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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케미칼의 믿는 구석 '2.6조 현금창출력' 조 단위 美액시올 인수 추진..마진 스프레드 지속 '미지수

박창현 기자공개 2016-06-09 08:03:19

이 기사는 2016년 06월 08일 16:0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롯데케미칼이 미국 화학 업체 '액시올(Aciall Corporation)' 인수에 나섰다. 이미 특수고무와 HDO, 에탄 크레커 합작 사업 등 대단위 신규 사업을 단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다시 한번 조 단위 투자에 나선 셈이다. 시장에서는 롯데케미칼이 연간 2조 원이 넘는 현금 창출력을 믿고 인수합병(M&A) 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다만 2015년 이전에는 현금 창출력이 연 평균 2000억 원대에 불과했다는 점에서 불황에 대비하지 않은 공격적 투자를 경계해야 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최근 액시올 인수 출사표를 던졌다. 액시올은 소금을 전기 분해해 석유화학 기초 원료를 생산하는 알카리((Chloro-Alkali)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이번 인수를 통해 기존 올레핀과 아로마틱 사업에 더해 알카리와 PVC 등 유도체 사업으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한다는 전략이다. 현재 북미에서 추진하고 있는 에탄크래커 JV사의 안정적인 수요처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도 인수 추진 요인 중 하나다.

다만 액시올 인수를 위해서는 과감한 자금 베팅이 필요한 상황이다. 액시올이 적대적 M&A 상황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이미 올 초에 미국 화학 업체인 웨스트레이크가 액시올 인수를 선언하고 기존 경영진 측에 가격 제안을 한 상태다.

지난 1월 29일 웨스트레이크는 액시올에 주당 20달러 인수를 제안했다. 발행주식수(7059만 주)를 감안하면서 100% 기준 인수가격은 1조 4000억 원 대로 추정된다. 하지만 액시올 측은 가격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난 4월 들어 웨스트레이크 측은 다시 한번 가격 제안을 한다. 이번에는 주당 가격을 23달러로 높였다. 이번에도 액시올 측은 인수 제안을 거부한다.

가격 협상이 진행되는 와중에 롯데케미칼이 새로운 인수후보로 등장한다. 롯데케미칼은 이달 초 웨스트레이크와 별개로 이사회에 새로운 인수 제안서를 제출했다. 시장에서는 롯데케미칼이 확고한 인수 의지를 천명한 만큼 경쟁사 제안 가격를 상회하는 금액을 제시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매각가가 최소 2조 원에 달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후속 가격 경쟁이 붙을 경우, 인수금액이 더 올라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롯데케미칼

롯데케미칼은 이미 특수고무 합작사업과 혼합자일렌 제조 합작사업, 미국 에탄 크래커 합작사업 등 대형 투자 프로젝트를 3건이나 진행하고 있다. 해당 프로젝트에 쏟아부은 자금만 3200억 원이 넘는다. 향후 추가로 집행해야할 투자금도 5179억 원에 달한다.

살림살이가 팍팍한 롯데케미칼이 치열한 가격 경쟁이 예상되는 크로스보더 M&A에 뛰어든데는 다 이유가 있다. 바로 2조 원이 넘는 현금창출력이 자신감의 원천이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원재료인 나프타 가격은 바닥을 모르고 떨어지진 반면 생산 제품 가격은 일정 수준을 유지하면서 수익성이 대폭 개선됐다. 실제 나프타 가격은 2년 전과 비교해 1/3토막 수준으로 떨어졌다. 2013년 톤당 92만 원이 넘었던 나프타 가격은 작년 말 30만 원 대로 떨어졌다.

반면 나프타를 원료로 만들어진 기초 유분과 롯데케미칼 주력인 폴리머 제품은 가격 낙폭이 원재료만큼 크지 않았다. 기초 유분은 2년 전과 비교해 가격이 50% 정도만 떨어졌고, 폴리머 가격은 하락률이 26%에 불과했다. 결국 제품 가격과 원재료 가격 간 격차인 PX 스프레드가 확대되면서 자연스럽게 마진율이 크게 개선됐다.

마진율 개선은 이익 증가로 이어졌다. 2014년 3743억 원 수준이던 영업이익은 지난해 1조 3357억 원으로 1조 원 가량 늘었다. 순이익도 2255억 원에서 8703억 원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수익성이 향상되면서 롯데케미칼의 영업활동 현금 창출력도 커졌다. 2012년과 2013년,2014년 1000억~3000억 원 대에 불과하던 영업활동 현금 유입액은 지난해 2조 5956억 원으로 늘었다. 1조 원 대 순이익이 들어온데다 제품 판매 호조로 재고 자산이 4000억 원 이상 줄어든 것도 현금 창출력 강화에 기여했다. 여기에 빚이나 다름없는 매입 채무가 감소한 것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다만 롯데케미칼의 조 단위 현금 창출력이 화학 업황 호조에 따른 이벤트성 호재일 수 있다는 점에서 공격적 투자에 대한 우려의 시각도 적지 않다. 유가 회복과 화학제품 공급 확대로 향후 마진율이 점차 낮아질 것이란 시장 전망도 나오고 있다.

과거 사례도 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2011년까지 설비 증설 효과로 1조 원대 영업이익을 달성하다가 2012년부터 급격하게 수익성이 악화됐다. 유럽경제 위기와 중국 경제성장률 하락 등 대외 변수가 터졌기 때문이다. 이후 경기 침체 국면이 이어지면서 3년 간 2~3% 이익률을 내는데 그쳤다. 영업활동을 통한 현금창출력도 연 평균 2500억 원 대에 그쳤다. 화학업종은 경기 민감도가 높은 사업이기 때문에 현재 현금 창출력를 과신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이 지적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롯데케미칼 실적 호조를 이끌었던 에틸렌 스프레드가 올해 들어 조정을 거치고 있으며 하반기부터는 축소가 전망된다"며 "향후 다소 보수적인 수익 구조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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