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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흔들어놓은 동양생명]대표이사도 소외…30대 중국인 이사회 주도①젊은 中 임원, 기존 임직원과 충돌?…일부 애널리스트, 폐쇄적 소통에 불만제기

안영훈 기자/ 윤 동 기자공개 2016-07-28 10:19:47

[편집자주]

동양생명은 지난해 9월 안방생명보험에 인수되며 국내 제1호 중국계 보험사로 거듭났다. 인수회사 안방보험에 대한 관심도 많아졌고 동시에 피인수회사 동양생명이 겪고 있는 변화도 업계 이슈가 됐다. 중국계 보험사로의 변신 첫 돌을 한달여 앞둔 동양생명이 지난 1년간 어떻게 바뀌었는지 살펴봤다. 동양생명의 변화는 향후 출범하는 제2호, 제3호 중국계 보험사의 진로를 가늠해 볼 수 있는 마중물이다.

이 기사는 2016년 07월 27일 14:2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중국계 보험사로의 첫돌을 한 달여 앞둔 동양생명의 내부 변화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동양생명을 움직이는 임원진의 구성이다.

인수기업의 임원들이 피인수기업의 요직을 차지하는 것은 숙명이다. 하지만 다른 M&A(인수합병) 사례와 달리 동양생명의 경우 유독 중국인 임원들이 이사회 전반을 장악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젊은 연차의 중국인 임원들이 대거 선임됐다는 점도 특이점이다. 이들은 실용적인 성향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으나 지나치게 젊어 기존 동양생명 임직원과 세대차이로 인한 갈등을 내포하고 있다.

◇이사회 철저한 점령, 타 외국계·보고펀드 시절보다 강도 높아

지난해 9월 16일 동양생명의 최대주주는 보고펀드에서 중국 안방생명보험으로 바뀌었다. 같은 날 이뤄진 주주총회에서 9명의 등기임원 중 구한서 대표이사 단 한명을 제외한 모든 등기임원이 교체됐다.

주총 이후 4명의 사내이사 중 구 대표이사를 제외한 3명의 사내이사 자리는 모두 중국계 임원들에게 돌아갔다. 5명의 사외이사도 전면 교체됐는데, 신임 사외이사 중 두 명이 중국계 사외이사다.

동양생명 이사회 변화

미등기임원 교체도 대거 이뤄졌다. 중국 본토에서 인사총책임자이자 COS(최고보좌관, Chief of Staff)로 리수 상무를 영입했다. CRO, HR담당, 다이렉트영업 담당, 재무회계·계리팀 담당 임원들도 동양생명과 별다른 연관 관계가 없는 국내 외부인사로 채웠다.

임원 교체는 동양생명 의사결정 키맨들의 교체기도 하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이사회 구성이다.

동양생명의 최고 의결기구인 이사회는 산하에 감사위원회, 리스크관리위원회,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내부거래위원회, 보상위원회 등을 두고 있다.

보고펀드 최대주주 시절 동양생명의 리스크관리위원회와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의 위원장은 구한서 대표이사였다. 보상위원회와 지금은 사라진 경영위원회는 박병무 기타비상무이사(보고펀드 대표)가 이끌었다.

하지만 안방생명보험에 인수된 후 동양생명 이사회 내 위원회는 중국계 임원들이 전적으로 이끌고 있다. 구한서 대표이사는 위원회 위원장 자리는 커녕 위원회 멤버에서조차 제외돼 있다. 한국계 사외이사도 감사위원회, 내부거래위원회,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에만 한명씩 들어가 있다. 3인의 의사결정 체계에서 아무리 반대표를 던져도 과반을 넘지 못하는 구조다.

동양생명 이사회 내 소위원회
*노란색: 한국계 사외이사

반면 중국계 사외이사인 푸챵, 리훠이 사외이사의 경우 5개 위원회에 두명이 동시에, 혹은 한명이 참여하는 식으로 모두 관여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안방생명보험은 동양생명 이사회를 철저하게 자기 사람 위주로 구성하고 있다"며 "다른 외국계 보험사들이 대표이사나 자기사람을 위원회 위원장 등 핵심자리에 앉히고 한국인 사외이사들 중심으로 이사회내 위원회를 구성하는 것과는 현격한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젊은 전문직 임원들, 기존 조직원들과 엇박자?

동양생명 이사회내 위원회에서 중요 안건을 처리하는 푸챵, 리훠이 사외이사는 각각 1976년, 1977년 생이다.

안방생명보험 인수 후 선임된 중국계 임원(미등기이사) 중에서는 재무회계·계리팀 담당 임원인 '피터 진' 상무보가 1977년 생이다.

상당히 젊은 연차의 임원들이지만 이들은 상당한 전문성을 가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실제 인수 초기엔 업계에서 중국계 낙하산이란 의혹도 제기했지만 이러한 의혹은 사라진지 오래다.

실제로 푸챵, 리훠이 사외이사는 각각 싱가포르 국립대에서 현재 부교수와 조교수를 맡고 있다.

재무회계·계리팀 담당 임원인 피터진 상무보는 국내 계리업계에서도 잘 알려진 인물이다. 중국 조선족으로 알려진 피터진(김설봉)은 북경대를 수석입학했다는 소문이 돌 정도로 우수 재원으로, 동양생명 합류 직전까지 EY한영에서 계리팀을 총괄했다. 그가 동양생명으로 옮긴 후 EY한영의 계리팀 역량이 줄었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계 임원들, 특히 젊은 임원들의 경우 상당히 실용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며 "중국 뿐 아니라 해외에서 유학하거나 일했던 만큼 일하는 스타일은 미국 및 유럽 인사들과도 비슷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젊은 연차에 실용주의적 사고는 기존 조직원들과 갈등을 빚을 수 있는 여지가 높다. 동양생명의 국내계 사외이사들은 1950년대 생, 미등기이사들이 1960년대 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동양생명 시스템 구축 과정에서 중국계 임원이 특정 업체에게도 입찰 기회를 줄 것을 지시했는데 실무자들이 보낸 입찰제안서는 해당 업체가 참여할 수 없는 방식으로 발송됐다"며 "업계에선 내부갈등이 표면화된 사례로 보고 있는데 진실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증권업계에선 문화적 차이로 인해 동양생명과의 커뮤니케이션이 갈수록 힘들어진다는 불만이 커지고 있다. IR을 담당하는 리수 상무가 베일에 쌓여있다고 표현될 정도로 회사와 외부의 접촉이 없기 때문이다. 이는 회사 정책이나 상황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는 다른 회사 IR 담당 임원들은 물론 안방보험에 인수되기 전 동양생명과도 큰 차이가 있다.

한 애널리스트는 "안방생명보험 인수 후 동양생명과의 커뮤니케이션이 이전보다 힘들어졌다"며 "한국 임원들이 회사 정책이나 상황에 대해 몸을 사리는 듯한 느낌을 많이 받고 있고, 중국계 임원들과는 대면조차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리수 상무는 1987년생으로 동양생명은 물론 보험업계를 통틀어서 최연소 임원으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는 안방보험그룹 자산관리부장과 총무실 이사대우로 활동했으며, 동양생명에서는 인사 및 IR 총책임자이자 COS(최고보좌관, Chief of Staff)를 맡고 있다. COS는 CEO의 모든 일정을 수행하면서 CEO에게 조언하는 직책으로, 구 대표이사의 일거수일투족을 모두 확인할 수 있는 자리다. 구 대표이사는 1957년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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