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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주의 풋옵션, '신동빈 지배력 강화' 자충수? 자사주 효과 극대화, 지주사 실질 지배력 높여

박창현 기자공개 2017-09-14 08:19:45

이 기사는 2017년 09월 13일 14:2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사진)이 보유 지분 매각이라는 강수를 던졌다. 4개사 분할 합병이 주주이익과 무관하다고 판단, 재산권 행사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지분 매각은 자충수로 비춰지고 있다. 사실상 견제 장치가 없어질 뿐만 아니라 해당 지분이 신동빈 회장 오너십에 힘을 싣는 지렛대 역할을 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신동주
SDJ코퍼레이션은 최근 신동주 회장이 소유하고 있는 롯데쇼핑과 롯데칠성음료, 롯데푸드, 롯데제과 주식 대부분을 매각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신 회장은 지난 달 열린 4개사 주주총회에서 분할 합병안에 반대했다. 주주 보호 관련 법규에 따라 합병 반대 주주는 롯데 측에 보유 주식을 사달라고 요청할 수 있는 '주식매수청구권'을 갖게 된다. 권리 행사 기간은 이달 18일까지다.

신 회장은 이 권리를 행사해 롯데제과(3.96%)와 롯데쇼핑(7.95%), 롯데칠성(2.83%), 롯데푸드(2%) 지분 대부분을 처분할 계획이다. 해당 지분을 모두 매각할 경우 총 7660억 원의 현금을 확보할 수 있다. 반대로 롯데그룹은 자금을 마련해 정해진 기일 내에 매매대금을 지불해야 한다.

다만 롯데 4개사는 주주들의 권리 행사에 대비해 이미 매수대금 한도를 설정해두고 있다. 먼저 롯데쇼핑에 대해서는 1조 6500억 원을 마지노선으로 정했다. 롯데제과와 롯데칠성, 롯데푸드에 대해서도 각각 5500억 원, 4500억 원, 2000억 원을 설정해뒀다. 전체 규모만 2조 8500억 원에 달한다. 신 회장 외에 다른 주주들이 권리를 행사하더라도 충분히 수용 가능한 수준이라는 평가다.

롯데 측이 감내해야 할 재무적 충격은 크지 않은 반면 신동주 회장은 잃을 것이 많은 카드라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무엇보다도 이 선택은 최종적으로 신동빈 회장 오너십 강화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

4개사 주주들이 기한 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면 각 사는 그 주식을 매입해야 한다. 매입 주식은 전량 자기주식으로 편입된다. 이후 사업회사-투자회사 분할 과정을 거치게 되면 이 자사주도 똑같이 '사업회사 자기주식'과 '투자회사 자기주식'으로 나뉘게 된다.

먼저 투자회사 자기주식은 궁극적으로 롯데지주 자사주로 변모하게 된다. 4개사 투자회사가 하나로 합쳐져서 롯데지주가 탄생되기 때문이다. 현재 지분율로만 따지면 롯데지주는 12.28%의 자사주를 갖게 된다.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지배주주인 총수 일가의 실질 지배력을 높이는 효과를 가져온다.

신동주 회장이 권리를 행사한 지분수 만큼 자사주로 편입되는 주식이 늘어나게 되고, 이는 곧 롯데지주 최대주주인 신동빈 회장의 지배력 강화로 이어지게 된다. 신동빈 회장은 향후 10.5%의 롯데지주 지분을 보유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의결권 지분만 따지면 실질 지분율은 12%까지 오르게 된다. 추가로 신동주 회장 지분이 자사주로 편입되면 실질 지배력은 더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주사 행위제한 요건 중 하나인 '자회사 지분 요건'을 충족시키기도 더 수월해진다. 지주사는 상장된 자회사 지분을 20% 이상 갖고 있어야 한다. 롯데지주의 경우, 롯데푸드(22.1%) 지분율만 이 기준을 총족하고 있고 나머지 3개사는 추가로 지분을 더 확보해야 한다. 특히 롯데제과는 보유 주식수가 1주도 없다.

하지만 신 회장이 권리 행사에 나서면서 자연스럽게 행위제한 요건을 해소할 수 있는 기회를 잡게 됐다. 예를 들어 신 회장이 롯데칠성 주식 2.8%에 대한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면, 롯데칠성은 자기주식 2.8%가 생긴다. 이후 롯데칠성은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나뉘게 되고, 자기주식도 똑같이 갈라진다. 이 때 롯데칠성 투자회사가 투자회사 자기주식은 물론 사업회사 자기주식도 가져간다.

다음 단계로 4개사 투자회사가 합쳐져서 롯데지주가 탄생하게 되면 롯데칠성 투자회사가 갖고 있던 롯데칠성 사업회사 자기주식은 의결권이 살아난다. 결과적으로 '롯데지주→롯데칠성(사업회사)'으로 이어지는 지배 연결고리가 생기는 셈이다. 롯데칠성 외에 나머지 3개사 역시 신 회장이 권리를 행사한 자기주식이 이 같은 역할을 하게 된다.

신동빈 회장과 롯데그룹 입장에서는 지주사 출범 후 자회사 지분 요건을 충족시켜야 하는 상황에서 운신의 폭을 넓히는 수 있는 기회를 잡게 된 모양새다. 아울러 신 회장 측이 보유 지분 대부분을 매각할 경우, 국내 계열사에 대한 견제 수단 역시 크게 약해질 수 밖에 없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신 회장이 국내 계열사 경영권은 포기하고, 대신 일본에서 승부수를 띄우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SDJ코퍼레이션 측은 지분 매각은 주주권 행사 일환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SDJ코퍼레이션 관계자는 "신동주 회장의 풋옵션 행사는 주주로서 주주총회 결과에 대한 반대 표시"라며 "향후 계획에 대해서는 아직 말할 단계가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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