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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현대시멘트 인수 때와 다른 인수전략 택할까 LK와 공동인수, 공정위 승인 리스크… 인수펀드 LP로 역할 '축소' 예상

정호창 기자공개 2017-10-17 09:07:27

이 기사는 2017년 10월 13일 07:4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5위 시멘트 제조업체 한라시멘트 인수전에 동종업체 2곳 이상이 참여하면서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결합심사 승인 여부에 업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인수전 결과에 따라 시장 판도가 다시 한 번 크게 변화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7월 현대시멘트를 인수하며 4위에 그치던 업계 순위를 단숨에 1위로 끌어올린 한일시멘트가 한라시멘트마저 손에 넣을 수 있을 지와 공정위 심사 통과 가능성에 가장 큰 관심이 쏠린다. 시장 전문가들은 한일시멘트가 한라시멘트 인수에 나설 경우 앞선 현대시멘트 인수전과는 다른 전략을 들고 나올 가능성이 적지 않은 것으로 관측한다.

◇관련 업계 "이번에도 LK 뒤엔 한일"

현재 인수후보들의 실사 작업이 진행 중인 한라시멘트 인수전에서 표면적으론 한일시멘트의 이름을 찾아볼 수 없다. 예비입찰을 통해 적격 예비후보(숏리스트) 자격을 따낸 곳은 성신양회, 아세아시멘트, 아주산업, LK투자파트너스 등 4개사뿐이다. 한일시멘트는 지난달 치러진 예비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

이 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관련 업계에서 한라시멘트를 인수할 유력 후보 중 하나로 한일시멘트가 꾸준히 거론되는 이유는 LK투자파트너스 때문이다. 이번 인수전 숏리스트 중 유일한 재무적 투자자(FI)인 LK투자파트너스는 업력이 비교적 짧은 토종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다. 올해 초 현대시멘트 인수전에 나서 한앤컴퍼니, 글랜우드PE·베어링PEA, IMM PE 등 쟁쟁한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우선협상권을 따내면서 시장에 이름을 알렸다.

당시 시장 관계자들은 신생 운용사인 LK투자파트너스가 딜의 승자가 됐다는 사실에 놀라고, 그 뒤에 한일시멘트가 공동 인수자로 자리잡고 있었다는 사실에 한번 더 놀랐다. 한일시멘트는 인수전이 진행되는 동안 LK투자파트너스를 전면에 내세우고 본입찰 결과 전까지 정체를 철저히 숨겼다.

이 같은 전례 때문에 관련 업계에선 이번 한라시멘트 인수전에 나선 LK투자파트너스 뒤에 또다시 한일시멘트가 조력자로 숨어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전략적 투자자(SI)와 FI가 연대해 특정 기업을 공동 인수하는 경우 투자계약에 동종 업종에 대한 '겸영 금지' 조항을 넣는 경우가 일반적이고, 계약서에 해당 내용이 존재하지 않더라도 PE업계 관행상 운용사가 다른 SI와 손잡고 동종업체를 인수해 경쟁구도를 형성하는 투자를 하기 어렵다는 점이 근거다.

시장 관계자들은 LK투자파트너스와 한일시멘트의 연대를 예상하면서도 한라시멘트를 인수하는 방법과 전략은 앞선 현대시멘트 사례와 조금 다를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현대시멘트를 품에 안을 때와 달리 이번에는 공정위 기업결합 승인을 얻기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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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시멘트 지배기업 지분 직접 취득… HHI 기준 '안전지대'

한일시멘트는 지난해 국내 시장에 712만 톤의 시멘트를 출하해 시장 점유율 12.78%로 업계 4위를 기록했다. 이 같은 시장 지위는 올해 9.48%로 업계 6위에 올라있던 현대시멘트를 품에 안으면서 1위로 수직 상승했다.

한일시멘트는 현대시멘트를 LK투자파트너스와 공동 설립한 HLK홀딩스를 통해 인수했다. HLK홀딩스 지분 48.72%를 직접 취득하고 대표이사 및 이사회 과반수 지명권을 보유하는 방식으로 현대시멘트 경영권을 손에 넣었다.

이 같은 인수방식은 한일시멘트와 현대시멘트의 기업결합에 대해 공정위 승인을 필요로 한다. 한일과 현대시멘트의 결합은 공정위가 시장 집중도 평가 기준으로 활용하는 허핀달-허쉬만 지수(HHI)를 240 가량 증가시킨 것으로 추정된다.

공정위 기업결합심사 기준은 동일 시장 기업들의 M&A를 통한 수평형 기업결합에 있어 HHI가 △1200을 미달하는 경우 △1200 이상 2500 미만이면서 HHI 증가분이 250 미만인 경우 △2500 이상이고 HHI 증가분이 150 미만인 경우엔 해당 시장이 안전지대(Safe Harbor)에 속하는 것으로 보고 경쟁제한성이 없는 것으로 추정한다.

현대시멘트 인수 전 국내 시멘트 시장의 HHI는 1240 정도고, 한일시멘트와 결합 후에는 1500을 조금 밑도는 수준이므로 시장 집중도 평가 기준상 안전지대에 해당된다. 한일시멘트가 현대시멘트 인수에 대한 공정위 승인을 어렵지 않게 받을 수 있었던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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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시멘트 인수시 HHI 기준 초과… 경쟁제한성 평가 '불안'

하지만 한일시멘트가 다시 한 번 같은 방식으로 한라시멘트를 인수하게 되면 HHI가 530 가량 증가하게 돼 안전지대 범위를 벗어나게 된다. 이 경우 한일시멘트와 LK투자파트너스는 시장 집중도 평가 다음 단계인 경쟁 제한성 평가를 거쳐 승인 여부를 판정받아야 한다.

이 단계에서 한일시멘트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문제는 수평 결합에 의한 '협조효과' 가능성이다. 이는 경쟁업체 수가 줄어들어 사업자 간에 가격·수량·거래조건 등에 관한 협조행위(담합)가 이뤄지기 쉬워지는 효과를 의미한다.

이 같은 '협조효과'는 △상품의 동질성 △정보공유의 용이성 △상대회사의 독행기업 여부 △공동행위 전력 등을 고려해 판단하도록 가이드라인이 마련돼 있다.

한일시멘트를 비롯한 국내 시멘트 업계 과점 7개사는 건설경기의 부침에 따른 경영실적 악화를 피하기 위해 과거 판매단가를 담합해 결정한 사례가 적지 않다. 공정위에 적발돼 제재 조치를 받은 경우만 4차례에 이른다. 불과 지난해만 해도 한일시멘트와 성신양회, 아세아시멘트가 드라이몰탈 시장에서 담합한 행위가 적발돼 과징금 부과 제재를 받은 일이 있다.

시장 전문가 일부는 공정위가 이 같은 전력을 이유로 한일시멘트의 한라시멘트 인수를 불허하거나 시정조치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PEF LP로만 참여, 간접 영향력 행사 전략 구사 무게

이 때문에 PE업계에선 한일시멘트가 LK투자파트너스와 함께 한라시멘트 인수 우선협상권을 따낼 경우 현대시멘트와는 다른 방식의 투자구조를 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일시멘트가 한라시멘트 경영권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는 형태의 인수구조로 공정위 심사 문턱을 넘으려 할 것이란 분석이다.

시장에서 꼽는 대표적인 방법은 경영권과 관련된 지분을 직접 취득하지 않고 사모투자전문회사(PEF)만을 내세워 한라시멘트 주식을 인수하는 방안이다. LK투자파트너스가 조성하는 PEF에 한일시멘트가 유한책임사원(LP)으로만 참여하고 한라시멘트 지분을 직접 보유하게 되는 특수목적법인(SPC)에는 관여하지 않는 방식이다.

공정위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PEF의 경우 투자 등 주요 의사결정을 무한책임사원(GP, 운용사)이 하므로 최다출자자가 LP라 하더라도 기업결합 신고 의무가 GP에게 있다. 기업결합 신고방법도 일반신고가 아닌 간이신고대상에 해당하며, 설립된 PEF는 일반적으로 GP 계열사로 판단하도록 돼 있다.

한일시멘트가 LK투자파트너스가 설립하는 한라시멘트 인수 PEF에 단순 투자자(LP)로만 참여하는 점을 주장하고 입증한다면 까다로운 공정위 기업결합심사를 피하게 될 공산이 높은 셈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한일시멘트가 한라시멘트 인수에 참여한다면 현대시멘트 인수구조처럼 공정위 리스크가 존재하는 방법보다 PEF 제도의 이점을 철저히 활용하는 방안에 무게를 둘 것으로 보인다"며 "외형적으로 GP인 LK투자파트너스가 경영권 전반을 행사하더라도 경영자문이나 조언을 제공하는 방법 등으로 충분히 한라시멘트 인수 효과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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