초가 될 수 있다. 업계의 이야기를 청취해 온 산업은행의 절묘한 '한 수'에 눈길이 쏠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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