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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업 '인위적 구조조정'이 답인가 [thebell note]

강철 기자공개 2016-09-23 08:36:43

이 기사는 2016년 09월 22일 08:0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철강업계의 화두는 '후판 구조조정'이다. 국내 철강업 구조조정 컨설팅을 맡은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이 '후판 공급과잉 물량이 400만~500만 톤에 달하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 후판공장 3곳을 폐쇄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중간보고서를 제출한 것이 적잖은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후판공장 폐쇄는 사실상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을 겨냥했다고 볼 수 있다. 국내 후판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이들 3사의 연간 후판 생산량은 약 1200만 톤에 달한다. 단순 수치만 놓고 봤을 때 공급과잉 물량 500만 톤을 줄이기 위해서는 당장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이 후판 사업을 접어야 한다.

국내 철강 시장의 공급과잉이 심각한 수준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각 철강사들이 '몸집 줄이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건 충분히 공감한다. 중국산 후판의 국내 유입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가장 큰 고객인 조선사들이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돌입하는 등 업황 개선 전망이 어두운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각 철강사들의 후판 수급 전략을 면밀하게 검토하지 않은 상황에서 '후판공장을 무조건 닫으라'는 식으로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독려하는 게 과연 효과가 있을 지 의문이다. 특히 철강사들이 선제적으로 추진한 다운사이징, 품질 차별화 정책 등을 고려하지 않은 채 '공급과잉을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은 생산량 감소'라는 결론을 내린 건 문제가 있다.

철강사들은 이미 3~4년 전부터 후판 사업의 규모를 축소하고 있다. 일례로 동국제강은 포항 1·2 후판공장을 닫고 모든 생산라인을 당진제강소로 일원화했다. 현대제철도 지난해 1후판공장의 설비 합리화를 단행했다. 금융당국이 조선사와 달리 철강사들에 대해 자구 계획안 제출을 강제하지 않은 건 이 같은 선제적 구조조정을 고려한 결과라 할 수 있다.

생산량 감축과 더불어 원유수송용, 해양플랜트용 등 고부가가치 후판의 판매 비중을 높이는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품질 경쟁력을 갖췄기 때문에 중국산 저가 후판의 유입이 철강사들의 수급 전략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철강사들은 후판공장 폐쇄에 대해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특히 인위적인 구조조정이 철강사들의 '고부가가치 후판 차별화 전략'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는 점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후판공장 3곳의 폐쇄가 최종 보고서에 채택된다 해서 이를 반드시 따를 이유는 없다는 주장이 나올 정도다.

이러한 업계의 반발을 감안한 듯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철강업 구조조정은 기업이 자율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맞다"고 밝혔다. 컨설팅을 의뢰한 한국철강협회 역시 "업계 의견을 수렴한 후 보고서를 다시 수정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컨설팅 결과에 철강사들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될 수 있는 여지가 생긴 셈이다.

최근 만난 철강업계 관계자는 "철강업 구조조정은 시장 논리에 따라 자율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정부의 역할은 원활한 구조조정을 위한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에 그쳐야 한다. 일방적인 감산 요구는 오히려 철강사들의 경쟁력을 깎아내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적으로 공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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