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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가족을 위한 경제적 안전장치 '신탁' [WM라운지]

배정식 KEB하나은행 동탄지점 마케팅 부장공개 2016-06-29 08:50:43

이 기사는 2016년 06월 27일 16:0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상속과 유산분배 고민은 이제 돈 많은 사람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상속과 관련된 이슈가 세금을 줄이는 것만은 아니다. 특히 가장이 세상을 떠한 후 남겨질 가족이 장애인이거나 미성년자라면 우리가 풀어야 할 숙제는 더욱 복잡해진다.

최근 북부지방법원에서 진행됐던 다음과 같은 사건을 보며 불편한 현실에 대한 해결방안은 없는지 생각해 본다.

건강이 악화 돼 여명이 얼마 남지 않은 A씨. 본인 사후 정신장애 3급의 부인과 7살 딸의 보살핌을 고민하던 끝에 다니던 교회의 목사부인에게 2억 원 상당의 부동산을 상속했다. 그리고 2010년 1월 유언장을 작성하고 본인과 가족이 거주하던 아파트도 증여했다. 이후 2010년 A씨는 사망했고, 목사부인은 2013년까지 그의 부인과 딸을 부양했다.

그런데 문제는 목사부인이 유언장에 없는 보험금, 유족연금, 퇴직위로금 등 약 1억 8천여만 원을 임의로 인출해 사용하게 되면서다. 이같은 사실을 인지한 A씨의 부인은 장애인 인권단체의 도움을 받아 목사부인을 상대로 남편의 재산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하게 된다.

이에 대해 법원은 보험금 등은 A씨 부인과 딸의 고유재산이므로 반환하고 상속재산 중 일부도 유류분으로 돌려주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아마도 이런 분쟁은 가족 간에도 흔히 발생할 수 있을 것인데, 기사화 되었던 것은 당사자가 바로 목사부인이기 때문일 것이다. 사망한 A씨가 고민 끝에 상속과 증여를 하며 자신의 가족을 맡기고자 했던 목사부인까지도 돈의 유혹을 쉽게 뿌리치지 못한 현실을 접하며, 과연 우리사회에 해결시스템은 없는 것인지, 금융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고민하게 됐다.

◇ 후견을 통한 신상관리와 신탁을 통한 재산관리

위 사건은 결론적으로 제대로 된 후견인을 통해 신상에 대한 보호장치와 신탁제도를 통한 객관적인 자금관리 장치를 해놨다면 소송까지 가진 않았을 것이다. 물론 A씨가 유언장을 작성하고 사망할 당시인 2010년에는 지금과 같은 성년후견제도가 도입되지 않았고 신탁제도 역시 활성화 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2013년 7월1일부터 시행된 성년후견제가 없었던 2010년 당시 A씨는 장애인인 부인의 후견인 선임을 위해서는 먼저 부인을 한정치산자나 금치산자로 신청해야만 하는 현실과 동시에 미성년 딸의 후견까지 감안해 그래도 믿을만한 제3자로 목사부인을 생각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현재는 부인을 위해서는 전문후견인을 후견인으로 지정하고 그 후견인을 또 미성년자의 후견인으로 지정하는 조치를 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가족들의 신상보호 문제는 해결할 수 있게 된다. 거기에 가족의 실질적인 생계보호를 위한 재산관리 방안으로 신탁제도를 활용한다면 A씨와 같은 고민은 상당부분 해결할 수 있다.

즉 후견인은 남은 가족의 신상보호 임무에 집중하고 신탁에 맡겨진 재산원본은 유지돼 가족 생활을 위해 정해진 금액만 지급하면 후견인을 시험에 들게 하는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게 된다. 예외적인 지급이 필요할 경우에는 당연히 법원의 허가를 받도록 하고 관련인도 그 절차를 준수하면 된다.

◇ 유사 상담사례

사례는 해결방안의 이해를 위해 유사한 유형과 상황만을 설정했음을 밝혀둔다

1. 건강 악화로 남은 가족을 위해 고민한 30대 남자

부인과 자녀 2명을 둔 남자로 본인 사후 부인의 재혼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작은 아파트는 아이들을 위해 자녀들이 성년이 될 때까지 신탁관리하고 보험금 등 현금자산은 부인에게 남겨 놓겠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시스템 및 상품 개발을 해놨음에도 노하우가 부족하고 고객들 역시 낯설어 해 결국 신탁하지 못했다. 지금도 늘 마음에 걸리는 사례이나 유언대용신탁을 활용하면 좋을 전형이라고 볼 수 있다.

2. 남편과 이혼 후 초기 암 진단을 받은 40대 여자

이혼 후 미성년자녀를 양육하던 40대 초반의 여자로 2013년 7월 상담한 사례다. 민법개정으로 2013년 7월 1일 이후 성년후견제도가 도입됐고 이혼 후 양육 친권자의 사망으로 생존한 부 또는 모가 당연 친권자가 되지 않는 제도적 변화가 있었다. 상담을 통해 믿을 만한 가족(이모 또는 친척, 법조인 등)을 후견인으로 지정하는 유언장을 작성하고, 신탁계약을 통해 본인 사후에라도 자녀를 위한 재산관리 방법을 지정했다.

3. 남편과 이혼 후 미성년자녀를 양육하던 40대 여자

남편과 이혼 후 중학생 딸과 생활하던 중 갑작스런 사고를 당한 C씨. 유일한 상속인이 된 중학생 딸의 친권자 문제와 재산관리 문제로 고민 중, 사망한 C씨의 언니가 상담을 하게 됐고 법원의 판결을 통해 신탁계약을 함으로써 미성년 딸을 위한 안전한 재산관리가 가능하게 됐다.

◇ 가정의 다양한 문제해결을 위한 후견제도와 신탁의 결합

위 사례들에 대해 혹자는 너무 극단적인 상황을 설정한 것이 아니냐고 질문한다. 물론 죽음을 회피하고 싶은 마음에서 보자면 당연한 질문일 수 있으나, 좀 더 냉정하게 생각하면 우리 주변에서 실제 접하는 현실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후견제도와 신탁제도가 결합시키면 우리사회의 안정장치가 될 수 있음을 다음 사례를 통해 볼 수 있다.

첫째, 고령화로 인한 치매 또는 발달장애인을 위한 사회적 안정장치 역할이 가능할 것이다. 법원을 통해 선임된 후견인 또는 임의계약에 의한 후견인이 치매노인이나 발달장애인들의 신상을 보호하고 재산에 대하여는 신탁계약을 통해 객관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특히 수탁자는 신뢰성과 도덕성을 유지해 예측가능한 사회적 안전장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

둘째, 이혼으로 인한 미성년 자녀의 공정한 자금관리를 할 수 있다.

셋째, 부모의 동시사망 또는 재난으로 홀로 남겨진 미성년 자녀들을 위한 재산보존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갑작스런 사고로 미성년 자녀들의 경제적 복리를 위해 결정되는 법원의 뜻을 뒷받침해 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시스템이 바로 신탁관리다.

2000년 성년후견제를 도입해 우리보다 13년 먼저 제도를 시행하고 신탁계약을 앞서 연구한 일본 역시 아직도 제도 개선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그보다 늦은 2013년 도입한 우리는 고령화 등 다양한 사회문제 해결의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여러 전문가들의 제도개선 노력과 함께 금융권에서도 사회흐름을 반영한 다양한 신탁 시스템을 개발하고 발전시켜야 한다.

배정식 하나은행 마케팅부장

한양대 경제학과 졸업 및 동대학원 수료, 서울대 금융법무과정(신탁법)
건국대학교 부동산대학원(금융투자 전공10기) 졸업
[저서]'신탁 상속'(재산 분쟁 없는 희망 상속 플랜)
前 하나은행 신탁부 상속신탁팀장
現 하나은행 동탄지점 마케팅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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