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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의 근거 있는 자신감 'R&D 투자' 올 업계 최초 1조 투자, 씽크탱크 강화 '글로벌 불황' 타개

대전=박상희 기자공개 2017-04-03 10:39:28

이 기사는 2017년 04월 03일 09:5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1970년대 일본에서 도입한 ABS(아크릴로나이트릴 부타디엔 스티렌)의 생산량이 지금은 세계 1위입니다. 1990년대 연구개발을 시작해 2000년대 사업을 본격화한 편광판 역시 현재 글로벌 1위이고요. 합성화학 신약인 팩티브는 대한민국 최초로 미국 FDA(연방식품의약국)으로부터 승인을 받았습니다. 기저귀 제작에 사용되는 차세대 고흡수성 수지인 사비는 공격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LG화학이 키우려고 하는 대표적인 기초소재 분야입니다."

지난달 31일 찾은 대전 유성구 대덕연구단지에 위치한 LG화학 기술연구원. 대덕연구단지 최대 민간 기업 연구소이자 명실상부한 LG화학의 싱크탱크다. LG화학 R&D(기술개발) 메카에서 오랜 기간 비용과 노력을 투입해 이뤄 낸 결과물을 설명하는 연구원들의 목소리에는 긍지와 자부심이 가득했다.

LG화학 기술연구원은 축구장 40배 크기인 30만㎡ 부지에 지상 4층 규모의 본관동을 시작으로 총 7개의 연구동으로 구성돼 있다. 각각의 연구동은 생명과학연구소, 기초소재연구소, 정보전자소재·재료연구소, 배터리연구소, 중앙연구소 및 분석센터 등으로 분류된다.

LG화학_기술연구원 전경 (본관 정면)
<대전 유성구 대덕연구단지에 위치한 LG화학 기술연구원>

넓은 잔디밭과 산책로로 둘러싸인 연못 등의 경관은 연구소라기보다는 자유분방한 대학 캠퍼스의 느낌이 묻어난다. 자유롭고 생명력 넘치는 기술원 외관과는 달리 내부 연구실에서는 치열하고 치밀한 연구개발 업무가 한창이었다.

◇올해 R&D 1조 투자..2020년 R&D 생산성 16조 3000억 목표

LG화학은 올해 사상 최대 규모인 1조 원을 R&D에 투입한다. 매출액 대비 기술개발 투자 비중이 4%를 넘어서게 된다. 박진수 LG화학 부회장은 이날 대전 기술연구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 같은 R&D 전략을 공개했다.

박 부회장은 "LG화학은 1979년 업계 최초로 대규모 중앙연구소를 설립해 혁신과 도전의 역사를 써왔다"면서 "미래사업의 핵심이 될 원천 기술 개발에 선제적으로 투자해 2025년 50조 원 매출 규모의 글로벌 톱5 회사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R&D 분야에 1조 원을 투자하는 것은 국내 석유화학 업체 가운데 LG화학이 처음이다. 박 부회장은 "자금 규모가 절대적인 측면에서 작을 수 있지만, 글로벌 업체와 비교했을 때 투자 비중은 앞서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2015년 기준 독일의 바스프가 3.9%, 미국 다우케미칼이 3.3%, 일본 미쓰이가 2.3% 수준의 예산을 매출액 대비 R&D에 투자하고 있다.

LG화학은 연간 R&D 투자규모를 매년 10% 이상씩 늘려 2020년 1조 4000억 원 수준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R&D 인력도 현재 약 5300명에서 2020년 약 6300명으로 1000여 명이 늘어나게 된다.

단순히 자금만 쏟아 붓는 게 아니다. 연구개발 결과물이 직접적인 매출로 연결될 수 있도록 R&D 생산성도 강화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신제품 매출 규모를 올해 8조 5000억 원에서 2020년 16조 3000억 원으로 2배 가까이 늘린다는 전략이다.

박 부회장은 "향후 3~5년 이내에 신제품으로 인정받고 한국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팔리는 제품을 개발할 것"이라면서 "올해 매출액 8조 5000억 원 가운데 80% 이상은 기초소재 및 전지 분야에서 나오지만, 2020년에는 에너지·바이오·물·차세대 신소재 등에서 나오는 매출 규모가 훨씬 커질 것"으로 기대했다.


기초소재 R_D

LG화학은 구체적으로 △ 혁신전지, 연료전지용 소재, 자동차 경량화 및 고기능화 소재 개발(에너지) △ 세라믹 분리막 소재를 적용한 필터 및 차세대 수처리 기술(물) △ 유전자 기술 연구, 혁신신약(바이오) △차세대 신소재 개발 등 4개 부문을 미래 성장을 위한 중장기 R&D 방향으로 설정했다.

◇ 오픈 이노베이션 확대..내부 테크페어 등 공유·협력 기회

LG화학은 대규모 R&D 투자와 더불어 R&D 부문 간 시너지 창출을 위해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을 확대한다. 대외적으로는 대학, 연구기관, 기업 등 다양한 채널과의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기술협력, 기술도입 등을 적극 추진한다. 내부적으로는 조직 별로 내부에 축적돼 온 기술 등을 공유하고 협력하는 과정을 강화한다.

오픈 이노베이션을 위해 사내 기술 컨퍼런스 행사인 테크페어(Tech Fair), 프로젝트 기술적 이슈를 공개적으로 토론하는 아이포럼(i-Forum), 기술적인 난제에 대해 각기 다른 분야의 사내 전문가를 선정해 문제를 해결하는 아이원패드(i-OnePAd)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박 부회장은 "LG화학 기술연구원 내부적으로 그간 연구해 온 결과물을 공유한다는 게 쉬운 결정은 아니지만 그런 과정을 통해 예기치 못했던 발전을 이뤄낼 수도 있고, 기대 이상의 시너지를 낼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박 부회장은 지난달 17일 정기 주주총회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계획 중인 M&A(인수합병)가 있느냐는 질문에 "회사가 성장하는 데에는 현재 사업을 풀가동하는 방법이 있고, R&D(기술개발) 투자에 나서거나 신사업을 추진할 수도 있다"고 답했다.

경쟁사들이 너도나도 대형 M&A를 통해 덩치를 키우고 사업 다각화를 추진 중인 상황에서 업계 큰 형님인 LG화학도 뭔가 준비 중인 게 있지 않겠느냐는 예상에서 나온 질문이었다. 박 부회장은 M&A가 파워풀한 성장 동력이지만 방법은 여러 가지라면서 웃어넘겼다.

박 부회장의 답변은 담백했고, 무엇보다 여유가 있었다. LG화학의 살아있는 역사가 숨 쉬는 대전 기술연구원에서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박 부회장은 적어도 한달에 한 번꼴로 대전기술연구원을 방문해 임직원들을 격려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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