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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LG 막아달라"…100년 기업 '월풀' 어떻길래 美ITC 세이프가드 19일 공청회…이익 견고하지만 점유율 우려한듯

김일문 기자공개 2017-10-13 08:09:26

이 기사는 2017년 10월 12일 16:1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미국 시장에서 악재를 만났다. 월풀의 세이프가드 요청으로 자칫하면 미국 내 세탁기 수출에 차질이 우려된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한국 정부와 함께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뾰족한 해법을 찾긴 힘들다.

월풀은 미국 토종 가전업체로 100년이 넘는 업력을 자랑한다. 미국내 인지도도 단연 높고 주요 품묵은 시장 점유율 1위를 자랑한다. 이런 월풀이 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미국 진출을 막아달라고 정부에 청원까지 해야 했을까. 세이프가드는 불공정행위를 규제하는 반덤핑 규제 등과 달리 미국내 제조업체에 타격을 주는 해외 기업에 대해 제재를 가하는 미국의 통상 압력 수단이다.

최근 월풀의 실적을 보면 양호한 흐름을 보인다. 지난 3년간 월풀의 매출액은 20조 원이 넘는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작년의 경우 207억 달러(한화 약 23조 원, 달러-원 환율 1130원 기준)의 매출액을 올렸으며, 2015년과 2014년에는 각각 208억 달러와 198억 달러의 매출액을 각각 기록했다.

영업이익도 꾸준히 늘어났다. 월풀은 2014년에 11억 8000만 달러, 2015년에 12억 8500만 달러, 작년에는 13억 5400만 달러의 영업이익을 나타냈다. 지난해 기준 월풀의 영업이익률은 6.5% 를 기록했다. 성장폭이 크지 않지만 매년 증가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탄탄한 영업이익을 바탕으로 순이익도 늘고 있다. 2014년 6억 5000만 달러였던 순이익은 작년에 8억 8800만 달러까지 증가하면서 30% 이상 성장한 것으로 집계됐다.

월풀은 미국을 대표하는 대형 생활가전 업체다. 1911년 설립돼 미국 가전시장을 이끌었고 지속적인 M&A로 럭셔리 주방가전을 비롯해 총 10여개에 달하는 계열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월풀을 비롯해 메이텍, 키친에이드 등이 대표적이다. 계열 브랜드를 모두 합친 전체 가전시장 점유율은 30% 후반을 기록해 미국 시장 1등을 고수하고 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월풀은 수익이나 점유율 측면에서 미국내 생활가전 분야의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는 업체"라며 "한국 가전업체들 때문에 피해를 보고 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월풀은 미국내 사업에 차질을 빚고 있다며 삼성과 LG를 대상으로 세이프가드를 요청했다. 당장 실적에서 위협을 느끼는 것은 아니지만 시장점유율 잠식에 선제적인 조치를 취한 것으로 풀이된다.

세탁기 시장 점유율 면에서 월풀은 삼성전자와 LG전자에 앞서고 있지만 점유율은 해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2014년 41%에 달했던 월풀의 미국내 세탁기 점유율은 작년 말 38%까지 하락했다. 반면 같은 기간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10%에서 16%로 크게 상승했다. LG전자는 13%대 점유율이 지속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경쟁력은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으로 꼽힌다. 삼성전자의 드럼 세탁기 가격은 베스트바이 온라인 기준으로 649~999달러 선이다. 특히 세탁 중간에 세탁물을 추가할 수 있는 애드워시 세탁기도 749달러에 팔린다. LG전자 드럼세탁기도 679달러부터 1000달러선에 팔린다. 월풀 제품은 기본적인 기능의 드럼세탁기가 719달러~1304달러에 팔린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월풀의 세이프가드 요청에 대해 "결국 미국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고 반박한 바 있다. 더 혁신적이고 새로운 기능의 세탁기를 월풀보다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다는 자신감에 대한 우회적인 표현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가전 부문 영업이익은 월풀과 비슷한 수준이다. 삼성전자는 CE부문에서 가전을 담당하는 데 CE부문 영업이익률은 5% 수준인데 TV사업의 이익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가전 부문 이익은 낮은 수준이다. LG전자는 H&A 부문 영업이익률이 7.5% 수준이다. 삼성전자는 이익률이 월풀보다 낮은 수준이며 LG전자의 경우 월풀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세탁기를 팔고 있지만 이익률은 더 높다. 그만큼 가격 경쟁력과 이익구조가 탄탄하다는 의미다.

무역분쟁에 정통한 한 대형 로펌 변호사는 "세이프가드는 반덤핑이나 상계관세처럼 불공정 행위가 명백한 무역 구제 조치와 달리 일정기간 수입이 급격히 늘어났고, 그로 인해 국내 산업의 피해가 발생했다는 사실이 입증되면 성립될 수 있다"며 "향후 점유율 하락이 불가피 할 것으로 판단한 월풀이 보다 선제적인 행동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세이프가드 관련해 미국 ITC(무역위원회)는 오는 19일 공청회를 열고 양측의 주장을 확인한다. 미국 ITC가 월풀의 주장을 받아들이면 삼성이나 LG 제품에 대해 관세를 대폭 늘리거나 수입물량 제한, 수입금지 조치까지 가능하다. 미국 현지에서 세탁기를 만들더라도 관련 부품에 대해 관세가 부과될 수 있어 삼성이나 LG의 미국 가전 공장 건설에도 타격이 올 수 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월풀의 세이프가드 요청은 냉장고, 세탁기 뿐만 아니라 쿡탑에 이르기까지 한국업체들의 시장 잠식을 견제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며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공청회 준비에 만전을 기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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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풀 최근 3년간 실적 추이 및 세탁기 시장 점유율(출처: 트렉라인, 삼성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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