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8년 01월 18일 08시02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실장급 직책을 맡던 직원이 보직 해임으로 한 순간에 팀원이 돼 부서에 왔는데 업무 지시를 내리기가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겠습니까."금융감독원 한 관계자가 최근 실시된 내부 인사를 두고 꺼낸 말이다.
금감원은 이달 들어 국·실장 직위 직원의 총 85%에 달하는 인력들에 대한 인사를 단행했다. 신규로 국·실장 직급을 부여받거나 전보, 유임된 인사도 있었지만 보직을 한 순간에 놓게 된 인사도 많았다.
금감원의 이번 인사에서 보직이 해임된 인력 중 상당수는 '고참급'이다. 평균 연령 '53세'인 9명 부원장보 인사에서 밀려난 나이 많은 직원들이 다수 포함됐다. 최흥식 원장이 부임 후 쇄신안을 외치며 '젊은 세대'를 중용해 비롯된 일이다. 감사원 지적을 토대로 국·실을 줄인 영향도 있을 것이다.
문제는 한 순간에 '선임'에서 '후임'이 된 이들에게 새롭게 국·실을 맡은 수장들이 제대로 된 업무를 맡기기가 사실상 쉽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 한 순간에 하위 직원이 된 이들은 팀에서 위화감만 주는 존재가 될지도 모른다. 안타깝지만 현실이 그렇다.
그렇다고 이들 입장에서 조직을 떠나기도 쉽지 않다. 통상 입사 6년차부터 달게 되는 4급 이상 직원은 취업제한 규정에 묶이게 된다. 3년 동안 유관기관 취업이 불가능하다. '전공 분야'가 있지만 다른 쪽 일을 알아봐야 한다. 그만큼 재취업 문이 넓지 않다. 자존심이 상한다고 해서 무작정 생계 유지 수단을 버릴 수 없는 노릇이다.
다른 면의 부담도 있다. 앞서와 또 다른 금감원 관계자는 "잠깐 쉬어보니 비용이 많이 들어 힘들었다"고 말한다. 조직에 그나마 자리를 잡고 있어야 판공비라도 쓸 수 있고 보험료, 통신비 등 비용이라도 절약할 수 있더라는 말이다. 이를 보면 업무를 시키기가 쉽지 않은 다수 인사들이 고액 연봉만 받는 '잉여인력'이 되지 않을까 우려스럽기도 하다.
이쯤 되면 금감원에도 '희망퇴직'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말 그대로 단순 퇴직이 아닌 이를 전제로 '퇴직금+α'를 주는 제도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내규상 퇴직자에게 퇴직금 외 비용을 지불할 수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해결책은 있다. 조직을 뒤엎은 사람 의지에 달렸다. 규정은 고치면 되고 기재부가 예산을 편성하면 된다.
제대로 된 희망퇴직 제도를 도입하면 오히려 긍정적 효과를 낳을 수도 있다. '적폐'를 외치며 벼랑 끝으로 몰아 붙이는 쇄신안만 고집하는 것 보다는 조직원들에게 위안을 주는 방안도 필요하다. 자리를 잡은 지 얼마 안된 금감원 경영진이 이제는 직원들에게 어떤 형식의 '희망'을 줄지도 고민해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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