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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업계, 투자 재원 통합 효과 '글쎄' [한국벤처투자-성장금융 통합논의]일원화 구조 '긍정' vs 성장단계별 투자 '희석' 우려

김세연 기자공개 2017-06-01 08:04:45

이 기사는 2017년 05월 31일 14:5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벤처생태계의 주요 투자 재원인 모태펀드와 성장사다리펀드의 통합 논의가 불거진 가운데 정작 최종 투자 수요자인 벤처기업들은 재원 통합 효과가 '미미할 것'이란 반응이다. 투자 통로가 일원화된다는 점은 긍정적이나 성격이 다른 재원의 통합으로 자칫 세분화된 투자기회마저 잃어버릴 수 있지 않겠냐는 우려에서다.

정부는 최근 중소기업청의 가칭 '중소벤처기업부' 승격과 함께 벤처기업 투자를 지원해온 국내 주요 투자재원의 통합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책자금을 모(母) 펀드 재원으로 활용하는 모태펀드(집합투자기관 한국벤처투자)와 금융기관 출자금을 재원으로 하는 성장사다리펀드(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의 통합을 통해 기업 생애주기별 일원화된 투자지원 방향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일단 벤처업계는 정부의 벤처생태계 육성 방향에 대해서는 긍정적이란 반응이다. '흑묘백묘(黑猫白猫)론'과 마찬가지로 실제 벤처기업의 성장 지원을 위한 투자가 가능한 환경이라면 투자재원의 통합 여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A 벤처기업 대표는 "벤처기업은 창업에서 성장에 이르기까지 단계별 투자와 지원이 필요하다"며 "하지만 실제 투자 유치과정에서 적절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며 어려움을 겪었던만큼 콘트롤 타워 구축을 통한 일원화된 투자 재원은 배분은 성장 지원 효과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B 벤처기업 대표 역시 "모태펀드와 성장사다리펀드 통합을 통해 마련되는 약 18조 원의 거대 투자 재원은 결국 벤처생태계 지원이란 정책적 효과를 감안할 때 벤처기업의 투자 기회가 확대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기업 입장에서는 재원의 출처와 관계없이 실제 투자를 받을 수 있는지가 관심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통합을 통해 정책적 효과만이 강조된 펀드로 탈바꿈할 경우 다양한 벤처기업 성장 단계별 자금 조달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C 벤처기업 관계자는 "통합으로 정책적 요건이 강조되는 모태펀드의 운용만이 강조될 수 있을 경우 부처별 특성만을 고려한 하위펀드 운용이 무리한 펀드별 경쟁 등 일부 폐단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며 "무리한 경쟁으로 자칫 모태펀드의 고유한 창업기업 육성 지원이란 정책적 효과를 잊어버릴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D 벤처기업 대표는 "거대 모태펀드가 마련되더라도 결국 정부자금 의존도가 높은 벤처캐피탈 입장에서는 지속적인 출자를 위해 수익성 창출을 투자 기준으로 삼을 수 밖에 없다"며 "기존 유한책임사원(LP) 다양화 속에 창업 투자에 쏟았던 벤처캐피탈의 일부 관심과 투자마저 외면받는 폐단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E 벤처기업 관계자는 "창업초기에 정부 지원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데쓰벨리를 지나 경쟁력을 갖춘 중소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민간자본의 투자와 유치 등을 통한 수익창출 구조 마련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며 "정책 자금이란 달콤함에 취해 성장을 위한 지속적 노력을 게을리해도 된다는 착각에 빠질 수 도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벤처 기업들은 거대 모태펀드의 출현보다 벤처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구조 마련이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벤처 기업 육성이라는 본연의 정책적 목표를 유지하면서 창업 초기 기업을 향한 투자 집중도를 높이는 토양을 먼저 마련해달라는 것이다.

F 벤처기업 대표는 "현재의 벤처투자 재원을 단순 통합하기 보다 벤처생태계 토양을 조성하고 민간의 벤처 투자 역량확대를 이끌 수 있는 선순환 체계 구축을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이라며 "설립이 예정된 중소벤처기업부가 벤처기업 관련 법적제도 정비나 사업 추진과정의 불합리성을 해소하는 제도적 구조 마련에 역할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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