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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신양회, '연속 실패' 신사업 도전 멈추지 않는 이유는 시멘트업 성장정체 극복 '고육책'… 3세 후계구도 포석 해석도

강철 기자공개 2016-12-14 08:30:27

이 기사는 2016년 12월 09일 16:0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성신양회가 잇따른 실패에도 불구하고 10년 넘게 이종분야 신사업에 대한 도전을 지속하고 있어 배경이 주목된다. 특히 업계 경쟁사들이 건자재 유관업종으로 다각화 전략을 추진하고 있는 것과 달리 게임·문화콘텐츠·바이오·IT 등 본업과 연관성이 적은 분야에 투자한 사례가 적지 않아 눈길이 쏠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재무구조가 열악한 상황에서 사양사업으로 분류되는 시멘트 사업의 성장 한계를 극복하려는 고육책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오너 일가의 승계 및 후계구도 정리 목적이 가미된 행보라는 해석도 제기되고 있다.

◇2003년부터 IT·문화콘텐츠·제조·바이오 등 다방면 투자

성신양회가 다른 사업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은 2003년이다. 그해 6월 세중게임박스 지분 10%를 취득하며 게임 시장 진출에 나섰다. 2004년에는 지분 5%를 추가 매입해 지분율을 15%로 늘리며 2대주주에 올랐다.

세중게임박스는 당시 마이크로소프트(MS)의 비디오 게임기(X-박스), 소프트웨어 등을 국내에 독점 판매할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있었다. 이를 토대로 2004년까지 연간 100억 원 안팎의 매출을 올렸으나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에 크게 밀리면서 2005년부터 매출과 수익이 급감했다. 결국 성신양회는 2008년 세중게임박스 지분을 전량 처분했다.

2004년에는 영구아트 지분 10%를 확보하며 문화콘텐츠 사업 진출을 타진했다. 당시 성신양회가 투자한 40억 원은 대부분 심형래 영구아트 대표가 만든 SF 영화 '디워(D-War)' 제작에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디워는 나름 흥행에 성공했지만 국내에서만 170억 원의 적자를 내는 등 수익성에선 참담한 결과를 냈다. 결국 영구아트는 2011년 7월 파산했고, 성신양회는 15억~20억 원의 손해를 입었다.

2005년 1월에는 컴프레셔 제조사인 한국터보기계 경영권 지분 38%를 인수하며 기계·장비 사업에 진출했다. 동시에 줄기세포 의약품 기업인 셀론텍(현 세원셀론텍) 지분 28%도 취득하며 바이오 사업 기회도 엿봤다. 하지만 이 역시 2008년 금융위기의 여파로 별 성과를 내지 못한 채 사업을 접어야 했다.

2007년과 2008년에 걸쳐 추진한 IT, 부두 운영, 고로슬래그 가공 사업도 용두사미로 끝났다. 2007년 광통신 모듈 사업 진출을 위해 경영권 지분(31.5%)을 인수한 오이솔루션은 시멘트 경기 불황에 따른 재원 마련을 위해 4년만인 2011년 매각됐다.

당진 시멘트 전용 부두 운영·고로슬래그 가공을 위해 영진공사, 현대산업개발과 2008년 설립한 영진글로벌도 지난해 계열사에서 제외됐다. 영진글로벌은 삼표, 현대시멘트 등 동종업체들과의 시장 점유율 경쟁에서 밀린 탓에 매년 순손실을 냈다. 그 결과 2015년 말 자본잠식에 빠지는 등 회복 불능 상태에 놓였다. 성신양회는 영진글로벌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약 120억 원의 손실을 입었다.

2011년 이오니아이앤티 경영권을 인수하며 뛰어든 플라스틱 압축기 사업도 3년 만에 접었다. 이오니아이앤티는 폐플라스틱 재질별 자동분리 기술의 국내 도입이 늦어지면서 계획했던 수준의 설비 판매가 이뤄지지 않은 탓에 매년 적자를 냈다. 이로 인해 성신양회가 투입한 40억 원의 자본금도 모두 없어졌다.

◇신사업 추진, 3세 김태현 사장 주도… 성장한계 극복, 경영능력 입증 목적

이 같은 성신양회의 신사업 추진을 주도한 인물은 오너인 김영준 회장의 장남인 김태현 사장이다. 그는 2002년 9월 기획이사로 입사한 직후부터 신사업 부서를 총괄하며 의욕적으로 신규 먹거리 발굴에 나섰다.

미국 루이스클락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김 사장은 성신양회의 본업인 시멘트사업이 이미 성숙기를 지나 사양산업으로 분류되는 만큼 성장 정체를 극복할 이종분야 신사업 장착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의 이 같은 판단에는 3세 후계자로서 창업주이자 조부인 고 김상수 초대회장이 일군 성신양회의 과거 위상을 회복하겠다는 포부도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성신양회는 1998년까지 자동차 변속기 제조업체 코리아정공, 무선통신기기 업체 한원텔레콤 등 10여개 계열사를 거느린 중견그룹이었다. 하지만 IMF 직전 정부 정책에 따라 외자 도입을 통해 대규모 증설에 나섰다 발목을 잡혀 유동성 위기를 맞으면서 계열사 대부분을 처분한 아픈 경험을 갖고 있다.

이 같은 배경에 따라 의욕적으로 신사업 추진에 나섰으나 문제는 자금력이었다. 성신양회는 IMF 시절 계열사와 알짜 자산을 대거 처분해 유동성 위기를 넘기긴 했으나, 김 사장이 이사로 활동할 당시 신사업에 투자할 대규모 자금을 갖고 있지 못했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당시 성신양회는 100억 원 이내 자금으로 신규 먹거리 발굴에 나서야 했기에 투자 후보군이 좁을 수밖에 없었다. 이 같은 제약 때문에 당시 김 사장과 신규사업 담당자들은 성장성이 엿보이는 벤처나 신생기업에 투자한 뒤 '대박'을 노리는 방향으로 투자 전략을 짰다. 성신양회가 IT·바이오 등 본업과 무관한 이종사업에 여러 건의 투자를 단행한 이유다.미국에서 수학한 김 사장이 당시 IT·바이오 등에 대한 관심이 높았던 점도 투자업체 선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이종산업에 대한 여러 투자는 대부분 결과가 좋지 않았다. 벤처나 신생기업 등에 대한 투자가 기본적으로 실패 가능성이 높은데다, 본업인 시멘트사업 불황에 따른 재무부담 탓에 수익을 제대로 거둘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투자지분을 처분해야 했던 경우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주목할 점은 이처럼 성과가 부진함에도 성신양회가 유동성 여력을 쥐어짜가며 10년 이상 신규사업 투자를 포기하지 않고 지속해 오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일각에선 '성장 정체 대안 모색'이란 근본 이유 외에 '후계구도 마련' 등 다른 목적이 가미된 행보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성신양회 2세 경영자인 김영준 회장은 슬하에 두 아들을 두고 있다. 장남인 김 사장은 경영을 총괄하고 있고, 6살 터울인 차남 김석현은 경영지원본부장(상무)을 맡고 있다.

업계 전문가는 "성신양회 오너가는 엄격한 유교적 가풍과 장자 승계 원칙을 갖고 있다"며 "창업 모체인 성신양회는 장남인 김태현 사장이 승계할 것이란 게 회사 안팎의 중론"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차남인 김 상무는 사내 입지는 물론이고 주주 지위에서도 형에게 크게 밀린다. 김 사장은 성신양회 지분 11.98%를 보유해 최대주주에 올라 있으나, 김 상무의 지분율은 3.76%에 그친다. 현재 2대 주주인 부친 김 회장의 보유지분 11.05%의 대부분도 훗날 형이 승계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처럼 여러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지 않아 차남에게 승계할 사업이 마땅치 않은 상황"이라며 "성신양회를 분할하기도 어려운 상태라 오너 일가가 오랜 시간 후계구도를 고민해 온 것으로 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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