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7년 06월 20일 07:2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해 첫 회사채 시장을 찾은 한라홀딩스(A0)가 미배정 트라우마를 극복할 수 있을 지 관심이 쏠린다. 그룹 내 중추 역할을 하는 만도(AA-)가 견조한 흐름을 이어가는 가운데 번번히 투자자 모집에 발목을 잡았던 한라(BBB0) 리스크가 다소 수그러든 점은 긍정적 대목이다. 최근 풍부한 회사채 수급을 기반으로 A급 물량에 퍼지고 있는 온기도 호재로 꼽힌다.

지난해 한라 재무부담을 떠안으며 악화된 한라홀딩스의 펀더멘털은 감점 요인이다. 한라홀딩스는 당시 제주 세인트포CC 개발 등에 대한 계열사 지원으로 신용등급이 강등됐다. 현재 총차입금, 순차입금을 비롯 각종 차입금 커버리지 지표는 2014년 대비 크게 나빠진 뒤 회복되지 않고 있다.

◇ 트랜치 3년 단독물…풍부한 회사채 수급

한라홀딩스는 내달 초 400억 원 규모 자금을 회사채로 조달할 예정이다. 약 10개월 만이자 올 들어서는 첫 회사채 발행이다. 트랜치는 단기물 중심으로 구성할 전망이다. 현재 주관사로 선정한 KB증권과 구체적인 공모구조를 조율 중으로 늦어도 이달 말 신고서를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한라홀딩스는 지난해 회사채 발행에 나섰다 번번히 투자자 모집에 실패했다. 3월 1000억 원 모집에 나서 소량 미매각을 기록했다. 연말인 11월 600억 원 모집에 나서 이 역시 소량 미매각을 냈다. 1.5년, 2년물 등 초단기물로 대응에 나섰지만 건설 자회사인 한라 리스크에 발목이 잡혔다.

한라홀딩스는 올해 회사채 조달에선 자신감과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당장 트랜치를 1.5년, 2년물을 모두 제외하고 3년물로만 구성하는 방안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발행규모도 최소화한 만큼 모처럼 미매각없이 전량 수요예측에서 처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주력 자회사 만도의 존재는 강력한 플러스 요인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어닝 서프라이즈를 이어가며 한라홀딩스뿐 아니라 그룹의 지지대 역할을 하고 있다. 한라의 반등 역시 기대감을 키운다. 올 들어 배곧신도시 프로젝트 등을 기반으로 영업·재무실적이 반등을 시작했다는 평가다.

최근 풍부한 수급에 기반한 회사채 시장 훈풍은 가장 큰 호재로 꼽힌다. A급 발행사들도 새롭게 시장에 등장한 한국콜마가 10배에 육박하는 수요를 모으는 등 오버부킹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사실상 리테일 수요인 두산 역시 지난주 발행에서 미매각 물량을 최소화하는데 성공했다.

시장 관계자는 "한라홀딩스가 지난해 연초 발행 당시 계열사 지원부담도 있었지만 수급 상황이 원만치 않은 탓에 미매각을 낸 측면도 크게 작용했다"며 "이에 반해 올해는 기존 AA급 외 A급으로도 온기가 이어지고 있는 덕분에 미매각 트라우마를 지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전이된 재무부담 지속…차입금 축소 '과제'

한라 리스크는 상대적으로 줄었지만 한라홀딩스 자체의 재무부담 확대는 변수로 꼽힌다. 향후 개선된 자회사 수익·재무구조가 한라홀딩스에 긍정적 영향을 줄 가능성은 높지만 아직 두드러진 회복세를 기대하긴 이르다는 평가다. 지난해 계열사 지원 이후 취약해진 재무구조가 지속되고 있다.

한라홀딩스의 지난해 말 기준 총차입금 규모는 6850억 원 수준에 달한다. 전년(4882억 원) 대비 40% 가량 급증한 수치다. 현금성자산을 감안한 순차입금(3356억 원)은 5807억 원으로 더 큰 폭으로 증가했다. EBIDTA/금융비용, 순차입금/EBITDA 등의 차입금 커버리지 지표 역시 뒷걸음질쳤다.

투자은행(IB) 관계자는 "투자자들은 자회사 부담을 사실상 떠안은 한라홀딩스의 재무부담이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면 청약에 참여할 것"이라며 "현재로선 자회사들이 호조를 보이는 덕분에 기대감이 크지만 건설업의 변동성을 감안하면 예단할 수 없는 대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