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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섬소년, '바이오헬스 전설'을 꿈꾸다 [취중FUND談] ②한용남 동부자산운용 수석매니저

박상희 기자공개 2016-08-10 09:58:00

[편집자주]

펀드매니저의 세계는 냉정하다. 수익률이라는 숫자 앞에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 하지만 펀드 매니저 역시 수익률이 잘 나오면 행복하고, 그렇지 않으면 속상한 평범한 월급쟁이의 삶을 살아간다. 펀드 좀 운용한다는 '고수'들을 만나 펀드 '희노애락'을 들어본다. 인터뷰 대상은 매니저 경력 10년 이상, 동일펀드 운용 경력 3년 이상으로 제한했다.

이 기사는 2016년 08월 04일 17:4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바이오주는 롤러코스터로 비유되는 증시의 한복판에 서 있는 종목 중 하나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다가 순간 나락으로 떨어지기도 한다. 한용남 동부자산운용 수석매니저의 인생도 롤러코스터만큼은 아니지만 상당히 드라마틱했다.

한 매니저는 지난 2002년 말 동부자산운용에 입사했다. 펀드매니저가 아닌 경영지원팀 사원으로 발을 디뎠다. 자산운용사에서 펀드매니저가 주연이라면 백 오피스 직원은 눈에 보이지 않는 조연이다. 그의 이름이 업계에 회자되기 시작한 건 동부바이오헬스케어펀드가 자금 몰이를 시작한 2015년부터다. 업계 비주류 매니저였던 그는 자고 일어나보니 스타 매니저가 돼 있었다.

◇IT 동경, 우연한 기회에 운용역과 인연

한 매니저는 원래 IT(정보 기술) 분야에 관심이 많았다. 전공은 경영학이었지만 IT 전문가를 꿈꿨다. 타고난 재능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지금도 웬만한 프로그램 시스템을 스스로 개발해서 사용할 정도다.

"동부바이오헬스케어펀드가 중소형주보다도 오히려 변동성이 낮은 편이에요. 포트폴리오를 세부적으로 쪼개서 관리하기 때문인데, 그걸 가능하도록 제가 프로그램을 설계했어요. 회사 IT 부서에 작업을 맡길 수도 있지만 시간도 오래 걸리고 제 머리 속에 있는 게 그대로 구현되는 것도 아니라서 그냥 직접 프로그램 시스템을 설계하고 만들어요."

IT 업계를 동경했던 그는 왜 자산운용사와 연을 맺었을까.

"지금만큼은 아니겠지만 나름 취업난이 심각할 때였어요. 여기저기 원서를 넣었는데, 덜컥 합격한 거죠. 자산운용사가 뭐하는 곳인지도 몰랐지만 일단 출근했어요. 한 1년 다니다보니까 무엇을 하는 곳인지 감이 오더라고요. 기왕 자산운용사에서 일하려면 메인인 펀드매니저가 돼야겠다 싶었어요. 그래서 남몰래 펀드 매니저 자격증도 준비하고 기회를 살폈어요."

애당초 원하는 직업군도 아니었는데 회사를 옮기거나 경력을 바꾸는 선택을 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돌아온 대답은 심플했다. "제가 와이프와 10년간 연애를 했어요. 원래 성격이 여자친구든, 직장이든, 직업이든 쉽게 뭘 바꾸는 성격이 아니예요." 종목 선택도 마찬가지인 듯 했다. 그가 운용하는 펀드의 회전율은 70% 내외로 낮은 수준이다.

도광양회(韜光養晦) 하고 있던 그에게 기회가 왔다. 우연히 공석이 발생한 투자전략본부 애널리스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자원했다. 그렇게 그는 2005년 10월 애널리스트가 됐다. 이후 퀀트 애널리스트, 유틸리티·제약 바이오 섹터 담당 애널리스트 등을 거쳐 2006~2007년부터는 운용에도 발을 담그기 시작했다.

팀 운용이기 때문에 투자설명서 상에 이름이 올라가지는 않았지만 '동부TheClassic진주찾기주식투자신탁' 등 회사 대표펀드 운용에 참여했다. 지난 2009년 11월 설정된 '동부바이오헬스케어증권투자신탁1[주식]'은 그가 정식으로 운용역으로 이름을 올리게 된 첫 펀드였다.

◇한때 찬밥 신세...'비주류' 매니저 설움 겪어
한용남 사무실
한용남 동부자산운용 수석매니저

애널리스트가 됐지만 이후 여정도 순탄치는 않았다. 바이오 업종은 사기꾼들이 '뜬 구름' 잡는 이야기로 투자자들을 홀리는 곳으로 치부되기 일쑤였다. 초기 10억 원으로 시작한 운용규모도 늘지 않았다. 판매사도, 투자자도 크게 관심이 없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펀드를 설정할 때만 해도 의욕적이던 회사도 시장에서 반응이 없으니 더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펀드도 회사도 '찬밥' 신세였다. 이런 상황에 수익률마저 크게 빠져버리면 지옥이 따로 없었다.

"2013년 펀드 성과가 굉장히 안 좋았어요. 집에 말도 못하고, 내가 이일을 계속 할 수 있을지 고민이 많았죠. 하루는 가족들 잠든 새벽에 소파에 멍하니 앉아 있었는데, 와이프가 언제 깼는지 와서 그러더라고요. 일 힘들면 그만두라고요. 자기가 먹여 살릴 수 있다고. 그 말에 오히려 힘을 얻었죠. 그 힘든 시기가 지나가고나니 마법처럼 일이 풀리기 시작하더라고요. 중소형주가 꿈틀대고, 바이오 헬스케어주가 주목받기 시작한 거죠."

5년 전인 2011년 8월만 해도 운용 규모가 60억 원에 불과하던 동부바이오헬스케어펀드는 지난해 5월 처음으로 1000억 원을 돌파했다. 올해 3월 2100억 원으로 최고액을 찍은 이후 현재 규모는 1800억 원 수준이다. 동부자산운용의 공모펀드(MMF 제외) 가운데 '동부단기국공채공모주증권투자신탁1[채권혼합]'(1989억 원)에 이어 규모가 두 번째로 크다. 이 펀드 역시 한 매니저가 운용을 책임지고 있다.

회사에서의 입지도 크게 달라졌다. "요즘엔 회식을 하면 사장님이나 부사장님이 항상 저를 옆에 앉으라고 하세요. 제가 원체 술을 잘 못하는 걸 알면서도 옆에 두고 싶으신가 봐요. 작년에는 회사 입사 이후 인센티브도 가장 많이 받았고요. 이 맛에 펀드매니저 하나 싶더라고요."

한 매니저는 동부바이오헬스케어펀드가 최고 인기를 구가할 때인 작년 밀려드는 언론 인터뷰 요청을 대부분 고사했다. 펀드 수익률이 높을 때 펀드나 매니저가 언론에 노출되면 이를 보고 투자자들이 고점에 들어와서 물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펀드 수익률이 좋을 때 언론 인터뷰에 응하고, 그렇지 않을 때 언론 노출을 꺼려하는 매니저와는 반대되는 행보다.

"수익률이 안 좋을 때는 제가 어떤 말을 해도 욕을 먹을 겁니다. 사실 그럴 각오를 하고 인터뷰에 응한 측면도 있어요. 수익률 좋을 때 펀드에 가입하는 투자자들의 '역선택'을 최소화하고 싶었거든요."

한 매니저는 목에는 블루투스 이어폰을, 양 손에는 스마트 워치와 스마트밴드를 항상 착용하고 다닌다. 요즘엔 더워서 대중교통을 이용하지만 지난달까지만 하더라도 한강변을 따라서 서울 양평(신월동) 자택까지 5킬로미터에 달하는 거리를 도보로 퇴근했다고 한다. 한강 파라다이스 호프집은 어찌 보면 퇴근길의 출발점이었다. 술이 약하다는 한 매니저는 맥주 두 모금을 마신 뒤 어느내 얼굴이 붉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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