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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신용 우려 과하다, 은행·기업 등급 안정화" [thebell interview]정홍택·박준홍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 이사

홍콩=이길용 기자공개 2017-11-13 14:27:57

이 기사는 2017년 11월 07일 17:1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인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가 한국 민간은행과 기업의 신용도가 안정적인 흐름에 접어들었다며 긍정적 평가를 내렸다. 가계부채에 대한 우려가 있기는 하지만 아시아 주변국들과 비교할 때 리스크가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등급을 가지고 있는 국내 사기업들도 지난해부터 점차 신용도가 회복되고 있다. 다만 회복을 넘어 등급 상향까지는 기대하기 어려운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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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홍택 S&P 아태지역 금융기관 담당이사
정홍택·박준홍 S&P 이사는 홍콩 S&P 사무실에서 기자와 만나 한국 시중은행과 기업들의 신용도 흐름에 대해 설명했다. 정 이사는 아시아·태평양지역 금융기관 담당이사로 한국의 은행과 증권사를 커버하고 있다. 박 이사는 한국기업 신용평가팀장으로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 주요 대기업들의 등급을 평정한다.

S&P는 한국의 신용도가 우량 등급 수준으로 올라온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만 하더라도 한국의 신용등급은 A0 수준이었지만 지난해 S&P가 신용등급을 한 노치 올리면서 AA(안정적) 수준까지 등급이 올랐다. S&P가 중국과 일본의 신용등급을 강등시킨 상황을 고려하면 한국의 안정적인 신용도 흐름이 돋보인다는 분석이다.

정 이사는 "가계부채, 부동산 가격 상승 등의 리스크는 존재하지만 한국 시중은행들의 신용도는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S&P는 각 국가들의 은행 산업 국가 리스크(BICRA·Banking Industry Country Risk Assessment)를 1~10 등급 사이에서 평정한다. 등급이 낮을 수록 리스크가 적은데 우리나라는 3등급에 속한다. 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일본·싱가포르·홍콩이 2등급으로 우리나라보다 높다. 다만 일본은 마이너스(-) 금리, 홍콩은 부동산 가격 급등으로 인해 '부정적' 전망을 가지고 있어 한국의 BICRA가 아시아에서도 높은 수준이라는 분석이다.

정 이사는 "한국 부동산 가격 급등에 대한 우려도 있지만 홍콩·싱가포르·호주 등과 비교할 경우 강남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큰 폭의 상승이 있었다고 평가하지 않는다"며 "다만 민간 부채 수준이 너무 높다보니 금리 인상 시점에 잠재적인 신용위험은 증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국책은행들이 적극적으로 리스크를 떠안은 점도 한국 시중은행의 신용도를 보강해주는 요인 중 하나다. 시중은행들은 2013년부터 위험 산업인 조선과 해운 등의 익스포저(Exposure)를 줄였지만 국책은행들은 오히려 이들에 대한 여신을 늘렸다. 이로 인해 시중은행들의 자체 신용도는 A- 급을 유지하고 있지만 국책은행의 경우 자체신용도가 BBB-에서 BB급으로 하향됐다.

정 이사는 "국내 시중은행의 수익성은 아시아에서도 가장 낮은 수준이지만 올해 최대 이익을 올리면서 버퍼를 늘렸고 국책은행이 리스크를 떠안은 점도 긍정적인 이슈"라며 "국책은행은 정책 금융을 적극적으로 하더라도 최종 신용등급은 국가와 동일해 결과적으로는 여러 이슈에도 신용도가 상승하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은행뿐만 아니라 국내 사기업들의 신용도도 개선되는 추세가 뚜렷하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는 한 노치씩 등급이 상향됐고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는 각각 등급 상향과 '긍정적' 전망을 달성했다. 포스코와 LG전자는 '부정적' 딱지를 떼고 '안정적' 전망 회복에 성공했다. 현대차만 올해 '안정적' 전망을 반납하고 '부정적' 전망이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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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홍 S&P 한국기업 신용평가팀장
박 이사는 "한국 기업들의 수출 호조와 제품차별화, 안정적인 저유가 환경 등으로 인해 주요 기업들의 신용도 개선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는 과점 체제를 이루면서 엄청난 수출 물량을 기록하고 있고 포스코와 LG전자는 프리미엄 제품으로 경쟁력을 갖췄다. 저유가로 인해 2014년까지 차입금이 급증했던 석유화학 기업들의 신용도가 회복됐고 한국전력도 이에 대한 수혜를 입었다.

박 이사는 다만 한국 기업들이 중국발 위험과 초과 공급, 규제 위험 등으로 신용도 개선 추세가 향상으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분석했다. 현대·기아차는 대표적으로 중국 위험에 노출된 기업이며 반도체 중 낸드플래시와 디스플레이는 경쟁 과열로 초과 공급 우려가 점증되는 산업이다. 박 이사는 "낸드플래시의 경우 기술력이 앞선 삼성전자보다는 SK하이닉스가 위험에 좀 더 노출돼 있다"고 밝혔다.

친환경 에너지 도입으로 한국전력과 발전 자회사들은 일부 어려움을 겪을 수 있지만 이들은 공기업으로 분류돼 신용도에 타격을 입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통신업의 경우에도 단말기 지원금 상한제 폐지와 선택약정할인율 25% 상향 등 부정적인 규제 위험이 산재해 있다. 다만 통신 기업들이 신용도를 훼손시키는 대규모 투자가 예정돼 있지 않아 규제로 인한 위험은 신용도에 있어서는 제한적인 것으로 분석된다.

일반 기업 중에서 현대차는 유일하게 '부정적' 전망 흐름으로 전환됐다. 박 이사는 현대차의 재무구조가 여전히 순현금이 넘칠 정도로 안정적이지만 사업 부문에서 부진한 실적을 보이는 점이 부담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에서 판매량이 급감했는데 이를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보복으로 인한 결과로만 해석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주요 시장인 미국에서도 시장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판매량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박 이사는 "중국에서는 독일·일본 브랜드에 밀리고 로컬 브랜드에게 침식을 당하고 있어 현대차가 구조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미국에서도 SUV를 제때 내놓지 못해 시장 변화에 적응을 하지 못하고 있어 당분간 실적 회복은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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