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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월드, 다시 기회를 맞다 [thebell note]

권일운 기자공개 2017-09-07 07:33:50

이 기사는 2017년 09월 06일 07:4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싸이월드의 흥망성쇠 스토리는 국내 벤처기업 역사상 가장 드라마틱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사실상 세계 최초였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미니홈피를 통해 막대한 사용자를 확보했고, 수익 모델 또한 앞장서 도입했다. 그리고는 굴지의 대기업 SK의 품에 안겨 꽃길을 걸을 것처럼 보였다.

싸이월드에게 대기업과의 인연은 트라우마로 남았다. SK 계열로 편입된 싸이월드는 IT 서비스 기업이 갖춰야 할 필수 덕목인 혁신 원동력을 잃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싸이월드는 결국 내리막길을 걸었고, 종업원 지주를 설립해 홀로서기에 나섰다. 싸이월드의 실패 원인에 대한 의견은 분분했다. 섣불리 대기업 DNA를 벤처기업에 이식하려는 시도가 옳지 않았다는 말도, 유료화 서비스 자체가 국내 실정에 맞지 않다는 말도 나왔다.

그랬던 싸이월드가 또다시 대기업과 손을 잡았다. 이번에는 삼성전자와 삼성벤처투자가 싸이월드에 신규 자본을 공급하기로 했다. 투자 금액이 50억 원으로 그리 크지 않고, 기업가치 또한 과거의 명성과 비교하면 보잘것 없는 수준으로 책정됐다. 하지만 재기를 시도하기에는 적잖은 규모다. 단순한 재무적 투자가 아니라 연구개발(R&D) 용역비가 포함됐다는 점에서 지속가능한 성장을 모색할 수도 있게 됐다.

삼성의 투자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싸이월드가 다시금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한 번 성장세가 꺾인 벤처기업은 되살아나기 어렵다는 세간의 인식을 불식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된다는 점에서다. 공적 자금의 영역으로 여겨지던 기업 구조조정이나 재기지원 분야에서 민간 산업자본이 얼마든지 존재감을 나타낼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하는 사례가 될 수도 있다.

삼성의 투자를 계기로 싸이월드가 예전의 위상을 회복할 것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 삼성전자가 싸이월드의 빅 데이터를 자사 서비스에 활용한다는 청사진을 그려 놓았다지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삼성이라는 세계 최고 기술기업 집단과의 협업 가능성을 얻은 것 자체가 싸이월드에게는 천재일우의 기회다. 싸이월드가 부디 그 기회를 십분 활용해 더욱 드라마틱한 벤처 스토리를 써나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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