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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NK금융 차기 리더는]커지는 회장 인선 '잡음'에 공모 취지 퇴색노조 '낙하산' 규정, 면접 '원천봉쇄' 준비…이정환 전 이사장 심경 주목

김장환 기자공개 2017-08-02 10:24:35

이 기사는 2017년 08월 01일 16:4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BNK금융지주 회장 인선을 두고 잡음이 지속되고 있다. 회장 후보로 지원한 외부 인사들을 '낙하산'으로 규정하고 노조 등이 목소리를 높이면서 비롯된 일이다. 이 같은 여론몰이가 지역 사회와 정치권으로까지 번지면서 회장 인선을 공모로 결정한 근본 의미 자체를 퇴색시키는 모양새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부산은행 노조는 오는 9일 있을 BNK금융지주 회장 후보자 면접 현장에서 고강도 시위를 벌일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외부 인사 후보의 '낙선'을 목표로 발벗고 뛰겠다는 생각이다. 낙하산으로 규정한 후보들의 원활한 면접 절차를 막는 동시에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도 압박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이날 면접은 8명의 회장 후보가 참석해 임추위 대상 '브리핑'을 하는 형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면접 장소는 부산시 남구 부산은행 본점이 유력하게 점쳐진다. 대상자는 박영빈 전 경남은행장, 김지완 전 하나금융지주 부회장, 임영록 전 BS금융지주 사장, 이정수 전 BNK저축은행 사장, 손교덕 경남은행장, 박재경 BNK금융지주 회장 직무대행, 빈대인 부산은행장 직무 대행, 정민주 BNK금융지주 부사장 등이다.

정작 노조의 거센 반발이 예상되면서 면접이 제대로 진행될 수 있을 지 의문시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전·현직 내부 인사들이야 별다른 문제 제기가 없겠지만 외부라고 규정한 인사들을 대상으로 노조가 강한 압박을 가할 가능성이 우려된다"며 "박영빈 전 행장과 김지완 전 부회장의 경우 상당히 곤혹을 치를 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부산은행 노조의 반발 등 이유로 이미 유력한 외부 인사가 압축 후보군 선정 절차에서 탈락하기도 했다. 이정환 전 한국거래소 이사장이다. 이 전 이사장은 BNK금융지주 회장 공모에 지원한 외부 인사 중에서 가장 유력한 후보로 거론됐지만 일찌감치 고배를 들었다. 그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이에 대한 심경을 최근 남겼다.

이 전 이사장이 올린 글에는 이번 인선 절차를 규탄하는 목소리가 담겨 있다. 요약해보면 "BNK금융지주 성세환 회장이 주가조작과 엘시티 특혜금융 등으로 구속 상태에서 임추위는 제왕적 권력을 분산하기 위해 회장과 은행장을 분리하고 회장 후보를 대내외 공모로 결정했다"며 "적폐를 청산하기 위해 외부공모를 추진했는데 서류심사 합격자 8명 중 6명이 내부"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과정에 부산은행 노조와 일부 시민단체 등이 열심히 앞잡이 노릇을 하면서 경제금융부처 30년 경력과 한국거래소 이사장 경험에도 서류심사 자격미달로 미끌어졌다"며 "(내가) 낙하산의 표적이 돼 땅에 떨어졌다"고 했다.

금융권에서는 이 전 이사장의 글이 완전히 틀렸다고 보기 어렵다는 평가도 들린다. BNK금융지주 이사회가 회장과 행장을 분리하고 회장직의 경우 외부로까지 문호를 개방한 이유는 내부 인사들에 국한된 경영권 승계로 제왕적 지배구조가 오랜 기간 이어졌고 이에 따른 각종 부작용이 잇따랐다는 점을 고려해서다. 외부 인사를 기용해 조직의 쇄신을 꽤하겠다는 의미도 엿보였다. 하지만 노조와 시민단체 등이 회장에 지원한 외부 인사들에게 낙하산이란 오명을 씌우고 있고, 이에 압박을 느낀 임추위도 공모를 단행한 취지를 살리기 어려운 상황에 처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아울러 금융권에서는 과거 이장호 전 회장 퇴임 당시와 비슷한 양상을 보일 수 있다는 점도 우려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2013년 BNK금융지주와 부산은행 검사를 거쳐 불합리한 지배구조에 따른 각종 문제들을 적발하고 이 전 회장의 퇴진을 압박했다. 감독당국에 제대로 된 보고도 없이 BNK금융지주와 부산은행 임원이 겸직하고 있는 사실이 적발됐고 또 사업적으로도 각종 문제들이 적발됐다. 이에 따라 외부 인사가 기용될 가능성이 점쳐졌지만 당시에도 노조 등의 반발로 내부 인사 중에서 후임자를 발탁했다. 성세환 회장이 회장과 행장에 올라 조직을 차지한 일은 이 전 회장 시절 구상된 엘씨티 대출 문제가 현직 회장까지 이어지는 근본 원인이 됐다는 평가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BNK는 이제 일개 지역은행이 아니라 2개 은행을 거느리고 자산 규모가 100조 원 넘는 국내 5대 금융그룹으로 거듭난 상태"라며 "무능력한 외부 인사이고 정치권 낙하산 인사라면 당연히 배제돼야겠지만 능력있는 외부 인사까지 무차별적으로 이처럼 규정하는 건 기득권 유지를 위한 적폐이자 조직의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 처사"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임추위가 정치권과 노조, 시민단체의 압박에 흔들리지 않고 BNK금융그룹의 발전만을 생각해 회장 선출 절차에 나서줬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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