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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와 벤처캐피탈株 버블

류 석 기자공개 2018-02-05 07:52:38

이 기사는 2018년 02월 01일 08:44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벤처캐피탈 업계도 주식시장의 거센 암호화폐 테마주 열풍을 피해가지 못했다. 코스닥 상장 벤처캐피탈 중 암호화폐 거래소에 투자했다고 알려진 곳들은 연일 주가가 수직 상승했다. 주식을 사들인 개인들은 펀드 또는 자체자금 등 투자 형태를 따지지 않았다. 보유 지분 비중도 중요하지 않았다. 사실상 '묻지마 투자'와 다를 게 없었다.

대성창업투자와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우리기술투자는 암호화폐 테마주로 거론되는 대표적인 벤처캐피탈이다. 이들은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의 주주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3곳 모두 동일하게 지난해 말부터 주가가 상승 곡선을 그리더니 최대 3~4배 이상 올랐다.

그 사이 대규모 실적 개선이나 인수·합병, 신규 사업 진출 등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작년 말 암호화폐 거래소들의 거래량이 급증하고 비트코인·이더리움 등의 가격이 연일 최고가를 갈아치우면서 수혜를 누렸다.

공교롭게도 하한가를 기록한 시기도 같았다. 지난달 11일 정부에서 암호화폐 규제책을 언급했을 때 벤처캐피탈 3곳은 나란히 하한가에 진입했다. 이쯤 되면 대성창업투자와 우리기술투자,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등이 암호화폐 테마주라는 사실을 부인하기 어려울 듯하다.

문제는 주가 버블이다. 특히 벤처캐피탈주에 끼어있는 버블은 다른 암호화폐 테마주와 비교해 더욱 질이 좋지 않다. 암호화폐 사업을 펀더멘털(기초체력)로 연결 짓는 것은 무리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기술투자 등 벤처캐피탈은 두나무 주주이지만 함께 사업적 시너지를 노리거나 공동 사업을 추진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

정보통신(IT) 혹은 금융기업이었더라면 암호화폐 업체에 대한 지분 투자를 통해 사업 시너지를 노려볼 수 있다. 하지만 벤처캐피탈은 단순한 재무적투자자(FI)일 뿐이다. FI로서 향후 두나무 주식을 매각해 자본 이익을 거두는 게 최우선 목표다.

일시적인 투자 차익 정도가 기대되는 상황인데 주가는 2~3배가 올라버린 셈이다. 이익 실현 폭도 우리기술투자를 제외하면 펀드를 통한 투자이기 때문에 생각보다 크진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벤처캐피탈들은 펀드 운용 중 기준수익률 이상의 수익을 냈을 때 초과 수익의 20% 이내에서만 성과 보수를 받고 나머지는 출자자들에게 분배한다.

개인투자자들도 일부 벤처캐피탈 주가에 버블이 끼어있다는 것을 모를 리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버블에 투자하는 '폭탄 돌리기'에서 자신들이 마지막 차례가 아니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

테마주 투자가 기승을 부릴수록 기업가치를 앞세우는 투자 자세가 필요하다. 테마주 열풍에 피해를 보는 측은 결국 개인이다. 우리기술투자의 경우 주가가 올라간 틈을 타 일부 임원은 슬그머니 주식을 처분하기도 했다. 묻지마식 암호화페 열풍에 휩쓸려 벤처캐피탈이 주식시장에서 폭탄이 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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