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7년 08월 30일 08:0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같은 인터넷전문은행이지만 케이뱅크에는 재무전략본부장(CFO)이 있고 카카오뱅크에는 없다. 대신 카카오뱅크에서는 이용우 대표가 CFO를 겸임한다. 재무전략을 담당하는 그룹(파트)이 따로 있지만 각 그룹장이나 실무자들이 중간 의사결정자를 거치지 않고 이용우 대표에게 직접 보고하는 체제다.

부사장 등 고위 임원 없이 대표와 실무자들로만 구성된 조직은 규모가 작은 기업에서 종종 목격된다. 하지만 대표의 의사결정을 견제할만한 2인자가 없고, 대표의 경영현황을 주주들에게 공론화 할 고위급 구성원이 부재하다는건 금융감독원이 검사하는 은행 경영관리의 적정성과 내부통제 운영의 적정성 측면에서 리스크 우려가 있다는 분석이다.

카카오뱅크 총 직원 수는 대표를 포함해 270명으로, 세부 조직도는 베일에 싸여 있지만 은행업에 필요한 부서는 대부분 갖추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다른 곳과 동일하게 경영기획, 재무전략, 위험관리, 여신관리 등의 부서가 있지만 직급이 간소화됐다는 점이 다르다.

그룹장은 조직이 좀 더 촘촘하게 짜여진 일반기업으로 치면 팀장급에 해당된다. 대표와 그룹장, 팀원이 회사의 경영 방향에 대해 자유롭게 의진을 개진하는 것이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카카오가 가진 수평적인 조직체계와 문화로 인한 차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렇듯 2인자가 없는 회사, 수평적 조직 체계를 가진 은행의 경영 리스크 관리는 어떨까.

우선 직급이 간소화됐고 CFO가 없다고 해서 단순히 리스크가 있다고 판단하긴 어렵다. 오히려 빠른 의사결정으로 운영의 효율화를 끌어낼 수 있다. 대리가 되는데만 수년이 걸리는 관료적인 은행 분위기와 비교했을 때 인터넷전문은행은 슬림화된 조직만으로도 은행업을 할 수 있다는걸 보여주기도 한다.

하지만 최고경영자에 대한 견제 시스템이 없고 회사가 베일에 싸인 경우 경영관리의 적정성과 내부통제 운영의 적정성 부문이 저해될 소지는 있다.

금융감독원에서는 '은행 검사 업무 안내서'를 통해 리스크관리를 평가하고 있다. 금감원은 '은행이 리스크지배구조를 적절하게 구축해 운영하고 있는지 여부와 은행이 각종 거래에서 발생하는 제반 리스크(시장리스크, 운영리스크, 금리리스크, 기타리스크)를 적시에 인식·감시·통제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고 이를 적절하게 운영하는지 여부를 파악한다'고 목적을 밝혔다.

카카오뱅크의 경우 기타리스크와 관련이 있다. 금감원은 전략 관리를 위해 내부조직의 적정한 역할 분담이 돼있는지 여부를 평가하게 된다. 경영실태평가의 세부내용으로는 경영관리의 적정성 항목이 해당되는데 주주 가치의 중요성을 인식, 시장 신뢰를 얻을 수 있는 투명하고 건전한 경영을 위하여 노력하는지를 체크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결국 은행의 건전성을 결정짓는건 내부에서 견제 시스템이 잘 작동되는지, 대표의 경영상 문제점이나 리스크를 주주들에게 공론화 할 인력이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카카오뱅크는 여·수신 현황, 계좌 수 등 기본정보를 제외하고 경영상황의 대부분을 공개하고 있지 않고 있는데, 은행 내부에 문제가 생겼을 때 이에 대해 인지하고 목소리를 낼 또다른 책임 구성원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컨설팅 회사 고위 관계자는 "회사가 성장할수록 주요 의사결정이 많아지는데 수평적인 조직에서는 그룹장이나 팀원이 목소리를 낸다하더라도 최종 결정은 결국 대표에게 의존할 수 밖에 없는 구조"라며 "회사의 존폐에 대한 책임 및 정보에 대한 권한이 부여된 직원이 대표 둘 뿐이라는 점이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리스크가 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