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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그룹의 상속분쟁, 그 결과는 [WM라운지]

방효석 법무법인 우일 변호사공개 2017-11-30 08:12:08

이 기사는 2017년 11월 28일 09:2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CJ 가문의 재산을 둘러싸고 2년 간 진행된 상속분쟁의 1심 판결이 12월 중 선고될 예정이다. 서울서부지방법원 민사합의 11부는 지난 9일 고(故) 이맹희 CJ그룹 명예회장의 혼외자인 A씨가 이재현 CJ회장과 그의 형제들, 이 명예회장의 부인인 손복남 씨를 상대로 제기한 유류분반환청구소송의 최종변론을 진행했다.

A씨는 고(故) 이병철 회장이 보유했던 차명재산을 유류분 주장의 주된 근거로 삼고 있다. 즉 이병철 회장이 차명으로 안국화재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는데, 이것이 법적 근거 없이 이재현 회장에게 넘어갔고 이재현 회장이 이 주식을 매각해 CJ주식을 매입했다는 것이다. A씨의 변호사는 이병철 회장이 보유했던 차명재산의 현재가치는 2조 5000억 원으로 추정되므로 A씨가 받을 수 있는 유류분은 2300억 원에 달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A씨가 이런 주장을 하게 된 근거는 무엇일까. A씨의 주장은 타당성이 있는건지, A씨의 주장을 반박하기 위해서는 어떤 법률전략이 있는지를 보며 이 재판의 결과를 미리 예측해 보자.

# 이병철 회장이 차명재산을 이재현 회장에게 줄 것을 유언했다면

A씨는 이병철 회장의 재산이 '법적 근거 없이' 이재현 회장에게 넘어갔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말은 이병철 회장이 적법한 유언을 남기지 않았다는 것을 뜻한다.

즉 이병철 회장이 자신의 차명재산을 이재현 회장에게 줄 것을 유언으로 남겼다면 A 씨는 유류분반환청구 소송에서 패소할 것이다. 이 경우 이병철 회장에서 이재현 회장으로 바로 넘어간 것으로 처리되므로 차명재산은 이맹희 회장의 소유였던 적이 없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A씨는 이병철 회장의 유언이 없었던 점에 주목하고 있다. 유언은 법정절차를 거쳐야 유효한 것으로 인정된다. 민법이 허용하고 있는 유언방식으로는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 △녹음에 의한 유언 △비밀증서에 의한 유언 △구수증서에 의한 유언이 있다. 이 밖의 방식에 따른 유언은 효력이 없다.

따라서 이병철 회장이 육성으로 이재현 회장에게 차명재산을 줄 것을 자손들에게 이야기했다 하더라도 이 말이 녹음되지 않은 이상 녹음유언으로 볼 수 없다. 설령 그것이 녹음이 되었다 하더라도 적법한 유언으로 보기는 힘들 것이다.

민법 제1067조는 '녹음에 의한 유언은 유언자가 유언의 취지, 그 성명과 연월일을 구술하고 이에 참여한 증인이 유언의 정확함과 그 성명을 구술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녹음이 있더라도 이병철 회장이 녹음한 날짜를 정확히 이야기하고 녹음과정에 증인이 참여해 신분을 밝혀야 한다. 또한 그 유언이 이병철 회장의 뜻대로 정확히 녹음되었다는 것을 증명한 경우에 한해 유언으로써 효력을 발휘한다.

A씨 측은 이병철 회장의 유언이 없었으므로 이병철 회장의 차명재산은 이병철 회장의 사망과 동시에 이맹희 회장에게 넘어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봤다. 따라서 이맹희 회장의 자녀인 A씨는 유류분을 청구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 이병철 회장이 차명재산을 이재현 회장에게 증여했다면

만약 이병철 회장이 차명재산을 손자인 이재현 회장에게 주려는 뜻이 있었다면 증여의 방식으로 줬어도 좋았을 것이다. 이 경우 차명재산은 이맹희 회장을 거치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A씨 입장에서는 이 경우에도 유류분 소송을 제기할 수 없다.

물론 이 경우는 세대를 생략한 증여에 해당하므로 30%의 증여세를 이재현 회장이 추가로 더 내야 한다. 하지만 그 재산이 이맹희 회장을 거쳐 이재현 회장에게 도달해 두 번의 세금을 내는 경우와 비교하면 상당한 절세의 효과도 얻게 됐을 것이다.

# 이맹희 회장이 차명재산을 이재현 회장의 자녀에게 증여했다면

이맹희 회장이 이병철 회장으로부터 차명재산을 받은 경우를 생각해 보자. A씨는 이맹희 회장의 자녀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A씨는 그 차명재산에 대해 상속권이 있고 상속권의 일종인 유류분 또한 주장할 수 있다.

이 경우 이맹희 회장이 A씨의 유류분 주장을 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맹희 회장이 이재현 회장에게 직접 차명재산을 증여해 준다면 A씨의 유류분을 피하긴 어렵다. 하지만 이재현 회장에게 그 재산을 주지 않고 이재현 회장의 자녀에게 차명재산을 증여해 준다면 A씨는 유류분을 청구하기 힘들 것이다.

손자에게 증여한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재산은 유류분반환청구의 대상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할아버지인 이맹희 회장 입장에서 손자인 이재현 회장의 자녀는 상속인이 아닌 점, 이맹희 회장이 재산을 주고 싶은 사람에게 줄 자유가 보장돼야 한다는 점, 유류분의 인정범위는 최소한이 바람직하다는 점도 A씨의 유류분반환청구를 어렵게 하는 근거가 된다. 대법원 역시 같은 취지로 판시하고 있다.

# 이병철 회장의 차명재산의 존재 여부

결국 A씨와 CJ그룹의 2300억 원이 걸린 이 재판은 차명재산이 존재하는지 여부에 달려 있다. 차명재산은 부동산, 예금, 주식으로 나눌 수 있다. 대개 차명재산은 불법목적이 있는 경우가 많으므로 법에서 금지하고 있다. 부동산은 부동산실권리자명의등기에관한법률에서, 예금은 금융실명거래및비밀보장에관한법률에서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차명재산을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경우도 있다. 부동산의 경우 세금탈루 등 탈법목적이 없는 경우 부부간의 차명은 허용하고 있다. 예금 또한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조항이 있기도 하다. 모임의 총무가 회비를 걷기 위해 통장을 개설하는 경우를 예로 들 수 있다.

주식은 현재까지 차명을 금지하는 법률은 없다. 따라서 차명주식의 경우 실질적으로 그 주금을 납입한 사람이 그 주식의 소유자가 된다. 이병철 회장의 차명재산이 존재하는지 여부를 밝히는 것이 재판의 결과를 크게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방효석 법무법인 우일 변호사


서울대 경제학부 졸업 / 제51회 사법시험 합격, 변호사

서울시, 한국교직원공제회 등 법률자문

전 KEB하나은행 상속증여센터 변호사

[저서] '알고 싶은 부자들의 법률 상담 사례집' 저자(2013년)

[저서] '잘사는 이혼법 행복한 상속법' 저자(201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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