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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시장, 고가전략 통했다…사드 이슈 극복 '자신' [IPO & CEO]②박설웅 에스디생명공학 대표

이길용 기자공개 2017-02-09 10:47:00

이 기사는 2017년 02월 08일 15:3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에스디생명공학이 화장품 시장에서 자리를 잡을 수 있었던 데에는 일본향 특수가 큰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이는 오래가지 않았다. 정치·경제 상황이 악화되면서 일본에서의 성장은 기대할 수 없었다. 박 대표가 한 회사의 리더로서 잘 나갈 때 위기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배웠다.

일본 다음은 중국이었다. 바다제비집과 동물마스크팩이 중국 시장에서 엄청난 판매고를 올렸고 성장세는 일본 특수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였다. 박 대표는 안주하지 않았다. 사드 이슈와 같은 정치·경제적인 갈등은 언제라도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직감했다. 위생허가·중국 공장 설립 등 중국 시장 진출에 걸림돌이 될 수 있는 사안을 미리부터 해결해놨다. 사드 배치 발표 이후 중국과의 관계 악화로 국내 화장품 기업들에 대한 우려가 점증되고 있지만 박 대표가 자신감을 갖는 이유는 미리부터 대비한 에스디생명공학의 체력 때문이다.

박설웅 대표
박설웅 에스디생명공학 대표

이명박 전 대통령이 2012년 독도를 방문하면서 일본에서 혐한 기류가 형성됐고 2013년에는 아베 정부가 출범하면서 엔화가 약세로 전환됐다. 일본에서는 더 이상 많은 수익을 기대할 수 없었다. 다른 브랜드샵들이 일본에 매장을 내고 직접 영업을 하면서 많은 손해를 봤지만 에스디생명공학은 고정비 부담이 없어 타격을 그나마 덜 받았다.

일본이라는 거대한 시장이 사라지면서 에스디생명공학은 동남아·홍콩 등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사력을 다했다. 일본 이후에도 발판이 된 것은 한류였다. 이번에는 일본보다도 내수 시장이 더 커진 중국이 에스디생명공학의 레이더에 포착됐다.

박 대표는 2012년부터 고가의 마스크팩에 관심을 쏟기 시작했다. 1000원 대의 저가형 마스크팩은 대중화됐지만 3000원 이상의 고가라인은 대부분의 화장품 회사들이 취약했다. 미국의 화장품 업체 키엘과 같은 컨셉으로 고가의 마스크팩을 약국에 유통했는데 결국은 이것이 에스디생명공학 역사에 길이 남을 사건이 됐다.

중국 화장품 시장에서는 1000원 이하의 저가형 상품은 차고 넘쳤지만 고가형 마스크팩은 없었다. 중국 고객 스스로 이런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3000원 이상의 마스크팩을 찾았고 이 시장에서 자리를 잡은 L&P코스메틱·리더스코스메틱·에스디생명공학이 최고의 수혜를 받았다.

에스디생명공학이 자신있게 내놓은 제품은 '바다제비집' 마스크팩이다. 바다제비집은 중화권에서는 대표적인 고급 식재료로 꼽힌다. 이를 피부에 쓴다는 것은 중국 소비자들에게는 당시 획기적인 아이디어였다. 2015년 747억 원이었던 매출이 지난해 1010억 원까지 급증한 데에는 바다제비집 마스크팩이 혁혁한 공을 세웠다.

에스디생명공학은 원히드원더(one-hit wonder·한 개의 곡만 큰 흥행을 거둔 아티스트)가 아니었다. 바다제비집 이후 출시했던 동물마스크팩은 중국의 대표적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웨이보에서 새로운 대세로 등극했다. 이용자들이 동물마스크팩을 얼굴에 붙인 소위 '인증샷'을 올리는 것이 유행이 되면서 에스디생명공학은 또 한 번 대박을 쳤다.

마스크팩은 화장품 시장에서 수익성이 박한 사업 중 하나다. 일반 화장품보다 구매가 자주 일어나지만 한 장에 몇 천원 하는 가격으로는 많은 수익을 내기 힘들다. 하지만 에스디생명공학은 중국 시장에서 대세로 자리를 잡으면서 이런 편견을 깨는데 일조했다.

박 대표는 에스디생명공학을 향한 투자자들의 우려도 명확히 인지하고 있다.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도입 결정 이후 중국 정부의 보복이 본격화되고 있어 가장 직접적인 타격을 입는 산업이 화장품 업계라는 세간의 인식이다.

이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박 대표는 일본에서 배웠던 교훈을 먼저 이야기했다. 중국에서 엄청난 성공을 거뒀지만 정치·경제적인 상황으로 인해 회사가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을 미리부터 고려했다는 것이다. 일본 사업도 2009년 이후에는 호황이었지만 양국 정상들의 행보에 따라 사업의 환경이 달라지는 것을 뼈저리게 깨달았고 중국 시장에서의 성공에 취하지 않은 채 어떤 상황이 닥쳐도 이겨낼 수 있는 체력을 키웠다.

에스디생명공학은 2014년부터 중국에서 위생허가를 받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쏟았고 대표 품목인 바다제비집과 동물마스크팩은 위생허가 품목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에스디생명공학은 현재 중국으로부터 9개 제품의 위생허가를 받았는데 이 제품들의 매출 비중이 90%에 달한다.

중국 시장의 독특한 면을 고려해 경제수도인 상하이 근처에 공장을 세우기도 했다. 브랜드는 자신들이 운영하고 제품 생산은 ODM·OEM 업체에게 전담시키는 에스디생명공학에게는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행보다. 박 대표는 중국 내에서 생산되는 제품의 경우에는 중국 정부가 가하는 제재를 피할 수 있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다른 화장품 업체들보다 먼저 선제적인 조치를 취했다. 투자자들이 우려하고 있는 중국발 이슈에 대해 자신감을 갖고 이야기할 수 있는 부분이 바로 이런 대비책에서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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