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7년 02월 21일 18: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롯데케미칼 역사의 산증인이라 할 수 있는 허수영 사장(사진)이 그룹 화학BU장에 올랐다. 이번 인사로 허 사장은 이재혁 식품BU장 등 다른 부문장들과 함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핵심 참모 대열에 공식 합류했다.

업계에선 삼성과의 빅딜을 통해 품에 안은 롯데첨단소재, 롯데정밀화학을 이번 인사의 일등공신으로 보고 있다. 롯데첨단소재, 롯데정밀화학은 지난해에만 3667억 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그룹의 최고 효자 계열사로 성장했다.

롯데그룹은 21일 2017년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롯데케미칼, 롯데제과, 롯데칠성음료 등 9개 계열사에서 총 77명의 승진자를 배출했다.

정책본부를 경영혁신실과 컴플라이언스위원회로 나누는 것을 골자로 하는 조직 개편도 이뤄졌다. 그룹 컨트롤타워인 정책본부실을 축소하는 수순이다. 황각규 정책본부 운영실장이 경영혁신실장에 올랐다. 소진세 사장은 사회공헌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아울러 유통, 화학, 식품, 호텔 등 4개 핵심 사업군을 BU(Business Unit)라는 협의체로 개별 통합했다. 유사한 업종을 영위하는 계열사들의 시너지를 강화하기 위한 편제다.

허수영 롯데케미칼 사장이 초대 화학BU장에 올랐다. 앞으로 롯데케미칼, 롯데첨단소재 등 주요 계열사를 관리하며 화학 부문의 경영을 책임진다. 롯데케미칼 대표는 김교현 롯데케미칼 타이탄(LC TITAN) 사장이 대신한다.

허 사장은 이번 화학BU장 선임으로 황각규 사장, 소진세 사장, 이재혁 식품BU장 등과 함께 신동빈 회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게 됐다. 앞으로 화학 사업 운영과 관련해 신 회장과 직접 머리를 맞대는 빈도가 과거보다 잦아질 것으로 보인다. 신 회장의 핵심 참모 반열에 올랐다고 볼 수 있다.

허 사장의 영전은 어느 정도 예견됐다. 40년의 근속을 자랑하는 허 사장은 전략경영 담당, 생산지원 총괄, 롯데대산유화 사장, KP케미칼 대표 등을 거치며 지금의 롯데케미칼을 만드는 데 크게 기여했다. 화학 사업과 관련해 그룹 내에서 허 사장을 대체할 수 있는 임원이 없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삼성과의 M&A를 통해 품에 안은 롯데첨단소재, 롯데정밀화학은 허 사장의 가장 큰 성과 중 하나로 꼽힌다. 허 사장은 화학을 그룹의 핵심 사업으로 성장시킨다는 전략 하에 삼성SDI 케미칼 부문, 삼성정밀화학·삼성BP화학의 인수를 주도적으로 추진했고, 지난해 4월 '2.8조 빅딜'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롯데첨단소재와 롯데정밀화학은 계열 편입 후 첫해인 2016년 3667억 원의 영업이익을 합작하는 등 그룹의 캐시카우(cash cow)로 자리 잡았다. 특히 롯데첨단소재는 폴리카보네이트(PC)의 원가 안정에 힘입어 지난해 3370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영업이익률은 15%에 달한다.

화학업계 관계자는 "롯데그룹을 비롯한 국내 화학 산업을 얘기할 때 허 사장을 뺄 수 없을 정도로 업계에서 성과, 연륜, 역할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며 "무엇보다도 삼성과의 빅딜을 주도한 후 롯데첨단소재, 롯데정밀화학이 그룹에 안착하게 만든 것이 화학BU장에 오르게 만든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허 사장이 해외 프로젝트를 추진할 때마다 신 회장과 함께 출장을 가는 등 이미 핵심 참모 역할을 하고 있다"며 "잠재적인 부회장 후보로 거론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