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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승현의 핀테크 세상]블록체인 등장과 '금융의 탈권력화'소비자 효익 증가 시키는 자연스러운 흐름

신승현 옐로금융그룹 대표공개 2016-06-14 09:30:00

이 기사는 2016년 06월 10일 08:0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베네수엘라의 저명한 사상가이자 저널리스트인 모이제스 나임은 자신의 저서 '권력의 종말'이란 책에서 정치, 경제, 금융, 미디어 등 사회 전 분야에 걸쳐 거대세력과 그들이 세운 일종의 진입장벽이 빠른 속도로 약화되는 '기존 권력의 쇠퇴'와, 기존 권력을 위협하는 '신흥 권력의 출현'을 이야기 한 바 있다.

저자는 기존 권력이 쇠퇴하는 요인으로 3가지 혁명을 제시한다. 첫째, 인구, 소득 및 경제산출물 등의 급격한 증가를 말하는 '양적증가 혁명', 둘째, 노동력, 자본 및 정보 등 이동의 폭발적 증가를 일컫는 '이동 혁명',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두 가지 혁명에 수반되어 나타난 대중들의 의식수준 향상을 말하는 '의식 혁명'이다.

전 세계적으로 인터넷과 모바일 디바이스의 발달로 촉발된 데이터의 '양적증가' 뿐 아니라, 쌍방 혹은 다자간 데이터 '이동'은 그 규모와 속도 측면에서 살펴볼 때 매우 경이롭다. 실제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교통카드를 통해 하루 약 2100만 건에 달하는 데이터가 축적되고, 전자결제수단인 '페이팔(Paypal)'을 통해 하루 약 6300억 원의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또한 미국 프로야구리그(MLB)가 1875년 창설 이후 136년간 누적된 전체 데이터 총량이 2기가바이트에 불과한 데 반해 요즘은 단 하루에도 그 500배에 달하는 1테라바이트(TB)가 수집된다.

특히 마지막 요인으로 언급된 '의식 혁명'은 앞선 두 혁명에 수반되어 대중들의 의식 수준 향상을 가져왔고, 이는 정치적으로 권력의 분립과 분산을, 그리고 경제적으로는 소수에게 허락되던 투자나 거래의 대중화 및 활성화를 이끌어냈다.

이러한 변화 국면에서 자연스럽게 출현하여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이른바 '파괴적 혁신'으로 불리는 핀테크도 사회전반의 탈(脫)권력화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금융부문의 탈권력화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는 핀테크 분야 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이며,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것은 단연 '블록체인'이다.

블록체인은 가상 전자화폐인 '비트코인'의 이중지출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용되는 기반기술이다. 전자화폐는 실물이 없기 때문에 간단한 복사만으로 중복사용이 가능한 이중지출문제가 발생될 수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거래가 이뤄질 때마다 모든 거래를 정해진 시간(약 10분)에 하나의 블록(block)으로 묶어 체인처럼 연결한 후, 전체 네트워크 상에 공유하여 모든 참여자들이 동일한 장부를 보유하게 함으로써 별도의 중개기관 없이도 거래의 완결성을 확보할 수 있게 해 준다.

다시 말해 기존 금융거래에서 거래정보를 은행 등 금융기관 및 유관기관에 집중시켰다면, 발상의 전환을 통해 관련된 모든 사람들에게 네트워크를 통해 정보를 분산해서 관리하는 것이 요체다.

직관적으로 보면 특정기관에서 관리해 오던 중앙 집중식에 비해 안정성이나 신뢰성 확보가 어려울 것으로 생각될 수도 있지만, 실제로 네트워크상 모든 참여자들이 동일한 정보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그 중 50% 이상을 동시에 해킹하지 못하면 현실적으로 위변조가 불가능해 높은 안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다.

또한 중앙 집중식에 비해 현저히 낮은 비용으로 시스템 유지가 가능하다. 경영컨설팅사인 맥킨지는 블록체인 방식을 활용하면 현재 지출되는 연간 글로벌 전체 금융비용의 약 23조원 가량을 절감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러한 구조적 장점들이 부각돼, 블록체인은 단순한 비트코인의 제반기술을 넘어 다양한 방식으로 급속히 고도화되고 있다. 국제 금융결제망 구축을 위해 글로벌 금융기관들이 참여하고 있는 R3CEV 컨소시엄이나 ConsenSys, AlphaPoint, IOTA, Ripple, CoinPrism, Factom 등 다양한 회사들과 협력하여 블록체인서비스의 주도권을 장악하려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움직임이 그 예다.

한편 이와 같은 움직임은 금융권 밖으로도 확장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2013년 비탈릭 뷰테린이 기존 블록체인에 '스마트 계약' 기능을 추가해 개발한 '이더리움' 서비스를 예로 들 수 있다.

'스마트 계약'이란 이용자가 원하는 계약정보를 전자화해서 기록한 후, 위변조가 불가능한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 계약 이행을 보장하는 기술로, 보험, 신탁, 채권, 은행 업무뿐 아니라 금융 외 영역인 디지털 컨텐츠 거래 내역 저장 및 의료정보 기록 등에도 적용 가능해서 활용 가능성이 무궁무진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금융 분야의 탈권력화 관점에서 살펴 본 핀테크를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이러한 변화가 단순히 기존 권력에 대한 급진적이고 맹목적인 부정과 파괴가 아니라 소비자 효익을 증가시킬 수 있는 자연스러운 흐름이라는 것이다.

즉 기존 금융서비스는 오랜 기간 규제산업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여타 산업에 비해 공급자 중심적으로 운영돼 왔고, 프로세스 측면에서도 금융은 독점적인 서비스 중개자 역할을 수행하며 소비자보다는 감독당국이 중심인 산업이었다.

따라서 여타 분야보다 금융에서 더욱 거대한 형태로 탈권력화 과정이 진행될 것으로 전망되며, 핀테크는 그 변화의 흐름을 이끄는 중요한 동인 중 하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최근 글로벌 전반에서 논의되고 있는 핀테크의 유용성에 대한 논란도 이러한 차원에서 바라본다면 과도한 기대와 막연한 불신 사이에서 기준점을 세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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