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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LG생명과학 합병 '주가 딜레마' [thebell note]

강철 기자공개 2016-11-30 08:29:47

이 기사는 2016년 11월 29일 07:5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LG생명과학은 지난 28일 LG화학과의 합병 계약을 승인하기 위한 주주총회를 열었다. 주주총회장에 모인 주주들의 최대 관심사는 '주식매수 청구'였다. 매수 예정 단가보다 1만 2000원이나 낮게 형성되고 있는 주가 때문인지 주식매수 청구 규모가 합병 해지 한도인 3000억 원을 넘을 시 어떻게 대응할 건가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주주총회가 끝난 후 만난 정일재 LG생명과학 대표는 "주가를 인위적으로 끌어 올릴 수는 없지 않겠냐"고 말했다. 이어 "주식매수 청구가 합병 과정에서 별다른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정 대표의 말은 "주가를 올리지 못해 결국 주식매수 청구가 대거 들어와도, 이를 충분히 감당할 만한 현금을 가지고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졌다.

LG생명과학의 최대주주인 ㈜LG를 제외한 나머지 주주들이 모두 주식매수를 청구한다고 가정할 경우 LG화학과 LG생명과학은 약 7946억 원을 준비해야 한다. LG화학의 지난 3분기 말 기준 현금성 자산이 1조 9000억 원에 달하는 점을 감안할 때 정 대표의 말대로 주식매수 청구가 합병 과정에서 큰 걸림돌이 되지 않을 수 있다.

다만 주식매수 청구가 3000억 원을 넘은 상황에서 합병을 강행하는 것이 상당한 리스크를 수반하는 건 분명하다. 가장 큰 리스크는 주주들의 반발이다. 대규모 자금 소요로 인한 기업 가치 훼손을 우려한 주주들이 집단으로 합병 철회를 요구할 수 있다.

국민연금이 LG생명과학 지분 10.41%를 보유한 2대주주라는 점은 주식매수 청구 관점에서 리스크를 한층 고조시키는 요인이다. 매수 예정 단가인 6만 7992원을 적용한 국민연금 지분 10.41%의 가치는 약 1200억 원이다. 국민연금이 매수를 청구할 때 합병 해지 한도의 40%가 한꺼번에 소진된다. 원활한 합병을 위해서는 국민연금의 매수 청구를 어떻게 해서든 막아야 하는 셈이다.

국민연금은 최근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삼성그룹 총수 일가에게 특혜를 주기 위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주주총회에서 손실을 감수하고 찬성표를 던졌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LG생명과학 주가가 6만 7992원보다 낮은 걸 인지하고도 주식매수를 청구하지 않는다면 또 다른 논란을 야기할 수 있다. 다음달 19일까지 주가가 6만 7992원을 회복하지 못할 경우 국민연금이 매수 청구권을 행사할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은 2년 전 이와 비슷한 상황을 마주했다. 양사 주주총회에서 합병을 승인했으나 매수 청구 마감일까지 삼성엔지니어링의 주가가 매수 단가를 하회했다. 이에 국민연금은 매수 청구권을 행사했고, 이 여파로 삼성엔지니어링에만 7063억 원의 매수 청구가 몰렸다. 결국 양사는 주주 가치 및 권익을 보호한다는 명분 하에 합병을 철회했다. LG생명과학의 주가가 남은 20일 사이에도 지금처럼 답보를 거듭하면 이 같은 전례가 되풀이 될 수 있다.

주주총회 막바지에 발언권을 얻은 한 주주는 "주식매수 청구가 3000억 원을 넘을 시 무효가 될 수 있는 점을 충분히 고려해 남은 합병 절차를 원활하게 진행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주주의 말대로 별다른 시행착오 없이 합병이 성사될 수 있을까. LG생명과학의 주가 추이와 다음달 공개될 주식매수 청구 결과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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