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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직접 쏜다" 박현주식 고객동맹론 [대체투자 돋보기]③총액인수보다 PI 무게…미래에셋대우 합병 후 6.6조 실탄 확보

민경문 기자공개 2016-11-24 06:32:00

이 기사는 2016년 11월 23일 08: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우리는 가만히 있으면서 클라이언트에만 사라고 하는 건 잘못된 거 아니냐" 이른바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의 '고객동맹론'이다. 어지간하면 공동 투자를 통해 고객 신뢰를 쌓아나가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자산관리에 강점을 보여 온 미래에셋의 색깔이기도 하다. 이는 최근 각광을 받고 있는 대체투자 영역에서도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부분이다.

미래에셋증권도 자기자본투자(PI) 비중이 높은 편이다.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 등 자본력이 우수한 대형 증권사들이 총액인수에 주력하는 것과 차별화되는 부분이다. 총액인수는 일단 셀다운(sell-down)이 성사되면 사실상 리스크가 '제로'에 가깝다. 단순 브로커리지보다는 수수료가 높긴 하지만 업사이드(upside)를 기대할 수 없는 만큼 수익성 한계가 분명하다.

미래에셋의 대체투자는 특히 해외에서 발군의 실력을 증명해 왔다. 2006년 중국 상해 푸동에 미래에셋타워를 시작으로 브라질, 미국, 호주 등지의 부동산에 투자하고 있다. 현재 8조원에 육박하는 대체투자 자산을 운용하고 있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은 2009년 업계 최초로 해외 투자 인프라펀드(SOC)를 선보이며 주목을 받았다.

백미(白眉)는 지난 8월 미국 댈러스에 있는 스테이트팜(statefarm) 빌딩 4개동을 인수한 거래였다. 거래금액은 총 9500억 원. 후순위 인수금액 4280억 원 가운데 절반을 미래에셋이 충당했다. 미래에셋운용이 설정한 공모펀드가 670억 원을, 나머지 1200억 원 가량을 미래에셋증권 고유자산운용부서에서 직접 투자한 것이다.

스테이트팜은 2015년 포춘 500 기업 중 35위, 글로벌 500 기업 중 127위에 오른 북미 최대 손해보험사다. 신용등급은 AA로 미국 국가신용등급(AA+)보다 한 노치 낮고 아마존(AA-)보다 한 노치 높은 수준이다. 미래에셋과는 세일즈앤리스 형식으로 향후 20년 간 임차계약을 맺었다. 부동산이 담보된 글로벌 등급 기준 AA급의 20년물 채권을 사들인 셈이다.

20년 후에는 건물을 팔 수도 있다. 설사 부동산 가치가 '0'이 되더라도 그 동안 받은 임대료로 원금 회수(IRR 약 4%)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지난 6월 미국 시애틀에 있는 아마존 본사를 사들인 거래도 100% 임차 확약이라는 점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 당장 자금 회수가 어려운 만큼 유동성은 떨어지지만 건전성 지표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장기투자에 미래에셋이 고유자산을 배분할 수 있는 건 오너회사라는 부분도 한 몫 했을 것으로 보인다. 주인이 없는 회사의 일반적인 대표이사 임기(3년)를 고려하면 쉽지 않은 의사결정이다. 지난 6월 미래에셋그룹이 한국전력의 2조원 규모 전력신산업 펀드(ENIF)와 같은 초장기 프로젝트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과도한 투자가 아니냐는 우려의 시각도 나오지만 미래에셋은 개의치 않는 눈치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대체투자와 같은 저유동성 자산이 미래에셋증권의 전체 투자 자산 중에 차지하는 비중은 10% 밖에 되지 않는다"며 "요즘과 같은 저금리에 1.5%짜리 국고채만 사서는 주주한테 배당을 주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미래에셋의 대체투자 여력은 앞으로 더욱 커질 전망이다. 미래에셋대우와 미래에셋증권의 합병 후 자기자본은 약 6조 6000억 원이 된다. 단연 국내 최대 증권사다. 시장 관계자는 "박현주 회장이 미래에셋대우를 인수한 것도 결국 단순 IB강화가 아닌 자기자본을 활용한 대체투자 폭을 넓히기 위한 포석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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