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6년 11월 08일 07시48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국민연금관리공단 기금운용본부가 시끌시끌하다. 국내 주식, 채권, 인프라 운용 등을 각각 책임지고 있는 팀장급 인사 5명이 잇따라 사표를 제출하면서 내부적으로 술렁이는 분위기다. 아마도 내년 3월로 예정된 전라북도 전주 이전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들을 포함해 올해만 운용인력 25명이 퇴사했다고 하니 이 정도면 엑소더스라 불릴만 하다.문득 얼마전 만난 기금운용본부 관계자의 얘기가 떠올랐다. 경력 공채를 진행했는데, 지원자들의 면면을 살펴보니 실망스럽기 짝이 없었다는 하소연이었다. 다시 말해 돈을 잘 굴리는 '선수'는 없고, '공무원'이 되고 싶은 사람 밖에는 없다는 뜻이다. 문제는 지원 자격이었다. 국민연금에서 제시한 공공기관 기금운용 자격을 간신히 넘어선 지원자들만 있었을 뿐 정작 눈에 띄는 경력을 가진 사람은 없었다는 것이 내부 관계자의 평가였다.
이쯤에서 국민연금의 정체성이 무엇인지 곰곰히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국민연금은 정부의 출자에 의해 설립돼 보건복지부의 관리 감독하에 있는 공공기관이다. 국민 노후를 책임지는 중차대한 임무를 맡고 있다는 점에서 공적부조(公的扶助)의 책무가 막중하다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국민연금의 최우선 가치는 공공성일까. 국민연금의 존립 근거와 조직의 태생적, 행정적 위치는 공공기관이 맞다. 하지만 국민의 안정적인 노후 자금을 굴려야 한다는 점에서 진정한 목표는 기금 운용의 수익성과 효율성이다. 이러한 특징 때문에 국민연금, 엄밀히 말해 기금운용본부는 일반 금융회사와 다를 바 없다.
하지만 정부는 아이러니컬하게도 기금운용본부를 공공성이라는 틀에 가두어 옴짝달싹 못하게 만들고 있다. 국민들의 노후를 풍족하게 만들라는 무거운 숙제를 던져놓고, 업무의 성과와 기준은 일반 공무원의 잣대에 맞추고 있으니 답답하기 짝이 없는 노릇이다.
사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독립, 더 나아가 공사화 논의는 이전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던 사안이다. 그러나 조직 논리와 정치적 이해관계에 가로막혀 속시원한 해답없이 흐지부지 시간만 흘러왔다. 그 사이 국민들의 돈을 책임지고 있는 쓸만한 운용인력들은 기금운용본부를 떠나고 있다.
결론은 뻔하다. 국민연금이 진정 국민을 위한 것이라면 기금운용본부는 오롯이 자산 증식과 수익성 확대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국민연금 고갈`이라는 험악하고 섬뜩한 말이 더이상 나오지 않기 위해서라도 기금운용본부는 공무원 보다는 유능한 선수에게 맡기는 것이 옳다. 그리고 그 핵심은 기금운용본부의 독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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