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이철민의 Money-Flix]프랜차이즈의 본질을 꿰뚫다맥도날드 창업 신화를 그린 영화 <파운더>

이철민 VIG파트너스 부대표공개 2017-08-30 10:09:48

이 기사는 2017년 08월 29일 11:1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식음료 프랜차이즈 업계의 수난시대다. 성공 신화로 화려한 조명을 받았던 오너들이 탈세, 성추행, 마약, 자살과 같은 초대형 사건의 주인공으로 뉴스에 등장한다. 그 피해는 당연히 해당 프랜차이즈들의 가맹점 주인들에게 고스란히 떠넘겨진다.

가맹점주들은 수난시대가 갑작스럽게 온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암묵적으로 자행돼 오던 가맹본부의 불공정행위들로 인해, 이미 오래 전부터 지속되어 왔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갑질'로 시끄러웠던 한 대형 피자 프랜차이즈 오너의 구속을 그들은 복잡한 심경으로 바라본다.

가맹점은 물론 가맹본사를 위해서도, 상생이 가능한 사업 모델로 바뀌어야 한다는 논의가 뒤따르는 이유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이러한 시대적 요구를 받아들여 주도적으로 그 역할을 수행하는 중이다. 그러나 국내에 도입된 지 40여년, 매출 100조 원, 종사자수 80만 명이 넘은 대규모 산업의 틀을 일거에 바꾸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프랜차이즈의 종주국인 미국도 예외는 아니었다. 1886년 존 펨버튼이 설탕, 당밀, 향신료에 코카인을 섞어 만든 검은 물(코카콜라!)을 지정한 사람들만 팔 수 있게 한 이래로, 누군가 일확천금을 벌 때 다른 누군가는 피눈물을 흘려야 했다. 오늘날과 같이 안정된 사업 모델이 정착된 것은 맥도날드가 본격적으로 가맹사업을 시작한 1955년 이후부터라는 것이 정설이다.

그러나 오늘날 100개국, 3만 7000여 매장에서 매일 7000만명의 고객을 상대하는 햄버거 제국이 프랜차이즈의 전범이 되는 과정도 그리 아름답지만은 않았다. 올 4월에 개봉되었던 존 리 행콕 감독, 마이클 키튼 주연의 <파운더>(The Founder)는 바로 그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그려낸 영화다.

clip20170829112315
맥도날드의 아름답지만은 않은 성공 신화를 다룬 영화 '파운더'

이 영화에서 주목할 것은 1948년 캘리포니아 샌버나디노에서 패스트푸드로서의 햄버거를 처음 선보인 맥도날드 형제가 주인공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진짜 주인공은 밀크쉐이크 기계를 다량으로 주문하는 것에 흥미를 느끼고 맥도날드 형제의 레스토랑에서 방문한 세일즈맨 레이 크룩이라는 인물이다.

가맹점들이 자신들의 원하는 균질한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할 것이라 우려하는 맥도날드 형제들을 설득하는데 성공한 그는, 1955년 본격적인 프랜차이즈를 시작한다. 그 뒤 그가 창업자들과의 지속적인 마찰 끝에 본사를 인수하는 과정은 한 편의 '몹시 불편한' 드라마다. 그 즈음에 영화는 관객들에게 핵심 질문을 던진다. '맥도날드의 진정한 창업자(파운더)는 누구인가?'

그러나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프랜차이즈 사업의 본질은 무엇인가'에 대하여 영화가 그 답을 아주 노골적으로 제시하는 장면이다. 영화 후반부에 레이는 우연히 재무전문가 해리 소노번을 만나는데, 회계 장부를 검토한 해리가 레이에게 이렇게 이야기하는 장면이 나온다. "당신은 무슨 사업을 하고 있는지 모르는 것 같군요. 당신은 버거 사업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나서 해리가 던진, 스포일러이기에 밝힐 수 없는 한 문장으로 인해 레이는 맥도날드 사업의 본질이 무엇인지 비로소 깨닫게 된다. 훗날 해리가 맥도날드의 첫 CEO로 임명된 것은 바로 그런 통찰력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 뒤에 가맹점이 폭발적으로 성장하였으니, 그렇게 만들어진 프랜차이즈 모델은 가맹점주들에게도 충분히 설득력이 있는 것이었음에 분명하다.

시대와 상황은 다르지만 상생을 위한 복잡한 방정식을 풀어야 하는 우리 프랜차이즈 업계가 이 영화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바로 거기에 있다. 금융·투자분야 종사자들 또한 이 영화를 통해 창업자와 사업가의 차이를 확인하고, 어떤 비즈니스던 그 숨겨진 본질을 찾는 것이 중요함을 깨닫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철민부대표프로필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