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삼성운용, 삼성생명과 공동 운명체 [지배구조 분석] ① 생명, 2014년 지분 100% 인수...이재용 부회장 체제로 전환시 변화 주목

이승우 기자/ 이효범 기자공개 2018-02-07 10:54:33

[편집자주]

자산운용사는 고객의 돈을 굴려주고 그 대가로 수익을 내는 금융회사다. 하지만 실제 자금을 집행하기까지 어떻게 의사결정이 이뤄지는지, 그 과정과 체계에 대한 정보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자산운용사 업무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이사회 구성과 주요 주주 등 지배구조에 대해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18년 02월 01일 15:5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 2014년 5월, 삼성자산운용의 운명은 완전히 바뀌었다. 시장에서 떠돌던 매각설은 자취를 감추었고 100% 지분을 보유하게 된 모회사 삼성생명이 전폭적인 지원에 나서기 시작했다. 매각설에 시달리며 불안한 입지를 유지하고 있는 다른 금융 계열사와는 차원이 달라졌다.

삼성자산운용 입장에서 보면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핵심 고리인 삼성생명의 밧줄을 단단히 잡게 됐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달리 말하면 삼성자산운용은 삼성생명과 공동 운명체가 됐다. 이재용 부회장 체제로의 전환 과정에서 삼성생명에게 일어날 변화가 결국 삼성자산운용의 운명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이 부회장 삼성생명 지분취득 발판된 삼성운용

2013년말 까지만해도 삼성자산운용의 최대주주는 지분 65.25%를 보유한 삼성증권이었다. 그외 주요주주는 삼성생명(5.48%)과 이 부회장(7.7%), 자사주(0.01%), 기타 주주(21.56%) 등으로 구성됐다. 삼성자산운용은 동양투자신탁의 펀드 판매와 운용 부문을 분리하는 과정에서 탄생한 회사로 펀드 판매 부문을 흡수 합병했던 삼성증권이 대주주 자리를 꿰차고 있었다.

변화를 일으킨 건 2014년 5월. 삼성생명은 삼성자산운용의 주식 1868만 6000주를 계열사인 삼성증권과 삼성중공업, 삼성화재, 이재용 부회장 등으로부터 모두 사들였다. 주당 인수가격은 2만2369만원으로 총 금액은 3950억8100원이다. 이 과정에서 삼성생명은 보유 중이던 삼성선물 지분을 삼성증권에 넘겼다.

삼성자산운용의 대주주 교체는 삼성자산운용 뿐 아니라 삼성그룹의 금융계열사 구도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당시만 해도 업계에서는 삼성이 금융업을 포기할 것이라는 소문까지 돌았다. 매각 후보군으로는 삼성증권과 삼성카드, 삼성화재, 삼성자산운용까지 거론됐다. 하지만 삼성생명 100% 자회사로 편입된 이후 삼성자산운용 매각설은 자취를 감췄고 오히려 입지는 더 탄탄해졌다. 그룹 핵심인 삼성전자의 최대 주주를 등에 업은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삼성자산운용이 그룹 지배구조상 중심축인 삼성생명을 등에 업게 된 것은 그룹내 다른 금융계열사의 입지와는 차원이 달라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지배구조 변화 과정에서 주목해야할 건 이 부회장이 삼성자산운용 지분을 삼성생명에게 넘기고 그 자금으로 삼성생명 지분을 확보했다는 점이다. 삼성자산운용 지분 매각대금으로 삼성전자 지분을 사거나, 지주사 역할에 대한 기대감이 컸던 삼성물산 지분을 사들이지 않고 삼성생명 지분을 사들인 것이다.

이 부회장은 당시 삼성자산운용 지분 매각을 통해 252억원을 마련했다. 같은해 12월 이 자금으로 삼성생명 지분 0.06%(12만 주)와 삼성화재 지분 0.09%(4만4000주)를 각각 취득했다. 결과적으로 이 부회장의 삼성자산운용 지분 7.7%는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지분을 확보하는 재원이 된 셈이었다. 이 부회장은 아직 이 지분을 그대로 보유 중이다.

삼성자산운용 지배구조도

◇탄탄대로 열리다..든든한 후원군, 똘똘한 계열사

대주주 교체는 삼성자산운용에 큰 변화를 줬다. 삼성생명을 대주주로 맞으면서 삼성자산운용은 글로벌 자산운용사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삼성생명의 장기 자산운용과 해외 투자 역량과 삼성자산운용의 펀드 운용 역량을 결합해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게 된 것.

삼성생명은 뉴욕과 런던 법인 등 글로벌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었고, 주식 채권뿐 아니라 사모펀드(PEF) 등 다양한 투자 포트폴리오 운용 경험 등 글로벌 수준의 금융 인프라를 갖추고 있었다. 삼성생명에 인수된 이듬해 삼성자산운용은 삼성생명의 뉴욕법인과 런던법인을 순차적으로 넘겨 받았다. 삼성자산운용의 수탁고는 2011년 100조원을 넘어선 이후 삼성생명 해외법인을 인수한 이후인 2015년 200조원을 돌파했다.

반대로 삼성생명 입장에서 보면 장기 투자자산을 믿고 맡길 수 있는 든든한 운용사를 완벽히 확보하게 됐다. 계열사 수준이 아닌 100% 자회사로 편입시키면서 공정거래위원회 이슈와도 무관하게 됐다.

삼성자산운용 관계자는 "뉴욕라이프생명이나 알리안츠생명등 해외 메이저 보험회사의 경우 보험 자산을 밑고 맡길 수 있는 자산운용사를 100% 자회사로 두는 경우가 많아 이를 벤치마크한 것으로 안다"며 "삼성생명 장기 자산 운용의 효율성과 안정성 차원에서 삼성자산운용을 자회사로 편입한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생명으로부터 인수된 삼성자산운용은 질적 성장과 함께 양적 팽창도 이뤄냈다. 삼성자산운용은 지난해 초 삼성헤지자산운용과 삼성액티브자산운용으로 분사, 3개사 체제로 전환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삼성생명이라는 든든한 후원군이 생긴데다 자금 성격에 따라 운용 인력과 체계를 차별화하는데 성공했다"며 "삼성생명 자회사로 편입된 이후 삼성자산운용은 양적, 질적 성장을 이루게됐다"고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삼성운용 입장에서 보면 괜찮은 펀드를 키울 때 삼성생명으로부터 자금 지원 측면에서 전폭적인 지지를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운명공동체 삼성생명, 그룹내 입지 흔들림 없나

물론 삼성생명의 100% 자회사로 편입된 삼성자산운용에 대한 다른 해석도 있다. 극단적인 가정으로, 삼성생명이 손쉽게 매각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는 뜻일 수도 있다는 해석이다. 여차 하면 소액주주나 다른 주주의 반발없이 깔끔한 정리가 될 수 있는 것.

M&A 업계 관계자는 "삼성자산운용 지분을 보유하고 있던 삼성증권과 삼성카드의 지분을 모두 삼성생명 한 곳에다 모아놓았다"며 "이는 단단한 소유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달리 보면 매각을 하기에도 좋은 조건이다"고 말했다.

삼성생명의 입지에 따라 삼성자산운용의 운명도 달라질 수 있다. 현재로선 탄탄해 보이지만 향후 이재용 부회장 체제로의 구도가 완전히 자리잡게 될 경우 지배구조상 삼성생명이 그룹내 어떤 위상으로 변할지는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우선 삼성물산의 삼성생명 지분(19.34%) 보유 문제는 금산분리법(산업자본의 금융자본 지배 제한)에 의해 끊임없이 문제 제기가 되는 지분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삼성물산과 삼성생명의 연결 고리가 느슨해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삼성그룹이 삼성물산 중심의 지주사 전환이 어렵게 됐고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한 중간지주사 도입도 무산되면서 삼성생명의 역할이 과거와 달라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과의 합병으로 인해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물산 지분율이 높아지면서 삼성생명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의 의미와 존재감이 조금은 희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이건희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생명 지분(20.76%)을 이 부회장이 물려 받게될 경우 이 부회장은 증여세나 상속세 마련을 위해 삼성생명 지분 일부를 정리할 것이라는 시나리오도 제기되고 있다. 이 경우 그룹내 삼성생명의 입지는 흔들릴 수 있다. 결과적으로 삼성생명과 운명 공동체인 삼성자산운용도 같은 길을 걸을 수밖에 없게 된다.

M&A 업계 관계자는 "삼성그룹의 핵심은 삼성전자인데 대주주인 삼성물산이 제일모직과 합병하면서 이건회 회장과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물산 지배력은 더욱 단단해진 것으로 평가받는다"며 "삼성생명을 통한 삼성전자 지배 고리가 상대적으로 느슨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건회 회장의 여러 지분을 이재용 부회장이 받게 되면 삼성생명 지분을 팔아 세금을 마련할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다른 관계자는 "삼성물산과 이건희 회장 지분만으로도 현재 삼성그룹은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에 대한 지배력을 확고히 하고 있다"며 "현 지배구조에 대한 변화 없이 금융과 전자, 바이오 사업이라는 3대축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 경우 삼성생명은 기존과 같이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핵심 고리가 될 것이고 삼성자산운용의 입지 역시 지금과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삼성자산운용 연혁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