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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삼성]삼성물산, 공정위 '특혜' 필요했나삼성SDI 보유지분 지배력 영향 미미… 유권해석 법적다툼 여지

정호창 기자공개 2017-02-13 15:29:00

이 기사는 2017년 02월 13일 15:0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한 달여 만에 다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뇌물공여 혐의 등에 대한 조사에 나섬에 따라 구속영장 재청구 등 사법처리 가능성에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특검은 삼성의 미르·K스포츠 재단 출연금과 최순실·정유라 모녀 승마훈련비 지원 등 기존 의혹 외에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따른 삼성그룹 순환출자 강화 문제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판단과 조치에 외압이 작용해 삼성그룹이 특혜를 받은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하지만 삼성그룹은 관련 사안에 대해 어떠한 특혜도 받은 사실이 없다고 강력히 항변하고 있다. 법조계 일각에서도 당시 공정위의 유권해석에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따라서 특검이 해당 의혹을 바탕으로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 재청구 등 사법처리를 강행할 경우 다시 한 번 법원에서 치열한 법리공방이 벌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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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회장은 13일 오전 서울 대치동 특검 사무실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두했다. 이 부회장에 이어 박상진 삼성전자 대외협력담당 사장과 황성수 삼성전자 전무도 이날 특검에 소환됐다. 전날에는 장충기 삼성 미래전략실 차장(사장)이 특검 조사를 받았다.

특검은 지난달 19일 이 부회장에 대해 청구한 사전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된 후 3주간 삼성그룹의 뇌물공여 의혹에 대한 보강수사를 진행해 왔다. 특검은 이 과정에서 청와대가 공정위에 압력을 행사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따른 순환출자 강화 해소 문제와 관련된 특혜를 줬다는 정황을 포착했다.

의혹의 핵심은 합병으로 기존보다 강화된 순환출자 문제를 해소하려면 삼성그룹이 삼성물산 지분 1000만 주를 처분해야 한다고 공정위가 판단했으나 청와대 개입으로 처분 물량이 절반인 500만 주로 줄었다는 내용이다.

◇특혜 의혹, 공정위 검토의견 중 일부 '오해'

해당 의혹의 진위를 살펴보기 위해 시간을 2015년으로 돌려보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은 그 해 9월 초 이뤄졌다. 이로 인해 삼성그룹의 삼성물산 지배력(보유 지분)은 변화가 없지만, 제일모직의 소멸로 순환출자 고리에는 일부 변화가 생겼다.

두 회사 합병 전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신규 순환출자가 금지됐기에 공정위는 삼성물산 합병이 신규 순환출자에 해당하는 지를 검토할 필요가 있었다. 당시 법 개정 후 관련 사안에 대한 검토나 판단이 이뤄진 전례가 없어 공정위로선 삼성물산 합병을 계기로 법 집행 가이드라인을 만들고자 했다.

삼성그룹은 법무법인에 의뢰해 개정된 공정거래법 저촉 여부 등을 검토했다. 당시 자문을 맡은 법률전문가들은 지배력 변화가 없으므로 법 위반 소지가 없다는 의견을 삼성그룹에 전달했다.

공정위의 내부 검토 과정에선 다양한 분석이 제시됐다. 삼성그룹 검토안처럼 순환출자 강화나 신규 생성으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이 나왔고, 제일모직이 소멸되면서 삼성SDI 등을 통해 연결된 지배구조를 추가적인 계열 출자로 봐야 한다는 시각도 존재했다.

공정위가 삼성물산 주식 1000만 주를 처분해야 한다는 방침을 정했다는 의혹은 바로 이 같은 검토의견에서 나왔다. 삼성SDI와 삼성전기가 각각 보유한 500만 주 주식이 처분 대상이다. 하지만 이는 확정안이 아니었다.

공정위는 2015년 12월 28일 최종적으로 '합병 관련 신규 순환출자 금지 제도 법집행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면서 삼성물산에 대해 삼성SDI가 보유한 주식 500만 주를 처분해야 한다는 판단을 내놨다.

공정위는 합병으로 기존 총 10개이던 삼성그룹의 순환출자 고리가 7개로 줄었으나, 삼성SDI가 포함된 3개 고리의 순환출자가 강화돼 지분 처분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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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3, 7번 고리가 공정위가 지목한 전보다 강화된 순환출자 고리


◇삼성 "논란 피하려 가이드라인 수용, 특혜 불필요"

당시 공정위 판단은 행정명령 단계에 들어간 것은 아니어서, 삼성그룹은 유권해석에 이의를 제기하거나 추후 공정위가 가이드라인에 따른 법 집행 절차에 나설 때 불복하는 행정소송에 나설 수 있었다.

하지만 삼성그룹은 공정위 판단에 '실망스럽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사회적 논란이나 법정공방을 일으키는 것을 피하기 위해 공정위의 가이드라인을 수용해 해당 삼성물산 지분을 자진처분하기로 결정했다.

공정위가 처분을 요구한 삼성물산 주식 500만 주는 2.6%에 해당하는 지분이다. 당시 이 부회장과 삼성그룹 계열사들이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율이 40%에 육박하는 수준이었기에 해당 주식을 모두 시장에서 처분하더라도 지배력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했다.

하지만 삼성그룹은 시장이 예상치 못한 대규모 주식이 증시에 풀릴 경우 주가가 하락해 삼성물산 주주들이 손실을 입을 것을 우려해 330만 5000주를 이 부회장과 삼성생명 공익재단이 나눠 인수하고 나머지 169만 5000주만 기관투자자 등에게 블록딜 형태로 매각했다. 당시 이 부회장과 삼성생명 공익재단이 지분 인수에 투자한 자금은 5000억 원이 넘는다.

삼성그룹은 이번 공정위 특혜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공정위의 가이드라인은 외부 전문가 등 9명의 위원으로 구성된 '전원회의'를 거쳐 마련된 것으로, 청와대 등에 청탁을 하거나 특혜를 받은 사실이 전혀 없다는 입장이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당시 법무법인 등 외부 전문가들은 공정위 가이드라인에 법적 다툼 소지가 적지 않아 행정소송에 가더라도 승소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을 제시했으나 논란을 만들고 싶지 않아 해당 지분을 자발적으로 처분했다"며 "삼성물산 주식 1000만 주를 처분했다고 해도 삼성물산 지배력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해 청탁이나 특혜를 요청할 이유나 필요가 없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삼성그룹은 2015년 말 기준 삼성물산 지분을 39.83%나 보유하고 있었다. 상장기업의 안정적 경영권 확보 지분으로 통상 거론되는 33.4%(의결권의 3분의 1) 보다 6% 포인트 이상 높은 지분율을 확보하고 있었던 셈이다.

제기된 의혹처럼 당시 공정위가 삼성물산 주식 1000만 주를 처분할 것을 결정하고, 삼성그룹이 이를 수용하더라도 34.6%의 삼성물산 지분을 보유할 수 있다. 이 부회장과 삼성생명 공익재단의 주식 매입분을 감안하면 36.33%의 지분 확보가 가능하다.


게다가 이 경우 삼성그룹이 공정위 판단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할 경우 해당 지분 처분을 법원의 최종 판단 전까지 늦출 수 있고, 승소를 통해 지분을 그대로 지킬 수도 있다.

특검에 출두한 이 부회장은 이날 소회를 묻는 취재진에게 "오늘도 모든 진실을 성실히, 성심껏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재계에선 이 부회장이 해당 의혹이 진실이 아니라는 뜻을 간접적으로 드러낸 답변으로 풀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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