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벤처'가 희생양돼서는 안된다 [thebell desk]

이승호 벤처중기부장공개 2016-12-27 08:28:31

이 기사는 2016년 12월 26일 07:5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벤처생태계에서 창조경제라는 단어를 빨리 연착륙시켜야한다는 것은 알았지만 그 우려가 너무나 현실적으로 빨리 나타나고 있다. 정치권과 대기업간의 유착 고리에 벤처생태계가 희생양이 된다면 한국경제의 미래는 없다"

대통령 탄핵 정국을 바라보는 벤처업계 원로들이 하는 말이다.

현 정부가 출범 후 경제정책 슬로건으로 '창조경제'를 꺼내 들었을 때 벤처업계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우선 창조경제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선뜻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정책을 추진하는 고위 공무원들조차 창조경제를 강조하면서도 "창조경제가 뭘 뜻하는지는 여러분들이 더 잘 아실 것"이라며 얼버무렸던 것이 불과 얼마전의 일이다. 역대정권이 내놓았던 벤처관련 기존 정책과 차별성이 없다는 것도 한 몫 했다.

박근혜 정부가 집착했던 창조경제 중에서 '벤처'관련 정책은 핵심으로 떠올랐다.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무회의에 차관급인 중소기업청장이 참석하는가 하면 성공한 벤처기업인이 스타트업 후배들을 지원하는 벤처조합과 프로그램이 만들어졌다. 대기업들이 특정 지역을 맡아 지방경제를 활성화시키고 이를 위해 지역 스타트업 발굴과 지원에 나서는 프로그램도 만들어졌다. 이렇게 탄생한 것이 창조경제혁신센터다.

대통령의 수많은 일정 중에서도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최우선이 될 정도였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는 2014년 4월말 출범했다. 같은 해 9월 2일 국무회의에서 창조혁신센터에 대한 대기업 전담지원체계 구축이 언급됐고, 9월12일에는 최양희 미래부 장관과 대기업이 참석한 간담회에서 이 같은 내용이 확정됐다. 9월15일에는 대통령과 대구지역 전담기업 대표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참석한 가운데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 개소식이 '다시' 열리는 해프닝이 벌어질 정도였다.

벤처업계에서 우려하는 부분은 'VIP(대통령) 최대 관심사'였던 창조경제로 대변되는 '벤처' 관련 공약들이다.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벤처붐이 최근 탄핵정국과 맞물려 창조경제와 함께 급냉할수도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창조경제에도 비선실세들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운 탓이다. 창조경제의 상징적 존재인 민·관합동 창조경제추진단의 과거 두 단장 중 차은택씨는 구속됐고,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은 검찰 수사를 받았다.

창조경제 관련 예산도 대폭 삭감됐다. 지난 12월 3일 통과된 2017년 예산안에서 문화체육관광부는 소위 '최순실 예산'으로 불리는 문화창조융합벨트사업, 위풍당당콘텐츠코리아펀드 등 관련 예산 1700억원을 제외시켰다.

미래부가 내놓은 내년 창조경제혁신센터 운영지원 예산도 통과되는 데 상당한 진통을 겪었다. 야당에서 '최순실 예산'이라는 비판과 함께 내년 예산에 대한 대폭 삭감을 지적했다. 논란 끝에 경기불황 시국에 지역경제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 등을 고려해 미래부가 올린 안에서 36억원이 깎인 436억5000만원이 편성됐다. 우여곡절 끝에 내년 예산을 받는데 성공했지만 그 이후의 행보는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다.

스타트업과 벤처기업에 자금줄이 되고 있는 벤처캐피탈 업계도 당장 내년에 'LP 절벽'을 우려할 정도다. 벤처생태계에 든든한 자금줄이 돼 왔던 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은 출자 재원이 바닥났고, 한국벤처투자는 추가 예산을 확보하지 못했다.

벤처업계는 이런 때일수록 '벤처'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더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 벤처캐피탈 대표는 "역대 최저 경제성장률, 역대 최고 실업률, 역대 최대 가계부채 등 무엇하나 긍정적인 요소들을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대기업들은 불확실한 경제로 인해 투자를 늘리지 못하고 있고 신규인력 채용까지 줄이고 있는데, 이러면 한국경제의 미래는 없다"고 단언했다.

권력은 국민의 심판을 받아 언제든 바뀔 수 있다. 하지만 경제정책은 하루아침에 바뀌어선 안된다. 전 정권이 진행한 경제정책이라고 해서 모두 부정하는 우를 범해선 안된다. 국민의 혈세가 들어갔고, 그 안에서도 옳았던 것이 있다. 옥석을 가려서 국민과 국가경제에 도움이 된다면 과감하게 수용할 필요가 있다. '벤처' 이외에 답이 어디에 있을까.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