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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주식형 공모펀드, 30조원 깨졌다 높은 보수 불구 부진한 수익률, 등돌린 투자자

장소희 기자공개 2017-04-11 06:30:00

이 기사는 2017년 04월 05일 10:3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주식형 공모펀드 설정액 규모가 30조 원 밑으로 떨어졌다. 지난 2009년 1월 77조 원에 육박했던 국내 주식형 공모펀드는 이후 지속적으로 자금이 빠져나가는 모습이다.

국내 주식형 공모펀드로 만족스런 수익을 내지 못한 투자자들이 ETF 같은 등 패시브 상품이나 해외주식으로 눈을 돌린 것으로 풀이된다. 부동산 등 대체투자가 공모시장에서 환영받는 것도 국내 주식형 펀드 부진의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펀드 설정액 감소는 결국 자산운용사의 수익성에도 직격탄을 미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운용사들은 수익성 악화를 만회하기 위해 보수가 높은 사모펀드나 대체투자 상품 개발 등 수익성 다변화에 나서고 있다.

◇ 증시 상승 불구 환매 지속..펀드 외면 가속화

4일 금융투자협회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으로 국내 주식형 공모펀드 설정액은 29조 9913억 원으로 나타났다. 전체 설정액 43조 2531억 원 중 주식형 ETF 13조 2618억 원을 제외하고 순수 국내 주식형 일반펀드만 대상으로 집계한 결과다.

연초 이후 자금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다. 1월 9337억원, 2월 7451억원, 3월 1조1525억원으로 주식시장이 오를수록 환매 속도가 빨리지고 있다.

국내 주식형 공모펀드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지난 2009년 1월 76조900억원을 기록할 정도로 커졌지만 이후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1년만인 2010년 반토막 가까운 49조 원 규모로 급감한 설정액은 2011년 58조 원 규모로 반등하기도 했지만 이후 꾸준히 규모가 줄어 30조 원을 밑도는 수준까지 왔다.

국내주식형 공모펀드 설정액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 사모펀드는 큰 변동이 없어 대조적이다. 2015년 10조 원까지 커지기도 했지만 내내 9조 원 안팎 규모를 유지하는 모양새다. 지난달 30일 기준으로 국내 주식형 사모펀드 설정액은 8조 8106억 원을 기록했다.

국내 주식형 공모펀드에서 자금이 줄어드는 사이 코스피(KOSPI)는 등락을 반복하긴 했지만 전반적으로 상승 추세였다. 지수도 2009년 1100대 수준에서 현재 2100대로 올라섰다. 공모펀드의 자금 흐름과 일치하는 흐름을 나타내지는 않은 셈이다.

주가흐름
최근 10년 주가흐름 [출처:네이버증권]

자산운용사들은 이 같은 자금 이탈을 누구보다 피부로 느끼고 있다. 특히 최근 2~3년 사이 꾸준히 환매가 나오고 있다는 설명이다. 운용사 관계자는 "지수가 올라가면 환매가 더 나오고 요새는 지수가 빠져도 환매 요청이 나오는 식"이라며 "추세적으로 꾸준히 돈이 빠져나간다"고 말했다.

이 같은 흐름은 20여 년 전 펀드 투자 초기와는 전혀 다른 패턴을 나타낸다는 분석도 있었다.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운용 부사장(CIO)은 "바이코리아 열풍이 불었던 99년에만 해도 펀드 투자자들이 시세를 추종해 거품이 생길 때 가입하고 거품이 빠지면 자금이 한꺼번에 빠져나가면서 시장이 폭락하는 악순환을 겪었다"며 "최근 10년 간은 투자자들도 경험을 쌓고 영리해져서 지수 2000이 깨지면 돈이 들어오고 지수가 다시 올라가면 돈을 빼는 경향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수익률 부진에 고비용...패시브나 해외펀드로 이동

이처럼 국내 주식형 공모펀드에서 지속적으로 자금이 이탈하는 데는 결국 수익률의 영향이 컸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많은 국내 주식형 펀드들이 코스피 지수보다 4~5% 가량 낮은 성과를 냈고 특히 최근 2~3년 간 이런 현상이 뚜렷해지면서 발길을 돌린 것으로 풀이된다.

펀드 투자자들은 조 단위 자금이 몰리는 일부 인기 펀드들이나 지난 2015년 열풍이 불었던 중소형 펀드 등에 투자했지만 결국 수익을 얻지 못했다. 이런 경험들이 쌓이면서 국내 주식형 공모펀드에 투자하는 것 자체에 피로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특히 2%에 달하는 고비용 국내 펀드에 대한 불만이 증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비용만큼 수익을 내야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운용사 관계자는 "벤치마크를 이기지 못하는 펀드 수익률에 고객들이 외면하는 모습"이라며 "비용이 낮은 인덱스펀드나 ETF 같은 상품으로 갈아타는 추세"라고 전했다.

기존의 펀드 투자자들은 크고 무거워진 공모펀드 대신 가볍고 새로운 투자대상으로 눈을 돌렸다. 액티브 상품 대신 ETF나 ELS 등의 패시브 상품으로 관심을 완전히 돌리거나 국내보단 해외주식에서 대안을 찾는 이들도 크게 늘었다.

해외부동산 등 대체자산을 기반으로 한 펀드도 공모시장에 선을 보이며 국내 주식형 펀드의 자리를 채웠다. 부동산 공모펀드들의 경우 4~5%의 예상수익률을 보여 주식형 펀드로 수익률 갈증을 느꼈던 투자자들의 마음을 제대로 공략했다는 평가다.

국내 주식형 공모펀드의 자금 이탈은 향후 수개월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다. 다만 현재 과도한 수준으로 자금이 빠져나갔기 때문에 지수 상승 여지가 커지면 점차적으로 자금 규모를 다시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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