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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구 사임, 우리은행 지주사 꿈 멀어지나 사활 걸던 경영전략 차질 불가피, 공격적 M&A 전망도 '불투명'

김장환 기자공개 2017-11-02 15:00:39

이 기사는 2017년 11월 02일 14:5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광구 행장 퇴진 여파로 우리은행의 '금융지주사' 체제 전환 꿈도 불투명해졌다. 이 행장이 직접 힘을 실어왔던 전략인 만큼 새로운 행장이 부임하면 일정과 계획안 등을 전면 수정할 가능성이 높다. 인수·합병(M&A)에 공격적으로 나설 것이란 관측 역시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는 평가다.

우리은행은 이 행장이 사의를 표명했다고 2일 밝혔다. 이 행장은 박근혜 전 정권에서 부임한 '서금회(서강대 출신 금융인 모임)' 출신으로 자리를 보전받기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도 있었지만, 남은 임기를 지킬 수 있을 것이란 반대 해석도 많았다. 올 3월 연임이 결정되면서 2019년 3월까지 임기가 남아있던데다 1차 민영화에 성공하는 등 상당한 공적을 세웠기 때문이다.

이 행장이 사임 의사를 밝히게 된 건 채용비리 문제가 갑작스럽게 불거졌기 때문이다. 이에 연루돼 수석부행장이었던 남기명 국내부문장이 직위해제됐고, 이대진 검사실 상무도 보직해임됐다. 소위 'VIP 특혜채용' 의혹이 조직 전반을 뒤흔드는 상황에서 행장이 자리를 지키고 있기는 여러모로 부담스러웠을 것이란 평가다.

이 행장 퇴진이 결정되면서 우리은행이 그동안 추진해왔던 각종 경영전략도 당분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이 행장이 가장 힘을 실었던 사안은 바로 지주회사 체제 전환이다. 올해 공적자금관리위원회(공자위)가 구성됐고 매각심사소위원회(매각소위)도 꾸려졌다. 매각소위가 예금보험공사의 우리은행 잔여 지분 매각 여부를 결정해 공자위에 올리면 이사회를 통해 최종 의결 후 관련 절차가 진행된다.

정부의 우리은행 잔여지분 매각은 우리은행이 지주사 체제 전환을 시도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는 의미와 같다. 예보 잔여지분 매각 없이 지주사 체제 전환을 이루게 되면 수천억 원대 세금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 있었다.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면 자회사 지분은 모두 새롭게 설립될 우리금융지주에 귀속된다. 이처럼 주식 이전 거래가 이뤄지면 양도차익을 내야 한다. 예보는 과세 제외 대상이어서 우리금융지주만 수천억 원대 세금을 부과받을 수 있는 상태였다. 예보 잔여지분 매각이 선제적으로 이뤄지면 세금을 크게 줄일 수 있었다.

이 행장은 우리은행의 지주사 체제 전환에 사활을 걸고 있었다. 오는 2019년 3월 임기 만료 후 연임을 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도 "지주회사 체제만 성공시키고 나가겠다"는 말을 공공연히 하기도 했다. 올 초에는 지주사 체제 전환 시점을 올해 말까지로 선포하기도 했다. 이처럼 지주사 체제 전환에 힘을 실었던 이유는 민영화 후 시중은행들과 경쟁해 살아남기 위한 필수 조건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증권과 보험사 등 비은행 부문을 키우기 위해서는 지주사 체제가 불가피했다.

다만 새롭게 오게 될 행장은 과연 어떤 판단을 내릴지는 가늠하기 어렵다. 대규모 자금을 집행하면서까지 서둘러 금융지주사 체제를 갖춰야 할 필요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다. 실제 정부에서도 우리은행의 지주사 체제 전환에 아직까지 유보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지분을 사들일 원매자를 찾을 수 있을 지 불확실하다는 점을 들어 지주사 체제 전환을 위한 선제조건인 예보의 잔여지분 매각 역시 확실한 결론을 짓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이로 인해 우리은행 지주사 체제 전환 절차가 뒤로 밀리게 되면 M&A 시장에서 가졌던 기대감도 무너질 수밖에 없게 된다. 우리은행은 제대로 된 지주사를 갖추기 위해 증권사에서부터 캐피탈, 부실채권(NPL)투자회사, 부동산관리회사 등 다양한 매물들을 사들일 것으로 점쳐졌고, 실제 이 같은 구상안을 내부에서 꾸준히 논의 중이었다. 물론 지주사 체제 전환 속도가 늦춰지거나 무산되면 굳이 이 같은 시도를 할 필요성이 없어진다.

한편 이 행장은 이날 사의를 표명하는 메일을 전 직원에게 보내면서도 지주사 전환을 하지 못했다는데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해당 메일에서 "새로 선임되는 은행장이 직원들의 염원을 모아 가까운 시일 내에 지주사로 전환하고, 아울러 118년의 역사를 가진 우리은행이 국가 경제발전과 사회공헌의 책임을 다하는 은행으로 지속 성장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다만 차기 행장이 과연 이를 그대로 받아들일 지는 알 수 없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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