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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의 일거양득 '분사' [thebell note]

강철 기자공개 2017-01-24 08:19:55

이 기사는 2017년 01월 23일 07:3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중공업이 다음달 27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로봇·자동화(현대로보틱스), 건설장비(현대건설기계), 전기전자시스템(현대일렉트릭앤에너지시스템)을 별도 법인으로 분사하는 안건을 결의한다.

분사는 지난해부터 본격 추진 중인 자구안 이행의 일환이다. 현대중공업이 금융당국에 제출한 경영 개선 계획에는 분사 후 지분 매매, 계열사 재편을 단행해 2018년까지 1조 1200억 원의 손익을 개선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분사가 완료되면 현대중공업의 재무구조는 대거 개선될 전망이다. 약 3조 4000억 원에 달하는 차입금이 신설 법인으로 이전된다. 그 결과 부채비율은 95%까지 하락한다. 자구안의 핵심이 '분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이번 분사 과정에는 재무 건전성 제고보다 더 중요할 수 있는 변화가 병행된다. 바로 지주회사 전환이다.

현대중공업은 최근 "현대로보틱스를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로 설립할 예정"이라고 공식 밝혔다. 현대로보틱스는 인적분할로 신설되는 계열사들의 자기주식을 모두 매입해 그룹 지배구조 상에서 정점에 설 계획이다.

현대중공업은 2003년부터 '현대중공업 → 현대삼호중공업 → 현대미포조선 → 현대중공업'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이 같은 순환출자는 대기업의 지배구조 투명성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했다. 신규 순환출자가 엄격하게 금지되는 한편 현대중공업을 포함해 지주회사 전환을 하지 않은 그룹의 지배구조 현황이 주기적으로 공개되는 등 정부의 압박 수위도 한층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현대중공업은 분사가 재무구조 개선과 지배구조 투명성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봤다. 권오갑 부회장 등 주요 경영진들은 "분사를 단행하는 김에 지배구조 문제도 같이 정리해야 한다"며 최대주주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을 설득했다.

자구안 이행을 위한 분사에 지주회사 전환을 접목한 건 적절한 선택이었다고 본다. 지배구조 투명성 확보 외에 10%에 불과한 정몽준 이사장의 지배력 강화를 위해서도 지주회사 전환은 언젠가 결정해야 할 사안이었다.

다만 몇 가지 걸림돌은 존재한다.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현대중공업을 겨냥해 발의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4월 전에 통과되면 현대로보틱스로 자기주식이 이전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의결권 지분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탓에 분사 안건이 주주총회에서 부결될 가능성도 있다.

모쪼록 현대중공업이 남은 두달 동안 분사 준비에 심혈을 기울였으면 한다. 무엇보다도 현대로보틱스를 지주회사로 세우는 것이 어려워지는 것에 대비한 '플랜B'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생각이다. 모두가 만족할만한 최적의 지배구조를 구축할 수 있는 기회는 이번이 마지막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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