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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젤투자 맞나요?"…투자자 횡포에 '몸살' [블랙엔젤 주의보①]피해 사례 잇따라…"연대보증 제도 등은 없어져야"

류 석 기자공개 2016-10-13 08:20:56

이 기사는 2016년 10월 12일 07:1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렌터카 관련 모바일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는 스타트업 대표 A씨는 최근 한 엔젤투자자로부터 약 1억 원의 투자를 제안받았다. 페이스북 마케팅과 안드로이드 개발자 채용이 급했던 A씨는 덜컥 투자 계약서에 사인을 해버렸다. A씨는 투자금에 대한 연대보증 조건이 포함된 것을 뒤늦게 확인했다.

#친환경식품 이커머스를 최근 출시한 B씨는 팁스 운용사 C사로부터 투자를 제안받았다. C사는 투자계약에 앞서 투자금과는 별도로 팁스(TIPS) 자금 9억 원도 매칭시켜주겠다고 약속했다. 당연히 지분 제공 협상은 C사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B씨는 이를 고려해 지분을 더 넘겨줬지만, 결국 팁스 자금 매칭은 실패했다. C사는 팁스 자금 매칭 여부를 지분 협상에서 일종의 유리한 카드로 이용했다.

엔젤의 탈을 쓴 초기기업 투자자들의 횡포에 이제 막 사업을 시작한 스타트업들이 피해를 보는 사례가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투자 관련 정보가 부족한 스타트업 대표들이 정보비대칭성으로 인한 피해자가 되는 사례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블랙엔젤 활개…초기기업 창업자에 연대보증까지 요구

아직도 국내 스타트업 투자 환경에서는 창업자에게 연대보증을 요구하거나 거짓으로 정부 자금 매칭을 약속하는 엔젤투자자들이 상당수 존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엔젤투자자들이 연대보증 제도를 활용해 투자자와 스타트업 창업자가 함께 짊어져야 할 미래 위험을 창업자에게만 떠넘기고 있는 셈이다. 투자금이 없으면 사업을 접어야 할 처지에 놓인 창업자들의 경우 이러한 조건도 쓴 약 삼키듯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구태언 테크앤로 대표변호사는 "연대보증 제도는 거의 국내 스타트업 환경에만 존재하는 좋지 않은 투자 조건"이라며 "향후 창업자가 실패했을 경우 재기 불가능한 상태로 만들어버리기 때문에 초기 엔젤투자 단계에서 이를 요구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청의 팁스나 미래창조과학부 매칭 자금 등 정부 지원을 활용한 알선수재도 횡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팁스나 미래부에 자금 유치를 추천해줄 수 있는 엔젤투자사들은 지분협상에서 유리한 위치일 수밖에 없다. 국가의 자금이 투자사의 협상카드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팁스 운용사로부터 투자를 유치한 한 스타트업 대표는 "운용사의 담당 심사역이 금액까지 특정하며 팁스 자금 매칭을 약속해줬기 때문에 꼭 그만큼은 아니지만, 지분을 더 넘겨줄 수밖에 없었다"며 "그런데 약속과는 다르게 자금 매칭이 실패했고, 지분을 도둑맞은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경영권 간섭·지나친 성과 요구…창업자 명성 악용 사례도 존재

창업에 대한 열기가 뜨거워지면서 투자 유치를 원하는 스타트업들도 자연스레 증가하고 있다. 때문에 이러한 엔젤투자자들의 '갑질'은 더욱 강해지는 추세다. 연대보증 조건과 자금 매칭 약속 뿐 아니라 경영권에 대한 간섭, 엔젤투자라고 보기 어려운 과도한 투자 조건 등이 스타트업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최근 한 엔젤투자자로부터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 대표의 경우 본래 하고자 했던 사업을 접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투자 당시 회사의 이사 권한을 부여한 게 화근이었다. 매주 월요일 회의 때마다 참석해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식으로 참견하더니, 갑자기 사업 방향을 바꾸라는 요구까지 한 것이다. 계속해서 짧은 시간 안에 무리한 성과를 요구하고, 때마다 보고를 요구해 본연의 업무보다는 성과 보고에 많은 시간을 허비하기도 했다.

해당 스타트업 대표는 "투자 이후 지나친 간섭 때문에 창업에 대한 회의감 마저 들었다"며 "투자사의 요구가 너무 많다 보니 지금은 사업 방향이 처음과 너무 달라져서 사업에 대한 큰 의욕이 안 생긴다"고 씁쓸해했다.

다른 스타트업 대표는 최근 황당한 일을 겪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창업한 경험으로 국내에서 나름 유명세를 얻은 그는, 시시때때로 술자리에 불러내는 엔젤투자자로 인해 곤란을 겪은 적이 있다. 창업자의 명성을 엔젤투자자 자신의 비즈니스에 이용하려고 한 것이다.

한 스타트업 대표는 "사실상 우리나라 투자 시장은 스타트업보다는 엔젤투자자에게 유리하게 설정돼 있다"며 "정말 선의로 스타트업을 지원하고자 엔젤투자를 하는 투자자는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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