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금융그룹, '저축은행 of 저축은행' 어떻게 가능했나 [지배구조 분석]③2011년 부실사태 이전 첫 가교저축銀 인수…'통폐합' 비껴가
원충희 기자공개 2017-10-27 14:51:58
이 기사는 2017년 10월 23일 14:1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태광그룹 소속 6개 금융계열사, 통칭 '흥국금융'은 흥국생명이 흥국화재를, 고려저축은행이 예가람저축은행을 소유한 구조를 갖고 있다. 보험사가 보험사를 소유한 형태는 사례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한화생명과 한화손해보험, 동부화재와 동부생명 등이 대표적이다.하지만 저축은행이 저축은행을 자회사로 둔 경우는 굉장히 드물다. 금융당국의 방침상 저축은행이 직접 저축은행을 인수하는 것을 허용치 않기 때문이다. 흥국금융 소속 고려저축은행과 예가람저축은행의 모자회사 구조는 어떻게 가능했을까.
사연은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예가람저축은행은 예금보험공사가 아림·한중·플러스 등 3개 부실 저축은행 정리를 위해 설립한 첫 가교저축은행이다. 가교저축은행은 부실 저축은행들의 자산·부채 가운데 예금보호가 적용되는 자산만 모아 따로 설립한 저축은행이다.
이듬해인 2006년 5월 태광그룹 소속 고려저축은행이 컨소시엄을 형성해 예가람저축은행을 인수했다. 컨소시엄에는 고려저축은행, 애경유화, 우리은행, 흥국생명이 참여했다. 이후 태광그룹 소속 대한화섬이 유상증자를 통해 예가람저축은행 주주로 들어왔으며 2008년 애경유화, 우리은행이 들고 있는 지분도 모두 매입해 그룹으로 완전히 편입시켰다.
당시만 해도 저축은행은 자회사 저축은행을 둘 수 있었다. SBI저축은행의 전신인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은 현대스위스2, 현대스위스3, 현대스위스4저축은행을 소유했고 저축은행 사태의 시발점인 옛 부산저축은행도 부산2저축은행과 중앙부산저축은행, 대전저축은행을 자회사로 거느리고 있었다.
이 같은 구도는 2011년 저축은행 사태를 기점으로 대규모 구조조정이 시작되면서 바뀌었다. 30여개 저축은행들이 문을 닫았고 이때 모자관계를 이뤘던 저축은행들 대부분이 통폐합됐다.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을 인수한 SBI는 4개로 나눠져 있던 법인을 하나로 합쳤으며 HK저축은행 역시 부산HK저축은행을 흡수 합병했다.
그러나 저축은행 사태에 휘말리지 않고 무사했던 예가람저축은행은 통폐합 열풍에서 멀찍이 떨어져 있었다. 이후 금융당국은 저축은행 사태가 진정세에 접어들자 정상 저축은행 간의 합병을 제한하고 부실저축은행 합병만 승인키로 했다. 구조조정을 계기로 저축은행의 무분별한 대형화를 막기 위한 조치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현재 예가람저축은행과 고려저축은행의 합병을 시도한다 해도 당국 방침상 승인이 나지 않을 것"이라며 "현재 저축은행이 저축은행을 소유한 형태는 흥국금융과 포항 대아저축은행-대원저축은행 외에는 사례를 찾아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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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국금융 소속 저축은행들의 또 다른 특징은 계열사들과 달리 '흥국'사명을 쓰지 않는 점이다. 이 또한 태광그룹의 금융사 인수합병 히스토리를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시작은 이임용 태광그룹 창업주가 1973년 9월 흥국생명을 인수해 그룹으로 편입할 때부터다.
대다수 기업그룹은 이미지 통합을 위해 피인수기업의 상호를 그룹과 동일하게 변경하나 이 창업주는 생보사의 상호를 바꾸지 않았다. 한자로 풀어쓰면 '나라를 흥하게 한다(興國)'란 뜻의 사명을 마음에 들어 했다는 전언이다. 향후 편입되는 금융계열사들에게도 같은 상호를 쓰게 하라는 유지를 남겼다고 한다. 실제로 1999년 7월 신설한 태광에셋투자자문을 흥국자산운용으로, 2006년 1월 인수한 피데스증권중개를 흥국증권으로, 이어 그 해 3월에 그룹으로 편입한 쌍용화재를 흥국화재로 변경했다.
하지만 고려저축은행과 예가람저축은행 등 저축은행 계열사들은 예외다. 1978년 태광그룹이 부산소재 고려상호신용금고(현 고려저축은행)을 인수할 당시 부산에는 이미 흥국상호신용금고(현 흥국저축은행)가 존재했기 때문이다. 예가람저축은행 역시 옛 가교저축은행 상호를 그대로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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