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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촉법 상시화와 기업구조조정 원칙 [thebell desk]

안경주 금융부 차장공개 2018-02-02 15:52:57

이 기사는 2018년 01월 31일 08:4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위원회가 내달 1일 '기업구조조정촉진법 그간의 성과와 평가'를 주제로 공청회를 개최한다. 6월말로 효력이 끝나는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의 상시화를 위한 것으로 금융위가 사활을 걸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정치권 등에서 기촉법 폐지론이 나오지만 상시화를 관철하겠다는 의지다.

금융위의 의지와 달리 시중은행은 기촉법 상시화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듯 하다. 지난 25일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개선작업) 운영개선 방안 회의에서 이 같은 분위기가 연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회의에 참석했던 일부 시중은행 임원들은 금융당국의 기촉법 상시화 추진 방안을 전해듣자, 자신도 모르게 인상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엄정 평가, 자구노력, 신속 집행'이란 기업 구조조정 원칙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앞으로 얼마나 많은 자금이 부실기업에 투입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기촉법은 워크아웃 제도의 근거법규다. 기촉법을 근거로 주채권은행 주도의 채무상환 유예, 신규자금 지원 등이 이뤄진다. 금융당국은 워크아웃을 주도하는 국책은행 또는 민간 금융기관을 통해 기업 구조조정에 관여하고 있다.

2001년 한시법(5년)으로 제정된 기촉법은 지금까지 네 차례 연장됐고, 오는 6월말이면 효력을 다한다. 그동안 기촉법 연장이 논의될 때마다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았다. 외환위기 이후 금융환경 변화 등으로 워크아웃 제도의 실효성이 떨어지고, 채권은행을 통해 암암리에 압력을 행사하는 관치금융이 횡행(橫行)하고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금융위는 이 같은 비판에도 기업 구조조정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기촉법 상시화를 택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워크아웃은 자율협약과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의 중간 성격으로 양 제도의 미비점을 보완해 주는 구조조정 방식"이라며 "근거법규인 기촉법의 상시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아직까지 채권은행 중심의 상시구조조정 비중이 높은 국내 현실을 감안할 때 기촉법 상시화 추진은 결국 신규자금 지원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2016년 신(新) 기촉법을 발효하면서 정부가 내세운 '회생 가능성이 없는 부실기업에는 신규 자금을 더 이상 공급하지 않겠다'는 원칙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시중은행들이 기촉법 상시화 추진 소식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는 이유인 셈이다.

여기에 추가지원이든 신속정리든 구조조정의 큰 원칙을 확인하면서 기업 구조조정이 원활하게 이뤄지는지 감시자 역할만 하겠다던 정부 의지도 점차 사라져가고 있다. 정부의 기업 구조조정 컨트롤타워가 금융위에서 산업통산자원부로 바뀐 탓이다.

일례로 성동조선해양 등 조선업체는 청산가치가 존속가치보다 높다는 회계실사 결과를 받았지만, 산업적 측면에서 경쟁력이 있는지 검토하기 위해 외부 컨설팅회사를 통해 실사를 다시 진행하고 있다. 그동안 채권은행의 판단에 맡겼던 것과 다른 행보다. '관치금융'이 슬금슬금 고개를 들고 있다.

이 때문인지 최근 사석에서 만난 한 시중은행 부행장은 "시장 중심의 기업 구조조정 원칙이 후퇴한 것 같다"며 "지난 몇 년간 부실기업 여신을 정리했는데 또다시 늘어나는 것은 아닌지 벌써 우려가 된다"고 말했다. 금융권 일각에선 부실기업을 살리기 위해 무작정 은행의 희생을 강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시각도 나온다.

지난달 금융위 외부자문기구인 금융행정혁신위원회가 "선제적 구조조정을 저해한다"며 기촉법 시효 연장을 중단하라고 권고한 것도 최근 기업 구조조정 분위기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시중은행의 우려가 현실이 되지 않도록 기촉법 상시화 추진에 앞서 금융위가 '엄정 평가, 자구노력, 신속 집행' 등 기업 구조조정 원칙을 확고히 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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