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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해를 보내며 GP들께 드리는 고언

배장호 M&A부장공개 2016-12-16 15:10:29

이 기사는 2016년 12월 15일 08:5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15년 이맘 때 쯤으로 기억합니다. 국내 사모투자업계 GP 종사자 분들에게 드리는 고언이랍시고 어줍잖게 몇자 적었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1년이 흘렀습니다. 세월이 쏜살같단 말을 실감합니다.

올해도 감히 한 말씀 드리려 합니다. 사모투자 관련 지식이 많아서도, 업계를 더 잘 알아서도 아닙니다. 그저 좀 비켜 서서 지켜봐 온 '목격자의 증언' 정도로 여기시면 좋겠습니다.

우선 드릴 말씀은 '자기 색깔을 가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2004년 12월 프라이빗에쿼티(PE)가 사모투자전문회사란 이름으로 도입된 지 만 12년입니다. 그간 금융감독당국에 등록된 펀드만도 400개가 넘습니다. 등록된 국내 운용사 수가 150개에 달하고 현재 운용 중인 전체 펀드자산 총액만 해도 60조 원에 달합니다.

그런데도 글로벌 LP들이 한국에는 투자할 만한 GP를 찾기가 어렵다고들 합니다. 제대로 된 바이아웃 플레이어가 몇 되지 않는 것 같다고도 하고, 분야든 전략이든 확실한 강점을 가진 색깔있는 GP를 보지 못했다고도 합니다. 국내에서의 펀딩 챔피언들이 왜 해외 LP들로부터는 아직 환영받지 못하는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봅니다.

물론 메자닌 전략을 구사하는 GP도 있어야 겠지요. 하지만 일정한 보장수익률에 안주하며 실질적인 경영 참여를 하지 못하는 GP들이 여전히 대부분이라면 외국 LP들에겐 전혀 매력을 느낄 수 없는 시장입니다. 바이아웃 시장의 성장이 없으면 국내 GP업계도 장기적으로 성장할 수 없습니다.

대체투자 비중을 늘리겠다면서도 리스크를 극단적으로 회피하려는 국내 LP들의 이율배반적인 성향에도 일부 책임이 있을 겁니다. 하지만 GP가 LP를 탓할 수는 없습니다. LP들의 투자관을 바꾸는 것도 결국 GP들의 책임일 수 있습니다. 외국 LP들까지 관심가질 만 한 바이아웃 펌이 꾸준히 나와야 합니다. 글로벌 무대에서 로컬 GP들이 어떤 역량을 요구받는지를 깨닫기 위해서라도 글로벌 펀딩 시장에 끈질기게 도전할 필요가 있습니다. 해외에서 역량을 인정받는 GP가 하나 둘 더 늘어날수록 국내 LP들의 관점도 점점 글로벌 수준으로 올라갈 것입니다.

바이아웃 시장 성장에 대한 요구는 전환기에 다다른 국내 산업계의 미래를 위해서도 절실합니다. 대기업 집단 위주로 형성돼 있는 국내 산업계는 2세에서 3,4세 경영까지 넘어가면서 점점 성장동력을 잃어갑니다. 신세 한탄하듯 중국의 위협을 걱정하지만 정작 대비책은 마땅치 않습니다. 대기업 집단들의 오너들은 지금이라도 노쇠하고 방만하진 사업들을 과감히 정리하고, 새로운 1세대로서의 각오를 다져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토종 바이아웃 GP들이 성장의 매개자 역할을 해야 합니다.

올해는 정치적으로도 격변의 시기였던 것 같습니다. 현재 진행형인 이 상황이 모두가 바라는 모습으로 조속히 수습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이런 와중지만 국민들의 노후 자금을 책임지는 국민연금을 비롯한 국내 LP들은 최선의 성과를 내기 위한 노력을 흔들림없이 이어가야 합니다. GP들도 LP들이 정치적 외풍으로부터 운용권의 독립을 할 수 있도록 응원해야 합니다.

내년 2월이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전주로 이전합니다. 글로벌 GP들 중에는 국민연금의 전주 이전에 대응하기 위해 인천국제공항에서 전주로 이동하기 위한 수단으로 헬기를 고려한다는 소리도 들리더군요. 그런데 말입니다. 국민연금 운용 실무자들은 아마 싫어할 지 모릅니다. 서울 출장 기회가 사라질테니 말입니다. 정치인들과 정책당국자들은 국민연금 운용인력들이 왜 지금 동요하는지 귀 귀울여야 합니다. 네덜란드연기금(ABP)이 지방으로 이전했다가 운용수익률 하락으로 다시 암스테르담으로 복귀했던 일화도 한번 살펴보셨으면 합니다.

드릴 말씀이 참 많습니다만, 이번엔 이만 하겠습니다. 김영란법을 불편해 하실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LP들과 GP들은 끊임없이 만나고 토론하며 최선의 방안을 모색해야 합니다. 그 자리에 미력이나마 도움이 되신다면 저도 불러주십시오. 갈증을 풀 물 한잔이면 충분하지 않겠습니까.

날이 부쩍 추워졌습니다. 건강에 유의하시고, 몇일 남지 않은 병신년 한해 잘 마무리 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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