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 SK하이닉스 지분매각 언제쯤? "내년까지 반도체 호황 판단, 적정 시점 아니다"
안경주 기자공개 2017-10-24 16:31:02
이 기사는 2017년 10월 23일 14:3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EB하나은행이 출자전환 과정에서 보유한 SK하이닉스 지분을 당분간 매각하지 않기로 했다. 내년까지 반도체 호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금융상품 국제회계기준(IFRS9) 시행에 따른 실익을 감안할 때 서둘러 SK하이닉스 지분을 매각할 이유가 없다는 판단이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최근까지 SK하이닉스 지분 매각과 관련해 논의해온 결과, 연내엔 매각을 하지 않기로 가닥을 잡았다. 내년 IFRS9 시행으로 자본조정을 받겠지만 SK하이닉스 지분을 보유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나은행은 2002년 SK하이닉스 채무를 출자전환하면서 SK하이닉스 지분을 보유하게 됐다. 2011년 SK그룹에 SK하이닉스 경영권 지분을 매각했다. 이후 남은 지분도 꾸준히 매각했고, 하나은행은 현재 470만 8000주(지난 6월말 기준 지분율 0.7%)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 20일 종가(8만 1200원)를 기준으로 3823억 원 가량된다.
하나은행은 올해 초 SK하이닉스의 주가 상승과 IFRS9 도입을 계기로 남은 주식을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특히 지난 5~6월 SK하이닉스 주식 38만 4927주를 장내매도했다. 주당 평균 매도가격은 5만 8686원으로 전체 매도금액은 225억 9000만여 원이다. 앞서 2014~2015년에는 500만 주를 블록딜로 처분했다. 이 때문에 업계 안팎에선 하나은행이 SK하이닉스 잔여 지분을 연내 매각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증권가에서는 SK하이닉스가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둘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증권가 컨센서스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올해 28조 3453억 원의 매출과 13조 3997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SK하이닉스 실적 고공행진의 배경에는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있다. 전세계적으로 반도체 공급이 부족한 가운데 수요가 폭증하면서 반도체 가격이 지난해부터 계속 오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반도체 호황이 내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도현우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최근 스마트폰 수요가 살아나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모바일 D램을 중심으로 당분간 반도체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하나은행 내부에선 반도체 업황 등을 고려할 때 내년 상반기 이후에나 SK하이닉스 지분 매각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여기에 IFRS9 시행을 앞두고 보유주식을 매각해 순이익에 반영하기 보다는 자본에 반영하는 것이 더 낫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IFRS9은 내년부터 시행되는 금융상품 국제회계기준으로, 이 기준이 적용되면 장기 보유주식을 매각해 이익이 나도 당기순이익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자본만 늘어나게 된다.
이에 대해 하나은행 관계자는 "SK하이닉스 주식매각과 관련해 시장상황에 따라 매각하는 등 유연하게 대처하는 것을 기본 입장으로 하고 있다"며 "소관부서의 판단에 따라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시점에 시장에서 SK하이닉스 주식을 매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하나은행의 지주사인 하나금융지주와 SK그룹이 전략적 사업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도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최근 SK텔레콤은 하나금융과 합작을 통해 생활금융플랫폼 '핀크'를 출시했고, 하나카드 출범 때부터 전략적 파트너로 참여해 현재 지분 15%를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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