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6년 07월 08일 10시56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저희 펀드에 투자하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다만 다른 베트남 펀드에 투자하시는 건 말리고 싶군요."얼마전 드래곤캐피탈의 빌 스툽스 CIO가 서울에서 열린 로드쇼에서 대표 펀드 VEIL(Vietnam Enterprise Investments, LTD)을 소개하며 한 말이다. VEIL이 베트남 주식형펀드 중 최고라는 여유를 보이면서도 다른 베트남 펀드들과 선을 긋는 뼈있는 농담이었다.
베트남 최대 해외기관투자자인 드래곤캐피탈은 상장을 앞둔 기업을 대상으로 딜 소싱 하는 능력과 외국인투자한도 종목을 선점하는 순발력을 갖췄다. VEIL 자산의 7.5%를 하반기 IPO가 예정된 4개 기업 공모주에 투자했고, 외국인투자한도가 있는 우량 종목을 선제적으로 확보한 상태다.
1조원을 굴리고 있는 VEIL 펀드의 지난달 30일 기준 1년 수익률은 11.98%. 드래곤캐피탈의 자신감 넘치는 모습과 VEIL의 알짜배기 성과를 보고 있자니 부러우면서도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빌 스툽스 CIO가 '함량 미달'로 선을 그은 베트남 펀드에는 국내 자산운용사들의 펀드도 포함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 자산운용사들도 2세대 베트남 펀드를 출시하며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그 선두에는 한국투자신탁운용이 있다. 한국투신운용은 지난 3월 베트남그로스펀드를 출시해 600억 원이 넘는 판매고를 올렸고, 이 달엔 베트남 VN30 ETF를 선보이며 베트남 투자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물론 단기간의 성과로 새로 출시된 펀드의 미래를 예측할 수는 없다. 베트남그로스펀드가 비과세 해외펀드라는 점과 최근 베트남 VN지수가 650포인트 안팎까지 오른 것이 단기적으로 펀드 흥행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눈여겨 봐야할 것은 한국투신운용이 베트남에서 보낸 10년의 시간이다. 한국투신운용은 2006년 호치민에 사무실을 열며 1세대 베트남 펀드 운용을 시작했지만 결과는 처참했다. 5년 만기를 앞두고 -32%의 수익률을 기록해 투자자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한국투신운용은 투자자들을 설득해 펀드 만기를 5년 연장하기로 했다. 손실을 기록한 채 펀드를 청산하기 보다는 수익률 회복에 도전하겠다는 의지였다. 그리고 다시 5년이 흐른 지난달 30일, 수익을 내고 펀드를 청산하는 데 성공했다. 만기 시점의 수익률은 25.07%였다.
한국투신운용이 운용보수를 포기하면서까지 만기 연장을 고집한 것은 투자자 신뢰를 지키기 위해서였다. 비슷한 처지였던 운용사들이 일찌감치 청산을 결정하는 와중에도 수익을 내겠다는 약속을 지키기위해 분투를 이어갔다. 결국 한국투신운용은 1세대 베트남 펀드 청산 과정에서 지킨 신뢰를 바탕으로 2세대 펀드를 출시할 수 있었다.
한국투신운용이 지난 10년 동안 베트남 투자로 얻은 운용보수나 투자자들에게 안겨준 수익이 그리 큰 것은 아니다. 하지만 미성숙한 베트남 자본시장의 파고를 온전히 겪으며 고객과의 약속을 지켜낸 경험은 한국투신운용의 큰 자산이 될 것이다. 베트남에서 '실패'와 '반등'을 모두 겪고 다시 시작하는 한국투신운용의 2세대 베트남 펀드가 기대되는 이유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Market Watch]DN솔루션즈 이어 롯데글로벌까지, 대형 IPO '휘청'
- [롯데글로벌로지스 IPO]흥행 실패 우려, 결국 상장 철회로 귀결
- [AACR 2025]제이인츠 'JIN-001', 독성 최소화한 '저농도' 효능 입증
- [Financial Index/SK그룹]주가상승률 50% 상회, SK스퀘어 'TSR' 그룹내 최고
- 금호타이어, 분기 '최대 매출'…영업이익은 '주춤'
- 유지한 SKC CFO "트럼프 관세, 위기보다 기회"
- [i-point]신테카바이오, 'K-BioX 글로벌 SUMMIT 6' 참여
- 간추려진 대명소노그룹 선택지, '티웨이'에 집중
- [감액배당 리포트]제주항공, 신속한 885억 감액…배당은 못했다
- [중간지주 배당수익 분석]세아베스틸지주, 배당수익 3배 급증...분할회사도 첫 기여
최필우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은행경영분석]BNK금융, 건전성 지표 개선에 달린 '밸류업' 가능성
- [금융사 KPI 점검/하나은행]본사 정책 평가 강화, '건전성·손님만족' 항목 힘줬다
- 하나금융, 절묘한 RWA 관리 '밸류업 행보' 지속
- [금융사 KPI 점검/하나은행]영업점에 수익 확대보다 '고객 만족' 강조한다
- [BNK금융 인사 풍향계]하나·KB금융 출신 전문가 영입 '리스크관리·디지털' 강화
- [우리금융 인사 풍향계]IB 임원 겸직 체제 도입, 임종룡 회장 우투증권 힘싣기
- 우리은행, '위기기업 대응 조직' 신설 자본비율 관리 고삐
- iM금융, 성공적 RWA 관리 'CET1 12%' 고지 올랐다
- [컨콜 Q&A 리뷰]신한금융, 속도감 있는 주주환원율 제고 '자신감'
- 신한은행, 자금세탁방지부 '본부 격상·경영진 배치' 배경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