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7년 02월 28일 08시11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은행권 감사위원제도를 취재하던 중 열람한 국민은행 법인등기. 생각지 못한 이름이 눈에 띄었다. 정병기 전 상임감사위원. 그는 지난 2015년 1월 자진 사퇴했지만 법인등기에는 말소되지 않은 채 그대로 남아있었다. 퇴사한 등기이사는 사임일자와 함께 빨간 줄(등기말소표시)이 그어져 있어야 한다. 뭔가 의문스러웠다.확인해본 결과는 해프닝이었다. 상법상 은행장, 상임감사 등 사내 등기이사는 후임자가 선정되지 않는 한 등기말소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상법 386조에선 '법이나 회사 정관에서 정한 경우 임기만료 또는 사임으로 인해 퇴임한 이사는 새로 선임된 이사가 취임할 때까지 이사의 권리·의무가 지속된다'고 규정돼 있다. 즉 국민은행이 새 상임감사를 선임하거나 보직을 없애지 않는 한 정병기 전 상임감사는 등기에 계속 남아있게 된다는 뜻이다.
정 전 상임감사는 KB사태의 단초를 제공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그는 지난 2014년 4월 국민은행 주전산기 교체과정의 문제점을 지적한 감사보고서를 작성해 이사회에 보고했으나 수용되지 않자 금융당국에 이를 전달했다. 임영록 전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전 국민은행장의 내홍이 표면화된 계기다.
윤종규 회장 체제가 들어선 뒤 정 전 감사가 자리에서 물러난 것으로 KB사태는 일단락됐다. 그의 사퇴 후 국민은행은 2년째 상임감사직을 비워두고 있다. 마땅한 인물이 없다는 게 표면적인 이유지만 여기엔 다소 복잡한 속내가 숨겨져 있다.
통상 금융권의 상임감사는 내부통제와 함께 대관업무도 겸하고 있어 관료 및 정치권 출신들이 자주 낙하산으로 내려오는 보직이다. 그러나 국민은행의 경우 낙하산 인사의 폐해로 KB사태 홍역을 앓은 터라 관료·정치권 출신을 영입하기가 부담스럽다. 지난해 신동철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 내정설 등으로 낙하산 논란에 시달린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솔직히 상임감사가 없다 해도 평소에 큰 문제될 것은 없다. 그러나 사고가 터졌을 경우 내부감시자 공백으로 예방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특히 회장·행장 겸직체제인 KB금융은 윤 회장이 강력한 리더십을 형성하고 있어 혹시 생길 수 있는 사고의 책임도 그에게 집중될 수밖에 없다.
최근 삼성 금융계열사들이 상임감사를 두지 않기로 하면서 국민은행의 상임감사 존폐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KB금융은 국민은행 상임감사직을 계속 유지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다. 윤종규 회장 역시 "국민은행 상임감사를 폐지할 생각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상임감사 자리를 유지하기로 했다면 올해는 확고한 결론을 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제껏 낙하산 논란을 피해 상임감사 선임을 차일피일 미뤄왔지만 언제까지 미룰 수 없는 노릇이다. 적어도 KB사태 상흔을 연상케 하는 전임 상임감사의 이름을 등기에서 말소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KB금융의 결단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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